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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라 -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
김아인 지음 / 허블 / 2024년 9월
평점 :
마치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듯한, 인간의 정신을 전산화하여 가상세계로 이동시킨다는 설정의 작품이 요즘 들어 흔히 보이는 것 같다. 얼마 전 읽은 정유정 작가의 <영원한 천국>도 그렇고, 단요 작가의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도 그랬다. 이번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인 <스파이라> 역시 그러했다. 유행인건가? 아니면 영생을 바라는 건가?
이쯤에서 줄거리를 소개해볼까? <스파이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은 뒤, AE라는 기업 및 서버에 입주해 이후의 삶을 살아간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사건의 시발점은 그 AE로의 입주에 자발적이지 않은, 다시말해 강제로 전산화를 당하게 된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작품들과 다른 <스파이라>만의 특징을 말하자면 ‘추리’ 장르의 요소가 버무려져 있다는 것이다. 즉, 이 책을 정말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후루룩 읽어버렸을 정도로 몰입과 속도감이 대단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작품 속의 정교한 세계관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었던 것 같은데, 이는 오로지 나한테만 해당할 뿐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상상력이 부족한 극S성향인 탓에 판타지나 SF소설 속 세계관을 잘 그려내지 못하는 바람에 그런 장르의 작품을 잘 읽지 못하고는 한다. 때문에 이런 장르들을 좋아하는 파워 N성향 분들은 이 작품을 엄청 좋아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