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 스페셜 에디션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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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에 이어 두번째로 앤디 위어의 작품 <마션>을 읽었다. <아르테미스>를 읽고 한동안 앤디 위어 작품을 책장에 짱박아(?)두다가 우연하게 만난 학교 선배의 <프로젝트 헤일메리> 강력 추천에 힘입어 먼저 읽게 된 <마션> 이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우주 삼부작 중 가장 마지막에 읽고 싶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아주 유명한 만큼 <마션>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화성에 불시착한 우주 연구원의 우당탕탕 좌충우돌 화성 생존기 및 탈출기. ‘화성’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다루었길래 조금은 지루한 감이 있을 거라 걱정하였는데, 기우였다. 서바이벌 생존 서사의 스릴과 톡톡 튀는 유머를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놓치지 않았다.

다만 책에서 조금 아쉬웠달까, 힘들었던 점은 과학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이 문과적인 뇌를 가진 나로서는 완벽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주인공 와트니가 다루는 로버, 패스파인더 등의 장비들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등등... 소설에서 설명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부족한 과학적 상상력을 지닌 나의 두뇌는 그 서술을 온전히 받아들이긴 힘들었다.

그러나 그런 어려운 부분들은 영화를 통해 완전히 해소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부분들까지 영상으로 구체화되어 관객들에게 정보를 완벽하게 전달한다는 점이 <마션>이라는 작품에서는 아주 큰 장점이 되었다. 소설과 영화의 사소한 몇몇 부분들에서 차이가 있는 점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던 데다가, 애초에 둘은 거의 동일한 기승전결의 서사 구조를 따라가기 때문에 책을 읽은 뒤 영화를 보니 그 감상이 훨씬 더 크게 보충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정말 재밌게 읽었고, 정말 재밌게 관람했다. 학교 선배가 추천한 <프로젝트 헤일메리> 또한 영화가 곧 개봉한다는데, 기대가 점점 더 하늘을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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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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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라는 부제가 이 책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해 게시물 삭제자였던 주인공이 겪은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영향을 보여 주고 있는 이 소설은, 아마 소셜 미디어의 확산성 아래 놓인 지금 우리의 삶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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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떤 소녀가 아주 무딘 주머니칼로 자기 팔을 쑤시는 실시간 방송을 봤어요. 마구잡이로 쑤셔대서 결국 엄청난 양의 피를 보고야 말았죠. 어떤 남자가 자신의 독일셰퍼드를 발로 세게 차는 영상도 봤어요. 그 불쌍한 개는 냉장고에 쾅 부딪혀서 낑낑댔죠. 내가 본 것 중에는 두 아이가 서로를 노려보면서 위험할 만큼 많은 양의 시나몬을 한꺼번에 입에 욱여넣는 영상도 있었어요. 사람들이 히틀러를 찬양하는 노래 영상도 있었죠. 그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뻔뻔하게 공개적으로 이웃과 동료,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히틀러를 찬양해댔어요. 직장 동료들과 임원들에게 보란 듯이, 조그마한 보트에 꽉 차게 들어앉은 이민자들 사진 밑에 ‘히틀러는 자신이 시작한 일을 마무리했어야 했다’라는 글을 내걸기도 했죠. (…) 학대당하는 개들이나 나치식 경례, 칼로 자해하는 소녀는 전형적인 영상이죠. 이런 영상들은 너무나 많아서 발에 챌 정도였어요. (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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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좌절감은 어떤 젊은 연수자가 자기 차례 때 밖으로 뛰쳐나가는 걸 보면서 조금 괜찮아졌어요. 그 여자가 시험 문제로 받은 건 어떤 남자가 로트바일러 개를 성폭행하는 영상이었는데, 여자는 뛰쳐나간 지 십 분 뒤에야 빨갛게 부어오른 눈으로 시험장으로 돌아왔어요. 그래도 결국에는 시험장을 뛰쳐나간 여자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채용되었답니다. (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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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주인공을 포함한 유해 게시물 삭제자들은 폭력적, 비윤리적, 혐오적인 온라인 게시물들을 직업적으로 끊임없이 들여다봐야 했다. 아무리 직업적 자아와 본래의 자아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런 영상들이나 게시글들에 끊임없이 노출된다면 결국 자신의 사생활에도 영향이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설은 그런 인물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낸다. 단순하게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인물도 있는 반면 지구 평면설 같은 음모론을 맹신하게 되는 인물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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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대해소셜 미디어의 어두운 이면, 잔인함과 망상은 이제 우리 모두의 고통이 되었다. 피해를 인간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뛰어난 소설가가 필요했다. 하나 베르부츠는 기민하고 미묘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에서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말한 이언 매큐언의 의견에 적극 동감하는 바이다. 소셜 미디어에 내재된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소설은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특히 온라인 세계를 자주 애용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처럼 읽혀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감상 또한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자신이 참으로 모순적으로 느껴져 당황스럽기도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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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월; 초선전
박서련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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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는 해외문학과는 다르게, 작가가 쓴 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한국문학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가독성일 것이다. 물론 그 내용이 철학적이라거나 깊이가 있을 수록 어렵게 느껴지긴 할테지만, 번역되지 않은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글맛’은 분명 한국문학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가장 중요한 그 부분을 놓쳤다. 물론 그 유명한 삼국지의 ‘초선’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작품인 만큼,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옛 시대의 고어(古語)들이 쓰이는 게 작품 전체와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과했다. 굳이 고어를 쓰지 않고도 쉽게 표현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문장인데 왜 이렇게 썼을까 싶은 부분들이 많이 보였다. 하여 한번에 쭉 읽어내려가지 못하고 중간에 계속 덜컥 걸리는 듯한 느낌이 많았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떤가? 중국의 4대 미녀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 중 유일하게 정사(正史)가 아닌 삼국지연의에만 등장하는 가공 인물 ‘초선’이 주인공인 만큼 작가의 창작 영역이 활발할 수 있는 소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왜 초선이라는 인물에 퀴어 서사를 집어넣었을까. 굳이, 구태여, 대체 왜.

