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이웃
서수진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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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나리3기

오랜만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한국 소설을 한 권 소개해볼까 한다. 근래에 들어서는 어째서인지 해외문학만을 계속 읽어나갔던 것 같은데, 잠깐동안 멀어졌던 한국문학과의 사이가 <다정한 이웃>을 통해 다시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든다.

소설에는 네 커플, 총 여덟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등장인물이 많다고 생각되는가? 그렇다고 해서 인물관계도를 그릴 필요까지는 없다. 작품 속에서 인물들의 개성이 또렷하게 그려져있기 때문이다. 지금 말하는 ‘개성’이라 함은 단순히 인물들의 성격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매우 선명하다는 점을 말한다.

이야기는 ‘후이’라는 인물의 실종으로 시작된다. 후이의 아내 ‘도은’은 후이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만 오지랖이 넓은 이웃 ‘한나’는 실종신고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한나는 이 생각을 ‘미아’에게 말하자 오히려 크게 화를 내며 신고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와중에 후이의 옆집에 사는 ‘애슐리’는 사실 후이와 연락이 계속 닿고 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관계들 중 일부만을 나열했는데도 어질어질하다. 그만큼 <다정한 이웃>에는 정말 촘촘하게 얽힌 인물들의 관계성을 보는 재미가 뛰어났다. 어쩌면 현실성을 조금은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막장’이라고 할법도 한 이야기지만, 그런 막장이 보장하고 있는 서사적 재미가 또 있지 않은가. 누군가에게는 분명 ‘불호’일 수도 있겠다만, 어쨌든 나는 정말 재밌는 킬링타임용 소설로 이 책을 읽었다.

(덧. 다 읽고나니 구병모 작가의 <네 이웃의 식탁>이 떠올랐다. <네 이웃의 식탁>도 이 작품과 마찬가지로 여러 커플이 등장하고 이들이 모이며 벌어지는 파국을 그리고 있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을 찾자면 <다정한 이웃>이 조금 더 수위가 높고 진한 색채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네 이웃의 식탁>을 재밌게 읽었다면 이 작품 또한 꼭 찾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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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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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 작가인 것을 절대 부정할 수 없는 하루키지만, 어쩐지 나는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노르웨이의 숲> 한 권만을 읽었을 뿐이고, 이 작품은 그가 지금까지 써온 모든 작품들과는 결을 달리 한다는 이야기 또한 숱하게 들어왔지만, 그럼에도 완독했던 유일한 <노르웨이의 숲>이 너무도 나의 감성과 맞지 않아 그의 작품을 계속해서 피해왔더랬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이 작품을 집어 들었고… 드디어, 사람들이 말하는 하루키의 매력이 무엇인지 어느정도 알게 된 것 같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노르웨이의 숲>과 마찬가지로 하루키만의 독보적인 감성이 가득 담긴 연애소설이다. 그래서일까, 두 작품 사이에 유사한 설정 및 분위기가 여럿 눈에 띄었다. 이를 테면, ‘보통’과는 거리가 조금 먼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 그 여성을 몹시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소설이 전개된다는 점 등등.


<노르웨이의 숲>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소설 속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에 온전히 공감하고 몰입하여 읽을 수는 없었다.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실종된 여자 주인공을 찾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하는 모습과 그녀의 흔적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심리를 하루키는 그만의 문체로 차분하고 섬세하게 묘사해나갔다. 그 점을, <노르웨이의 숲>을 읽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한 그 부분을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읽으면서는 충분히 음미할 수 있었다.

그때 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멋진 여행을 함께 하고 있지만 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멀리서 보면 유성처럼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제 우리는 각자 그 틀 안에 갇힌 채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죄수 같은 존재에 불과해요. 두 개의 위성이 그리는 궤도가 우연히 겹칠 때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볼 수 있고 어쩌면 마음을 풀어 합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잠깐의 일이고 다음 순간에는 다시 절대적인 고독 속에 있게 되는 거예요. (188p)

단순히 연애 심리 뿐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해 고민을 하고 깨달음을 얻는 철학적인 문장들 또한 좋았다. 왜 다들 하루키가 좋다고 하는지,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이전에는 별로였던 <노르웨이의 숲>도 다시 읽어보고 싶고, 그의 다른 유명한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작품 같은 작가를 두고도 감상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건, 그만큼 나 또한 많이 달라졌음을,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 성장한 것으로 받아들이련다. 오늘은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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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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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추리소설로 독서의 세계에 입문했던지라 한때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만 골라서 탐독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독서 지평이 나름 넓어져서 그런지 추리소설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도 하고, 아무래도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다 읽어봤던지라 계속해서 더 찾아 읽을수록 이제는 실망만 할 것 같아 더이상은 굳이 찾아서 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출판사에서 협찬 제의를 보내주셔서 오랜만에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이번 신간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를 받아들었다. 사실 이번 작품에 대해서는 작품 외적인 영향으로 기대를 조금 품고 있긴 하였다. 이번 소설은 그 유명한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신작인데, 이 시리즈는 항상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판권을 계약하여 출판되었던 반면 이번 작품은 교보문고에서 운영하는 ‘북다’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뉴스를 찾아보니 이번 신작에 대한 선인세 계약금을 높게 지불했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래도 북다 출판사에서 이번 작품의 출간에 대한 욕심을 조금 부렸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읽은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의 인상을 말하자면,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였다. 아무리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가독성’ 하나 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작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아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다섯 가족이 모인 어느 별장 파티에서 무차별 살인이 벌어지고 뒤이어 범인이 체포된다. 그러나 그 피해자 가족들과 범인의 연관성을 도무지 찾지 못해 남은 유족들이 모여 검증회를 연다. 그 자리에 가가 형사가 참석하며 숨겨진 진실이 하나둘씩 차츰 밝혀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이 벌여놓은 ‘몰입’이라는 쾌감에 기필코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가지, 인물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 계속 몰입을 방해했다. 앞서 말한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다섯 가족 + @ 정도 된다. 단순히 명수로만 따져도 열다섯이 넘는… 그야말로 어질어질하다. 게다가 일본 문화의 특성상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라가다보니 이름만 부를 때 혹은 성만 부를 때가 각각 있어서 초반에 가계도를 정리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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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방학의 꿈 - 계절 앤솔러지 : 여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8
남세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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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비밀] - 이유리

