현실 온라인 게임
김동식 지음 / 허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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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의 작품에 대한 명성을 아주 많이 들었었다. 정말 재밌으면서도 묵직한 한 방의 울림을 던지는 결말을 가진 짧은 단편들을 많이 써낸다고. 그러나 그의 작품은 대부분 ‘초단편’의 배드엔딩(?) 소설들이라고 하기에, 호흡이 보다 긴 ‘장편’을, 그리고 해피엔딩 결말을 훨씬 선호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그의 작품을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초단편보다는 분량이 긴 단편소설 한 작품 <백 명 버튼>으로 김동식의 필력을 접할 수 있었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해피엔딩 작품들만 엄선한 <인생 박물관>으로 김동식의 서사가 가진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회색 인간>을 비롯한 그의 초단편 소설집은 내키지가 않았기에 그의 ‘장편’을, 안된다면 ‘단편집’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존버는 승리하는 법…🤩, 기대평 이벤트로 이번 단편집을 받아들어 기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였다.

서평단이 아니라 단순한 이벤트 당첨이었기에 리뷰를 남길 의무는 없지만, 그래도 이 글을 쓰는 것은 역시나… 내가 이 책을 너무도 재밌게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총 세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었고, 그 중 표제작 <현실 온라인 게임>과 마지막 수록작 <내일을 부르는 키스>가 특히 더 좋았다. 표제작은 다른 사람들이 내용 소개를 많이 할 것 같으므로 나는 <내일을 부르는 키스>에 대해서만 조금 더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어느 신혼 부부가 여행을 가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들은 신혼여행지에서 관광을 하던 중 냅다 저주를 받는데, 이는 바로 ‘키스를 하지 않으면 하루가 무한반복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를 마냥 ‘저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역이용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방법은, 로또 번호를 외운 다음 다시 그 하루를 돌아가 당첨금을 수령하는 방법을 여러 차례 활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들이 생기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고조된다. 과연 이들은 풍성하고 행복한 나날들만을 즐기며 저주를 즐길 수 있을까?

전에 읽은 김동식 작가의 작품들을 읽을 때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번 <현실 온라인 게임>을 읽으면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었던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의 본성’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혹은 파헤치는 이야기를 김동식 작가는 무척이나 잘 쓴다는 것. 인간의 ‘욕망’이란 얼마나 부질없으면서도 강력한 것인지를,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깨닫게 해준 이번 <현실 온라인 게임>을 많은 사람들에게 주저 않고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출간될 김동식 작가의 장편소설을 애타게 기다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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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애덤스 이야기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2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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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소굴세계문학전집서포터즈

지난번에 읽은 피츠제럴드의 <바질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읽은 헤밍웨이의 <닉 애덤스 이야기> 역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연작소설이다. 근데…. 이번에 읽은 헤밍웨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훨씬 더 좋았다. 물론 <바질 이야기>가 나빴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내가 느끼기에 <닉 애덤스 이야기>에 보다 더 진솔하고 내밀한, 그리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달까?

<닉 애덤스 이야기>는 총 5부로 구성되어 각 부마다 ‘닉 애덤스’의 다른 시절들을 조명하고 있다. 1부에서는 유년기를, 2부에서는 방황하는 청년기를, 3부는 전쟁에 참전한 이야기, 4부는 전쟁에서 돌아온 이야기, 마지막 5부는 결혼 후 가정을 꾸린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 인물의 인생사를 중요한 변곡점 별로 묶어 톺아보는 방식으로 쓰인 한편의 성장소설로 읽혔고, 그래서인지 저자 헤밍웨이의 삶이 더욱 절박하게 느껴지는 듯하기도 했다.

헤밍웨이는 본인이 직접 참전한 경험이 있는 만큼 그의 작품에서도 ‘전쟁’과 관련한 소재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3부와 4부에서 전쟁을 겪는 닉 애덤스의 이야기가 더더욱 묵직하게 와닿았다. 특히 3부에 실려있는 단편 <이제 나를 누이며>와 <당신이 결코 갈 수 없는 길>에 나오는 불면, 환각 등의 PTSD를 겪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도 애처롭고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는 그저 허상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이를 경험하였기에 쓸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되니 더더욱 그러했다.

