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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평점 :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출근할 때마다 신문의 한 지면에 소개되길 희망하는 수많은 신간 서적들을 만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들이 모두 소개되는 것은 아니다. 기자의 선택을 받은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버려진다. 그리고 이렇게 버려지는 책들은 모두 ‘안전’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안전한 책’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이렇게 정의한다. 세상과 불화할 가능성을 애초에 제로로 가정하고 집필되어 독자의 정신에 아무런 생채기도 내지 못하는 책. 반면 안전한 책과는 달리 ‘위험한 책’에는 금서라는 딱지가 붙고, 또 금서 중에서도 정말 위대한 책은 독자의 내면에 끊임없이 싸움을 걸어온다. 한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에 반발심을 품는달지, 혹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관념에 너무도 날카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것 등등. <나쁜 책>은 그런 위험한 책들을 다루고 있다. 왜 이런 책들이 금서로 지정되었는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던지길래 금서라는 낙인이 찍혔는지 말이다.
정말 흥미롭고 다양한 주제와 담론이 풍부하게 담긴 책이었다. 우리는 왜 금서를 읽는가. 검열이 심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받는 시기이므로 금서를 읽는다는 건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행위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금서 지정 행위는 놀랍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공산주의 정부를 비판하기만 해도 바로 검열 및 삭제 조치가 취해지는 중국의 출판 문화계는 말할 것도 없고, 너무도 유명한 조지 오웰의 <1984>는 2022년 벨라루스 정부에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하였단다.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 <나쁜 책>이라는 도끼로 다시 한번 깨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