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없음 오늘의 젊은 작가 14
장은진 지음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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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낙관이란 존재하지 않는 듯한 디스토피아, 기후 변화로 인해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게 된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는 점에서 <날짜 없음>과 <로드>는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로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장소를 이동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지만, <날짜 없음>은 한 공간에서 계속 머무르며 버텨내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각 작품이 담고 있는 사랑의 성질에서 그 차이가 기인한 듯하다. <로드>는 부자 간의 사랑, 부성애를 담고 있다.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아들을 위해,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살아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여간 처절하고 착잡한 것이 아니다. 반면 <날짜 없음>은 남녀 간의 사랑, 연정을 그리고 있다. 하여 그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한정된 공간에서 투닥거리고 꽁냥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작품 서사의 특성상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므로 비슷한 설정을 보이는 두 작품이지만, 내용적인 특성으로 인해 그 깊이에서 조금 차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깊고 묵직한 부성애의 <로드>와는 달리 <날짜 없음>에서 보여주는 연정의 모습이 조금 가볍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날짜 없음>이 <로드>보다 훨씬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 작품은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고 재밌게 읽었다. 때문에 한줄평을 <로드>에 빗대어 썼다고 하여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분명히 공간적 배경이나 작중 분위기는 비슷할 수 있으나, 두 작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은 분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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