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애덤스 이야기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2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빛소굴세계문학전집서포터즈

지난번에 읽은 피츠제럴드의 <바질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읽은 헤밍웨이의 <닉 애덤스 이야기> 역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연작소설이다. 근데…. 이번에 읽은 헤밍웨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훨씬 더 좋았다. 물론 <바질 이야기>가 나빴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내가 느끼기에 <닉 애덤스 이야기>에 보다 더 진솔하고 내밀한, 그리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달까?

<닉 애덤스 이야기>는 총 5부로 구성되어 각 부마다 ‘닉 애덤스’의 다른 시절들을 조명하고 있다. 1부에서는 유년기를, 2부에서는 방황하는 청년기를, 3부는 전쟁에 참전한 이야기, 4부는 전쟁에서 돌아온 이야기, 마지막 5부는 결혼 후 가정을 꾸린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 인물의 인생사를 중요한 변곡점 별로 묶어 톺아보는 방식으로 쓰인 한편의 성장소설로 읽혔고, 그래서인지 저자 헤밍웨이의 삶이 더욱 절박하게 느껴지는 듯하기도 했다.

헤밍웨이는 본인이 직접 참전한 경험이 있는 만큼 그의 작품에서도 ‘전쟁’과 관련한 소재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3부와 4부에서 전쟁을 겪는 닉 애덤스의 이야기가 더더욱 묵직하게 와닿았다. 특히 3부에 실려있는 단편 <이제 나를 누이며>와 <당신이 결코 갈 수 없는 길>에 나오는 불면, 환각 등의 PTSD를 겪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도 애처롭고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는 그저 허상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이를 경험하였기에 쓸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되니 더더욱 그러했다.

그렇다고 해서 ‘닉 애덤스’가 불운한 삶의 결말을 맞이하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더 좋았다. 단순히 비극으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주인공이 치유의 과정을 통해 정신적 고통을 극복해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4부의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큰 강>에는 별다른 사건 없이 그저 ‘낚시’하는 것만 나온다. 만약 내가 이 소설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이게 뭐야?’했을 테지만 이 인물의 서사 전체를 따라오며 이 소설을 읽다보니, 이 소설이 단순한 ‘낚시 이야기’가 아니라 낚시를 통해 주인공이 천천히 나아지는 이야기, 다시말해 구원을 향하는 소설로 느껴졌다. 그러므로 나는 이 소설을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소설 속 인물이 크나큰 상처와 고통을 겪음에도 이를 극복해내는 이야기에는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거대하고 선명한 감동과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