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1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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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석영중 교수님의 ‘도스토옙스키 북토크’에 다녀와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보다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전까지 읽어본 도스토옙스키 작품이라고는 <죄와 벌> 밖에 없었으므로 한 권 정도는 더 읽고서 북토크에 참석하자는 나만의 목표가 생겨 <가난한 사람들>을 꺼내들었다.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들과는 다르게 총 300페이지가 채 안되는 짧은 분량에 ‘서간체’로 쓰인 편지글 형식의 소설이다보니 아주 빠르고 쉽게 완독할 수 있었다. 아마 도스토옙스키 작품 중에서 가장 읽기 쉬운 작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만약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데 방대한 분량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 나는 주저않고 <가난한 사람들>을 추천하고 싶다. 


두께도 그렇거니와, 내용 또한 그리 무겁지 않다. 앞선 한줄평에도 말했듯이 이 작품은 그저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 겨운’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데에 그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돈을 벌지 않는 대학생의 신분이라 그런지, 없는 형편에도 가진 것을 모조리 긁어모아 상대에게 어떻게든 주고자 하는 그 마음에 어쩐지 몰입이 더욱 잘 되는 것도 같았다.


#스포일러 

다만 이 작품의 결말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다른 사람들의 후기들을 찾아보니 결말에 대해 의견들이 분분히 갈리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두 주인공이 이어지지 않는 이 소설의 결말이 충분히 납득된다고 생각했다. 마치… 양귀자의 <모순> 속 안진진의 선택을 인정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점은, 바로 두 주인공이 주고 받는 편지의 ‘길이’였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보내는 편지는 한없이 장황하고 긴 분량인 반면 여자의 편지는 그에 비해 아주 짧고 간결하다. 이는 곧 서로에 대한 마음의 크기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또 도스토옙스키의 ‘설계’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 짐작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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