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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인간적인 건축 - 우리 세계를 짓는 제작자를 위한 안내서
토마스 헤더윅 지음, 한진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평점 :
#도서협찬
여의도나 압구정 등 서울에 빌딩들이 빽빽이 들어선 곳을 지날 때마다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불편한 느낌이 든 적은 없는가? 만약 그렇다면, 나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꼭 이 책을 주목하기 바란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건물들에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이 책에서 고찰하고 있다.
다들 알겠지만 폐쇄적이고 통제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축물은 모두 현대식 건물이다. 이 말인즉슨 예전의 건물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우디가 지은 ‘사그라다 파밀리아’나 ‘까사 밀라’, 그외에도 수많은 오래된 건축물들은 정교하게 세공된 ‘복잡성’을 갖춤으로써 우리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이라는 미미한 존재가 이다지 훌륭한 것을 구상할 수 있다는 사실, 그러한 구상을 힘합쳐 실현해 낼 수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아연함’(29p) 말이다.
그러나 이런 건축의 흐름은 모더니즘의 등장으로 완전히 뒤바뀐다. 모더니즘이란, 기존의 리얼리즘과 합리성을 일체 부정하고, 극단적인 개인주의 및 인간성 상실에 대한 문제의식 등에 기반을 둔 예술 양식을 일컫는 용어다. 위에 첨부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모더니즘은 조각, 회화, 시, 무용 등 다양한 문예에 영향을 끼쳤고 이는 훌륭한 예술적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저자는 ‘건축’에 있어서 모더니즘은 마치 ‘재앙’과도 같았다고 말한다.
모더니즘 건축 방식을 강력하게 주창하던 ‘르 코르뷔지에’의 사상을 저자는 하나하나 톺으며 반박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 장식은 폐지해야 한다.
- 도시는 직선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 건물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 모든 건물과 장소는 주로 직각과 직선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 거리를 폐지해야 한다.
- 오래된 도시와 교외는 공원에 둘러싸인 거대 블록들로 대체해야 한다.
- 건물 내부(평면)가 외부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세계는 직각과 직선의 건물들로 둘러싸이게 되었다. 저자는 이를 ‘따분한 건물’이라 칭하는데, 이러한 따분함이 인간에게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 따분함을 느낄 때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코르티솔 수치가 오랜 시간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암 • 당뇨 • 뇌졸중 • 심장병 등 끔찍한 질병을 얻기 쉽다. 영국의 한 주요 과학 조사에 따르면 "따분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따분하지 않은 사람보다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117p)
건물의 생김새로 인해 끔찍한 질병을 얻는다는 것은 다소 성급한 논리인 것처럼 보이긴 하다. 그렇지만 빽빽한 빌딩숲과 같은 건물 형태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알게 모르게 계속 주입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따분한 건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말하고 있지만, 분량상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하란다. 다만 이 말은 꼭 옮기고 싶다. 건축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 대중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는지 저자가 말한 부분이다.
🗣 ‘내가 뭘 할 수 있지? 나는 그저 길을 걷는 한 사람 뿐인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끼실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여러분은 이 운동에서 가장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핵심입니다. 혁명은 의회 사무실이나 기업 이사회실, 건축 설계 스튜디오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혁명은 거리에서 나옵니다. 충분한 분노와 열정, 흥분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충분히 모이면 혁명이 시작됩니다. 혁명은 모두가 소리치기 시작할 때 일어납니다. 진정한 힘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분 곁에요.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기. 이 네 가지 간단한 행동만 있으면 됩니다. (48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