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퀸의 대각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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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하나 묻고 싶다. ‘스토리’와 ‘캐릭터’ 중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 소설에서 이 두 가지 요소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핵심적인 것이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소설이라면 아마도 필히 명작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떤가. 과연 스토리와 캐릭터 모두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애석하게도 <퀸의 대각선>은 두 가지를 모두 잡는 데에는 실패한 모양이다. 다만 한 가지에만 몰두하여 그 힘으로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가는 듯이 보였다. 그건 바로 ‘스토리’이다. 이 작품의 주된 서사가 대단히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게 전개되는 탓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손에 땀을 쥐면서 읽어내려갔다. 이는 기존의 베르나르 소설들과 판이하게 달랐다. <개미>, <뇌>, <신>, <심판> 등의 작품들을 읽노라면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보다는 조금 철학적인 질문들을 독자들에게 던져 생각에 잠기게끔 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퀸의 대각선>은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게 하는, 페이지터너의 스토리가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대체 그 스토리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말을 하나 싶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쯤에서 줄거리를 소개해볼까 한다. 장르를 말해보자면 스파이 액션 스릴러라고나 할까? <퀸의 대각선>은 두 명의 여성 인물이 치열하게 전략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과 개인의 지성을 믿는 ‘모니카’. 양극에 있는 두 여성의 사고가 전세계를 뒤흔드는 갈등으로 확장되는 베르나르 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소설은 ‘캐릭터’를 놓쳤다고 한 걸까.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두 주인공들의 생각과 행동에 단 한 순간도 공감할 수가 없었다. 두 인물의 사고와 그 기반이 되는 논리가 너무도 극단적이어서, 도무지 이들의 생각에 납득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거야, 라는 초반의 의문은,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라는 걸로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니콜과 모니카 모두 나의 눈엔 매력적인 인물로 비치지 않았다. 그저 폭력적이고 극단적이게만 보였을 뿐이었다. 때문에 두 권을 하루만에 다 읽을 정도로 재밌게 읽었음에도 이 작품에 대해 그리 좋은 평을 남기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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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랑이 되려고
조우리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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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충청북도 ‘동천’이라는 곳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동천호수 영화제’를 주최하는 제작진들인데, 이들은 올해 영화제 지원금 전액을 삭감한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애초에 비영리적 목적으로 운영되던 영화제였기에 지원금으로 굴러가던 행사였으므로, 지원금 삭감은 곧 행사 취소나 다름없었다. 주인공 ‘지수’는 어찌되었든 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고민하다가 아이디어를 하나 낸다. 바로 동천에서 (그나마) 유명한 호수 동천호의 마스코트 ‘도리’를 ‘전국마스코트 자랑대회’에 참가시키는 것이었다.

이전의 조우리 작가 작품들은 조금 부담스러운 경향이 있었다. 퀴어 혹은 페미니즘 등 다루고자 하는 담론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느낌을 받는 작가 중 한 명이었기에 은근히 조우리 작가의 작품을 피해왔었다. 그러던 차 ‘넘나리 3기’로서 이 책을 받아들어 읽기 시작하였고, 기존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페미니즘 색채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강한 어투로 자극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별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아쉬움이 없었다고는 못하겠다. 전개가 느리다고나 할까…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전국마스코트 자랑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절반의 분량이 지나도록 나오지를 않았기에 조금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미로운 느낌의 따스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작품이어서 결국은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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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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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에는 커다란 한 줄기의 사건 내지는 이야기라 할만한 게 없다. 그저 세 인물, 아름, 민아, 해든 각각의 서사만이 얽혀있을 뿐이다. 과연 이 형식이 ‘장편 소설’이라는 장르에 부합하는 것일까? 소설 구성의 3요소라고 불리는 ‘인물, 사건, 배경’ 중 사건이 아예 배제된 채 그저 인물들 개개의 서사와 그에 따른 심리 묘사만으로 장편 분량의 소설을 쓰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일까?

200페이지가 가까스로 넘는 분량의 이 작품은 앞서 말했듯 오직 인물들의 심리만으로 채워져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소설에는 인물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혹은 그 상황이 변화한 것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답을 정의내리는 문장들이 아주 많았다. 한국문학을 읽을 때 느끼는 매력 중 하나가 바로 막연하고 흐릿하게 생각하고 있던 여러 감정들이나 상황들을 명확하고 참신한 표현의 문장들로 만나게 되는 것인데, <동경>은 여러 개 써놓을 테니 하나만 걸려라 하는 식으로 그런 것들을 남발한 듯 아주 작정하고 과하게 써내려놓은 듯했다.

