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티시 - 광신의 언어학
어맨다 몬텔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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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북서퍼2기

제목에 있는 컬티시(cultish)의 컬트(cult)는 무슨 뜻일까?에 대한 답을 설명하는 것부터 이 글을 시작하겠다. ‘cult’를 사전에 검색하면

‘(생활 방식, 태도, 사상 등에 대한) 추종’,

‘(기성 종교가 아닌 종교의) 광신적[사이비] 종교 집단’

네이버 어학사전

으로 검색된다. 좁게만 바라보면 ‘사이비 종교 집단’으로 볼 수 있지만, 조금 더 시야를 넓히면 ‘무언가에 광적인 믿음을 가지는 집단‘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단어의 뜻을 후자의 경우로 해석한 듯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단순히 종교적인 내용 뿐만이 아니라 ‘다단계 회사’의 경우나 심지어는 ‘피트니스 센터’까지도 확장하였기 때문이다. 다단계는 그렇다 쳐도 피트니스 센터가 컬트적이라니?? 의아함을 절로 품을 수 있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되리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왜 ‘컬트’에 빠지는 걸까? 저자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초점을 두어 설명한다.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이 심화될 때 이는 ‘고립감’이라는 더 깊은 감정으로 빠지게 되고,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어떠한 공동체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가 분출된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는 사람들을 취약하게 만든다. 더욱 쉽게 ‘컬티시 언어’에 휩쓸리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사람이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 회사의 문구를 본다면 코웃음 치며 무시하기가 보다 쉽겠으나, 고립감에 허우적대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다.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언어학’적으로 접근한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말’은 우리가 가장 먼저 바꿀 준비가 되어 있으면서도, 가장 마지막으로 포기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볼까, 어떤 특정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재산을 내놓는다거나 주거지를 바꾸는 것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쉽다. 그리고 그 집단에서 나오고자 할 때의 경우 재산은 다시 벌면 되고 주거지는 다시 옮기면 되지만 이미 입에 붙어버린 말은 고치기가 훨씬 어렵다. 즉, ‘컬티시 언어’는 매우 효율적으로 사람들의 행동과 신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컬트’를 바라본다면, 첫문단에서 말한 ‘피트니스’를 컬트적으로 본 것도 그리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 헬스장에서 운동하면 다이어트를 쉽게 할 수 있어요!”라든지 “우리가 파는 보충제를 먹으면 근육이 쉽게 붙어요!” 등등...) 그렇다면 이렇게 피트니스 센터가 사용하는 컬트적 언어가 과연 나쁜 것일까? 저자는 이 또한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컬트는 ‘스펙트럼’으로서 좋은 것부터 나쁜 것까지 무수히 많은 종류와 범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분별하여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 컬티시 언어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논리적 사고와 감정적 직감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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