그렇다고 해서 ‘닉 애덤스’가 불운한 삶의 결말을 맞이하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더 좋았다. 단순히 비극으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주인공이 치유의 과정을 통해 정신적 고통을 극복해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4부의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큰 강>에는 별다른 사건 없이 그저 ‘낚시’하는 것만 나온다. 만약 내가 이 소설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이게 뭐야?’했을 테지만 이 인물의 서사 전체를 따라오며 이 소설을 읽다보니, 이 소설이 단순한 ‘낚시 이야기’가 아니라 낚시를 통해 주인공이 천천히 나아지는 이야기, 다시말해 구원을 향하는 소설로 느껴졌다. 그러므로 나는 이 소설을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소설 속 인물이 크나큰 상처와 고통을 겪음에도 이를 극복해내는 이야기에는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거대하고 선명한 감동과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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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1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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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석영중 교수님의 ‘도스토옙스키 북토크’에 다녀와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보다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전까지 읽어본 도스토옙스키 작품이라고는 <죄와 벌> 밖에 없었으므로 한 권 정도는 더 읽고서 북토크에 참석하자는 나만의 목표가 생겨 <가난한 사람들>을 꺼내들었다.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들과는 다르게 총 300페이지가 채 안되는 짧은 분량에 ‘서간체’로 쓰인 편지글 형식의 소설이다보니 아주 빠르고 쉽게 완독할 수 있었다. 아마 도스토옙스키 작품 중에서 가장 읽기 쉬운 작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만약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데 방대한 분량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 나는 주저않고 <가난한 사람들>을 추천하고 싶다. 


두께도 그렇거니와, 내용 또한 그리 무겁지 않다. 앞선 한줄평에도 말했듯이 이 작품은 그저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 겨운’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데에 그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돈을 벌지 않는 대학생의 신분이라 그런지, 없는 형편에도 가진 것을 모조리 긁어모아 상대에게 어떻게든 주고자 하는 그 마음에 어쩐지 몰입이 더욱 잘 되는 것도 같았다.


#스포일러 

다만 이 작품의 결말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다른 사람들의 후기들을 찾아보니 결말에 대해 의견들이 분분히 갈리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두 주인공이 이어지지 않는 이 소설의 결말이 충분히 납득된다고 생각했다. 마치… 양귀자의 <모순> 속 안진진의 선택을 인정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점은, 바로 두 주인공이 주고 받는 편지의 ‘길이’였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보내는 편지는 한없이 장황하고 긴 분량인 반면 여자의 편지는 그에 비해 아주 짧고 간결하다. 이는 곧 서로에 대한 마음의 크기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또 도스토옙스키의 ‘설계’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 짐작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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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인간적인 건축 - 우리 세계를 짓는 제작자를 위한 안내서
토마스 헤더윅 지음, 한진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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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여의도나 압구정 등 서울에 빌딩들이 빽빽이 들어선 곳을 지날 때마다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불편한 느낌이 든 적은 없는가? 만약 그렇다면, 나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꼭 이 책을 주목하기 바란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건물들에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이 책에서 고찰하고 있다.



다들 알겠지만 폐쇄적이고 통제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축물은 모두 현대식 건물이다. 이 말인즉슨 예전의 건물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우디가 지은 ‘사그라다 파밀리아’나 ‘까사 밀라’, 그외에도 수많은 오래된 건축물들은 정교하게 세공된 ‘복잡성’을 갖춤으로써 우리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이라는 미미한 존재가 이다지 훌륭한 것을 구상할 수 있다는 사실, 그러한 구상을 힘합쳐 실현해 낼 수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아연함’(29p) 말이다.



그러나 이런 건축의 흐름은 모더니즘의 등장으로 완전히 뒤바뀐다. 모더니즘이란, 기존의 리얼리즘과 합리성을 일체 부정하고, 극단적인 개인주의 및 인간성 상실에 대한 문제의식 등에 기반을 둔 예술 양식을 일컫는 용어다. 위에 첨부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모더니즘은 조각, 회화, 시, 무용 등 다양한 문예에 영향을 끼쳤고 이는 훌륭한 예술적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저자는 ‘건축’에 있어서 모더니즘은 마치 ‘재앙’과도 같았다고 말한다.