삼국지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알기로 초선은 삼국지에서 여포와 동탁 사이를 틀어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알고 있다. 단순히 계략의 도구로서 이용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교묘한 말솜씨를 발휘해 동탁과 여포를 속여 이간질하는 지혜로움을 지닌 캐릭터로 알고 있는 만큼, 여포와 동탁 간에 있었던 일화들이 ㅂ이 작품에서 초선의 시점으로 밀도 높게 다뤄지기를 기대하며 책을 집어 들었던 것인데… 이 소설은 그보다 ‘초선의 과거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지’가 중심으로 전개되며 그중에 퀴어 서사가 포함된 것이다. 음… 나는 이 서사의 개연성을 전혀 납득하지 못하겠다. 정말 작가가 ‘억지로’ 넣은 듯한 설정으로 느껴져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초선이라는 인물의 지혜랄지, 계략이랄지 그런 능동적으로 본인의 전략을 세우는 인물로 그렸으면 그나마 괜찮았으련만, 이 소설에서는 그저 후견인 왕윤이 시키는 대로 휘둘리기만 하는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것에 그쳤다. 삼국지에서 찾기 힘든 매력적인 이 여성 캐릭터를 대체 왜 이렇게 망쳐놓은 걸까. 퀴어 서사를 넣는 것보다 오히려 능동적인 여성상을 그려내는 것이 작품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훨씬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는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것에 불과하여 다른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난 너무 아쉽고 실망스럽기만 한 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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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과학 -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
피터 H. 킴 지음, 강유리 옮김 / 심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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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인터넷에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카더라 통신, 찌라시, 사이버렉카 등의 용어가 흔하게 쓰이고 있는 시대다. 도무지 ‘신뢰’를 갖기가 쉽지 않은 지금 이 사회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의 차원에서 우리는 신뢰라는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의 부제는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이다. 즉 신뢰란 부제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 행동의 근본으로서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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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이것이다. 바로 우리는 타인을 ‘쉽게’ 믿는다는 것. 어째서일까? 이 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이유를 든다. 첫 번째는 [상황]이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 평판에 대한 우려, 사회적 비난이나 배척 등의 사회적 요인들이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성격]. 이 책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은 선천적인 성격 때문에 타인을 잘 믿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이런 성격이 ‘호구’같다며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타인을 불신하는 성격보다 오히려 이런 성격이 훨씬 더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마지막은 [신뢰가 형성되는 방식]에 있다. 인간은 최대 열 가지 특성을 고려해 신뢰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는 시간적 여유, 역량, 일관성, 신중함, 공정함, 도덕성, 신의, 열린 마음, 약속 이행, 수용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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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신뢰의 문턱이 낮다는 것, 다시 말해 쉽게 믿는다는 것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신뢰가 깨져버렸을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 속도 또한 신뢰가 형성되는 데 소요되었던 빠른 속도처럼 무너지는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과 그에 맞는 해결 방법 또한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전부를 요약하는 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될 듯하다. 우리가 타인에게 갖는 신뢰도는 0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 즉 우리는 의외로 낯선 이에게 바로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는 것. 그리고 서로 신뢰하는 사이에서 그 신뢰가 만약 무너졌다면 어떤 유형으로 문제가 발생했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회복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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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슈왈제네거, 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돌체앤가바나 등의 사례를 통해 이 책은 그 신뢰의 매커니즘을 보다 쉽게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마냥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이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평소에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생각보다 쉽고 재밌게 ‘신뢰’를 풀어나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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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과학_승준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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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없음 오늘의 젊은 작가 14
장은진 지음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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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낙관이란 존재하지 않는 듯한 디스토피아, 기후 변화로 인해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게 된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는 점에서 <날짜 없음>과 <로드>는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로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장소를 이동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지만, <날짜 없음>은 한 공간에서 계속 머무르며 버텨내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각 작품이 담고 있는 사랑의 성질에서 그 차이가 기인한 듯하다. <로드>는 부자 간의 사랑, 부성애를 담고 있다.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아들을 위해,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살아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여간 처절하고 착잡한 것이 아니다. 반면 <날짜 없음>은 남녀 간의 사랑, 연정을 그리고 있다. 하여 그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한정된 공간에서 투닥거리고 꽁냥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작품 서사의 특성상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므로 비슷한 설정을 보이는 두 작품이지만, 내용적인 특성으로 인해 그 깊이에서 조금 차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깊고 묵직한 부성애의 <로드>와는 달리 <날짜 없음>에서 보여주는 연정의 모습이 조금 가볍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날짜 없음>이 <로드>보다 훨씬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 작품은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고 재밌게 읽었다. 때문에 한줄평을 <로드>에 빗대어 썼다고 하여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분명히 공간적 배경이나 작중 분위기는 비슷할 수 있으나, 두 작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은 분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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