물론 독자들 중 누군가는, 혹은 많은 사람들은 그런 문장 하나하나에 공감을 느끼고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 또한 그런 문장들을 좋아하므로 한국문학을 꾸준히 찾아읽는 사람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소설은 조금 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단편보다 장편이 취향에 맞는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화진 작가는 단편이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소설에서는, 특히 캐릭터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동경>에서는 그 인물들의 개성과 매력이 더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은 그렇지 못했다. 다시 말해, <동경>에 등장하는 아름, 민아, 해든 세 명의 여성이 어쩐지 한 사람인 것처럼 너무 비슷한 성격을 가진 듯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물론 아름의 시점에서 민아와 해든을 볼 때 세 인물은 각각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장면이 전환되면서 민아의 시점으로, 그리고 해든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때 나는 이들의 성격이 아름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마치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말투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는 작가의 능력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소설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 모두 ‘작가 김화진’이라는 한 사람에게서 만들어진 인물이다보니 작가의 성격이, 그리고 작가의 시선이 모든 인물에게 녹아든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결국 아쉬운 감상으로 책장을 덮었다. 작가의 말을 보면 “장편소설······ 어렵더라구요······”라고 시작하던데,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는 것이니 다음 장편에서는 더 좋은 글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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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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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이라는 한정된 장소를 두고 소설은 두 시점을 교차하며 전개된다. 하나는 2020년대의 현대를 살아가는 ‘운주’, 그리고 다른 하나는 1940년대의 일제강점기를 보내는 운주의 외증조모 ‘준영’. 운주는 죽은 외증조모의 유언에 따라 적산가옥에서 1년을 지내게 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혹은 이미 벌어진 일들을 겪으며 이야기는 점차 고조된다.

나는 일반적으로 공포 장르의 ‘소설’에서 공포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시각적인 정보가 온전히 제공되고 효과음 등의 부수적인 청각적 효과까지 더하여 공포감을 쉽게 일으킬 수 있는 영화 및 드라마와는 다르게 소설은 온전히 ‘글’에만 의지하는 제한적인 컨텐츠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나같은) 상상력이 부족한 독자들에게는 그 공포감을 조성하기가 보통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어려운 것을 쉽게 해냈다. 시점을 오고 가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때마다 몰입이 깨질 수 있는 위험 부담이 분명 따랐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시점의 운주가 겪는 일들과 그리고 운주의 꿈을 통해 전개되는 준영이 겪은 일들 모두 흡인력이 엄청난 서사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자세한 줄거리 요약이나 내용 설명은 일체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정도만 해도 충분하니, 더이상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이 작품을 읽는 것이 가장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지금같은 무더운 여름철, 그리고 장마가 이어지는 축축하고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적산가옥의 유령>은 더할 나위 없이 적확한 즐길 거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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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윤회양분세계
조현아 지음 / 읻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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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나리3기

당황스러울 정도로 난해한 제목의 작품이다. ‘확장윤회양분세계’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하며 말이다. 그리고 이 소설이 담고 있는 내용 또한 상당히 독특했다. 다른 말로 하면 조금 난해하기도 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불교 재단 ‘연산윤회연구소’에서 ‘sam4’라는 가상세계 소프트웨어를 개발 및 연구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한국대 대학원에 유지 및 보수를 맡기는데, 그 과정 중 석사과정생들이 제멋대로 손을 대며 크나큰 오류가 발생해버린다. sam4 속 세계는 해가 뜨지 않는 세계가 되어버리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사라지며 죽음의 개념 또한 없어져버린, 그야마로 아비규환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연작소설’로 이 소설집이 규정되어있는 만큼 수록된 여섯개의 소설 중 첫 소설은 이 세계관에 대한 전반적인 프롤로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그 후에는 sam4 속 인간들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죽음이 사라진다면, 암에 걸려도 교통사고를 당해도 죽지 못하여 그 고통을 지속적으로 느껴야만 하는 세계는 어떨까. 햇볕을 볼 수 없어 낮과 밤의 구분이 사라져 온갖 수면패턴과 생활패턴이 뒤섞이고 망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은 그 독특하고 참신한 소재를 잘 살리는 전개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관, 그리고 그 안에서 버티고 살아남는 인간들의 익숙한 본성의 조화가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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