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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방학의 꿈 - 계절 앤솔러지 : 여름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8
남세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7월
평점 :
[선물은 비밀] - 이유리
‘이유리’라는 이름 하나만 보더라도 이 책 전체를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역시나 이유리 작가만의 톡톡 튀는 상상력이 물씬 느껴지는 아름다운 청소년 단편이었다. 외계의 어느 행성과 지구에서 동일한 서버를 공유하는 게임이 운영된다는 설정에, 지구의 한 고3 소녀와 외계의 다른 한 존재가 만난다는 이야기. 찰나의 만남이었지만 이 두 존개가 뿜어내는 따뜻한 시너지는 보는 독자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지어내게 만든다.
[여름밤의 초대장] - 전앤
이 작품을 두고 ‘청소년 소설’이라고 규정하기보다는 그저 화자가 청소년인 ‘순수문학’이라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은 단칸방에 홀로 자취를 하게 된다. 그곳은 층간소음도 심하고 위생도 좋지 못해 벌레와 곰팡이가 득실거리는 곳이었다. 거기서 잠을 청하게 된 첫날 밤, 주인공은 느닷없이 본인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정체불명의 어느 여성을 마주한다. 이후에 이어지는 그 여성의 사연을 읽으며, 착잡하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도리가 없었더랬다.
[비와 번개의 이야기] - 남세오
고3에게 주어지는 방학이란 오직 일주일, 주인공 유진과 그의 단짝 주혁이 그 일주일 중 2박3일을 투자하여 여행을 계획했다가 하필 그날 장마전선이 대한민국에 상륙하며 여행이 취소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진은 이 여행을 포기할 수 없어 억지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강행하는데, 그러면서 정체불명의 존재를 만나게 되며 이야기는 한층 고조된다. ‘개연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전개가 다소 아쉬웠으나, 그럼에도 흥미진진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이들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청소년 소설의 매력을 가득 살리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엘리자베스 칼라] - 유영민
이 작품 역시 청소년 문학과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수록된 다섯 작품 중 가장 별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여 짧은 감상만을 남길까 한다. 청소년 소설이라 하여 꼭 밝은 분위기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어두울 필요 또한 없지 않은가? 물론 마지막에 희망 한 줄기를 던지면서 끝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암울한 초중반이 버티기 힘들었던 단편이었다.
[그날 밤, 우리가 갔던 흉가] - 전건우
‘공포’ 장르의 청소년 문학은 처음이고, 전건우 작가의 작품 또한 처음 읽어보는 거여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단편’이라는 짧은 분량으로 인해 공포스런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거의 찰나에 불과했고 그 점이 다소 아쉬웠다. 장편, 그게 안되면 중편으로라도 분량을 늘려 이 긴장감을 이어갔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럼에도 확실히 작가의 필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건우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