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에세이가 그렇게나 재밌다고들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에세이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 읽지도 않는 터라 괜히 손이 가질 않았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하루키의 소설에 빠져들고 있는 참이기도 했고, 이번에 읽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소설가’를 주제로 쓰인 에세이다보니, 내가 흥미를 갖고 있는 소재를 중심으로 쓰인 에세이라 어쩌면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이 책을 다른 사람들 누구나에게 추천할 수 있는가 묻는다면, 솔직하게 그렇다고 답하지를 못하겠다. 왜냐하면 이 책은 철저히 ‘소설가’로서 하루키의 생각들이 담긴 에세이여서, 소설을 좋아한다거나, 특히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그리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표현을 뒤집어 다시 말하자면, 적어도 내게는 이 책이 정말 재밌었다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지금 소설을 쓰고 있는 나로서는, 하루키가 소설가를 꿈꾸며 그리고 소설가로 활동하며 겪었던 고민들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과 위안을 받았다. 단순히 기술적인 차원에서 인물들을 어떻게 설정할지 혹은 풍부하게 묘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등의 고민은 아니었다. 앞으로 이야기를 계속 쓰려면 어떤 시야와 안목을 가져야 할까, 그리고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등의 다소 추상적이고 막연한 고민들을 계속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이 눈앞에서 떠먹여주듯 이 책에서 그대로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