모더니즘 건축 방식을 강력하게 주창하던 ‘르 코르뷔지에’의 사상을 저자는 하나하나 톺으며 반박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 장식은 폐지해야 한다.
  • 도시는 직선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 건물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 모든 건물과 장소는 주로 직각과 직선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 거리를 폐지해야 한다.
  • 오래된 도시와 교외는 공원에 둘러싸인 거대 블록들로 대체해야 한다.
  • 건물 내부(평면)가 외부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세계는 직각과 직선의 건물들로 둘러싸이게 되었다. 저자는 이를 ‘따분한 건물’이라 칭하는데, 이러한 따분함이 인간에게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 따분함을 느낄 때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코르티솔 수치가 오랜 시간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암 • 당뇨 • 뇌졸중 • 심장병 등 끔찍한 질병을 얻기 쉽다. 영국의 한 주요 과학 조사에 따르면 "따분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따분하지 않은 사람보다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117p)



건물의 생김새로 인해 끔찍한 질병을 얻는다는 것은 다소 성급한 논리인 것처럼 보이긴 하다. 그렇지만 빽빽한 빌딩숲과 같은 건물 형태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알게 모르게 계속 주입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따분한 건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말하고 있지만, 분량상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하란다. 다만 이 말은 꼭 옮기고 싶다. 건축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 대중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는지 저자가 말한 부분이다. 



🗣 ‘내가 뭘 할 수 있지? 나는 그저 길을 걷는 한 사람 뿐인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끼실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여러분은 이 운동에서 가장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핵심입니다. 혁명은 의회 사무실이나 기업 이사회실, 건축 설계 스튜디오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혁명은 거리에서 나옵니다. 충분한 분노와 열정, 흥분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충분히 모이면 혁명이 시작됩니다. 혁명은 모두가 소리치기 시작할 때 일어납니다. 진정한 힘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분 곁에요.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기. 이 네 가지 간단한 행동만 있으면 됩니다. (4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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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이야기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1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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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소굴세계문학전집서포터즈

너무나 좋은 기회로 ‘빛소굴’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 서포터즈가 되어 이 책을 받아들게 되었다. 일단 받아들자마자 ‘느좋’ 표지가 나를 사로잡았는데, 읽으면서도 더욱 좋은 느낌을 받았더랬다.

<바질 이야기>는 전에 읽은 피츠제럴드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와 비슷한 점이 많게 느껴졌다. 이를테면, 미국 감성이 매우 뿜뿜(?)하다는 것, 그리고 주인공이 중산층 및 상류층 사회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출세욕이 선명하다는 것, 또한 그 인물이 이루어지지 못할 로맨스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 등등…

그러나 작품을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그 서사가 그리고 있는 방향은 전혀 달랐다. <위대한 개츠비>의 경우 거짓으로 부를 쌓은 개츠비가 속물 여성 데이지를 만나 완전히 몰락해버리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바질 이야기> 속 바질은 개츠비와는 사뭇 다르다. 거듭되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 나름의 교훈을 얻고 조금씩 ‘성장’해나간다는 점에서 <위대한 개츠비>와는 다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달까?

해설을 읽어보니 그 답을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바질 이야기>는 저자의 자전적인 요소가 특히나 많이 담긴 소설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작가의 분신과도 다름없는 주인공 ‘바질’이 실패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작가로서 보기가 힘들지 않았을까. 만약 현실에서 좌절만 겪었다면 소설 속에서나마 성장하고 밝은 미래를 향하는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자기 자신을 위안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위대한 개츠비>를 재밌게 읽은 사람이라면, 혹은 그 작품 속 주인공의 몰락이 보기 불편했던 사람이라면, 나는 이번에 읽은 <바질 이야기>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연작 단편집이기 때문에 장편과는 또다른 피츠제럴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또 <위대한 개츠비>에서 느꼈던 아쉬운 점들을 <바질 이야기>로 상쇄하는 감각 또한 분명히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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