‘이유리’라는 이름 하나만 보더라도 이 책 전체를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역시나 이유리 작가만의 톡톡 튀는 상상력이 물씬 느껴지는 아름다운 청소년 단편이었다. 외계의 어느 행성과 지구에서 동일한 서버를 공유하는 게임이 운영된다는 설정에, 지구의 한 고3 소녀와 외계의 다른 한 존재가 만난다는 이야기. 찰나의 만남이었지만 이 두 존개가 뿜어내는 따뜻한 시너지는 보는 독자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지어내게 만든다.

[여름밤의 초대장] - 전앤

이 작품을 두고 ‘청소년 소설’이라고 규정하기보다는 그저 화자가 청소년인 ‘순수문학’이라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은 단칸방에 홀로 자취를 하게 된다. 그곳은 층간소음도 심하고 위생도 좋지 못해 벌레와 곰팡이가 득실거리는 곳이었다. 거기서 잠을 청하게 된 첫날 밤, 주인공은 느닷없이 본인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정체불명의 어느 여성을 마주한다. 이후에 이어지는 그 여성의 사연을 읽으며, 착잡하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도리가 없었더랬다.

[비와 번개의 이야기] - 남세오

고3에게 주어지는 방학이란 오직 일주일, 주인공 유진과 그의 단짝 주혁이 그 일주일 중 2박3일을 투자하여 여행을 계획했다가 하필 그날 장마전선이 대한민국에 상륙하며 여행이 취소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진은 이 여행을 포기할 수 없어 억지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강행하는데, 그러면서 정체불명의 존재를 만나게 되며 이야기는 한층 고조된다. ‘개연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전개가 다소 아쉬웠으나, 그럼에도 흥미진진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이들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청소년 소설의 매력을 가득 살리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엘리자베스 칼라] - 유영민

이 작품 역시 청소년 문학과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수록된 다섯 작품 중 가장 별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여 짧은 감상만을 남길까 한다. 청소년 소설이라 하여 꼭 밝은 분위기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어두울 필요 또한 없지 않은가? 물론 마지막에 희망 한 줄기를 던지면서 끝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암울한 초중반이 버티기 힘들었던 단편이었다.

[그날 밤, 우리가 갔던 흉가] - 전건우

‘공포’ 장르의 청소년 문학은 처음이고, 전건우 작가의 작품 또한 처음 읽어보는 거여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단편’이라는 짧은 분량으로 인해 공포스런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거의 찰나에 불과했고 그 점이 다소 아쉬웠다. 장편, 그게 안되면 중편으로라도 분량을 늘려 이 긴장감을 이어갔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럼에도 확실히 작가의 필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건우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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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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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소설을 읽을 때를 한번 떠올려보라. 어떤 느낌이 드는가. 사건의 발생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 흥미진진한 속도로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에 후반을 들어서며 맞이하는 반전의 결말까지. 이렇게 무더운 여름날 휴가 동안에 서늘한 쾌감을 선사하는 추리소설 한 권 읽는 게 딱 제격이지 않은가? 그러나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앞서 말한 보통의 추리소설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1137년이라는 아주 먼 예전 중세 시대의 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종교적 가치의 충돌로 인해 빚어진 사건을 다룬다.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본인들이 모셔야 한다는 ‘수도원’ 측과, 원래 그 유골을 보존하고 있던 ‘귀더린 주민들’ 측의 반대 의견이 거세게 대립하는 것이다. 그러던 중 반대파를 대표하던 영주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수도원을 대표하여 파견을 온 주인공 ‘캐드펠’ 수사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스무 권이 넘는 시리즈 중 첫 번째 소설인 탓이어서 그런 걸까. 전체적으로는 분명 재밌는 소설로 볼 여지가 충분하지만, 초반이 상당히 지루했다. 인물 소개가 정말 많았고 그 인물들의 관계성을 설명하면서 공간적 배경의 묘사까지 하려니 아무래도 많은 분량을 초반에 할애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앞서 말한 줄거리 설명 중 살인 사건이 벌어진 것은 책이 1/3 분량이 넘어서까지 되어서야 일어나는 부분이다. 때문에 이런 점은 극초반에 사건을 등장시켜 독자의 몰입도를 강하게 끌어올린 뒤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사건이 벌어지고 본격적인 추리가 진행되면서부터는 정말 흥미진진하게 소설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아마 이 시리즈는 권수를 더해갈수록 그 재미도 배가 되지 않을까 싶어 다음 권에 큰 기대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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