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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평점 :
‘적산가옥’이라는 한정된 장소를 두고 소설은 두 시점을 교차하며 전개된다. 하나는 2020년대의 현대를 살아가는 ‘운주’, 그리고 다른 하나는 1940년대의 일제강점기를 보내는 운주의 외증조모 ‘준영’. 운주는 죽은 외증조모의 유언에 따라 적산가옥에서 1년을 지내게 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혹은 이미 벌어진 일들을 겪으며 이야기는 점차 고조된다.
나는 일반적으로 공포 장르의 ‘소설’에서 공포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시각적인 정보가 온전히 제공되고 효과음 등의 부수적인 청각적 효과까지 더하여 공포감을 쉽게 일으킬 수 있는 영화 및 드라마와는 다르게 소설은 온전히 ‘글’에만 의지하는 제한적인 컨텐츠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나같은) 상상력이 부족한 독자들에게는 그 공포감을 조성하기가 보통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어려운 것을 쉽게 해냈다. 시점을 오고 가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때마다 몰입이 깨질 수 있는 위험 부담이 분명 따랐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시점의 운주가 겪는 일들과 그리고 운주의 꿈을 통해 전개되는 준영이 겪은 일들 모두 흡인력이 엄청난 서사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자세한 줄거리 요약이나 내용 설명은 일체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정도만 해도 충분하니, 더이상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이 작품을 읽는 것이 가장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지금같은 무더운 여름철, 그리고 장마가 이어지는 축축하고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적산가옥의 유령>은 더할 나위 없이 적확한 즐길 거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