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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ㅣ 트리플 26
단요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예전에 한번 단요 작가의 글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가벼운 SF일 거라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훨씬 묵직하고 어렵다는 느낌을 받아 화들짝 놀라며 책을 덮었던 기억이 있다. 그 작품이 별로였던 건 절대 아니었지만 그 당시 읽고 싶던 책의 느낌이 가볍게 리프레시할 수 있는 책이길 바랐던 마음에 그랬던 탓이다.
이번에 읽은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역시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단순한 SF로만 보기는 힘들었던, 조금 더 묵직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고 여겨지는 소설. 그래서 내가 이 책에서 보고 싶었던 건 사실 단요 작가의 작품 보다 에세이였다. 그는 어떤 생각으로 글을 쓰는 걸까, 하는 게 궁금했달까.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트리플 시리즈’는 단편 세 편과 함께 작가의 에세이가 같이 엮여 출간되기 때문에 나에게는 이 책이 더더욱 적합했던 것 같다.
🗣 세 단편은 모두 SF로 간주될 만하지만, 나는 ‘슬립스트림’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브루스 스털링의 정의에 따르면, 슬립스트림은 SF와 판타지 그리고 제도권 문학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기묘함을 자아내는 장르를 일컫는다. (158p)
어떤 문학비평가는 ‘슬립스트림’이라는 용어를 경멸에 가까운 느낌으로 쓴다고는 하지만, 나는 좋은 의미에서 단요 작가의 작품들이 슬립스트림 장르에 속한다고 말하고 싶다. 뭐랄까, 말로 설명하기 까다로운 단요 작품만의 느낌이 분명히 있는데 - 그리고 그 느낌은 일반적으로 널리 읽히는 SF 소설들과는 결이 다른데 - 작가 본인이 직접 그걸 ‘슬립스트림’이라는 장르적 용어로 설명한 듯하다. 이 독특한 단요 작가만의 분위기가 누군가는 선뜻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 고유의 매력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던 단요 작가의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