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총을 쏴라 - 제8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김경순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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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총을 쏴라> - 김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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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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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중에서 ‘총’을 소재로 한 작품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아직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하여 그런 작품들을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총기 소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워 그런 듯하다. 그래서인지 ‘총’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출판사의 소개글에 눈길이 갔다. 지금까지 읽은 한국 문학 중에서 ‘총’을 소재로 한 작품은 읽어본 적 없었기에,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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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작품은 ‘추리소설’의 장르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전형적인 ‘후더닛(whodunnit)’ 구조의 추리소설이 아닌, 범인의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를 추적해가는 ‘와이더닛(whydunnit)’의 구조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추리소설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은 색다른 신선함을 만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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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감상을 덧붙이자면, 일반적인 추리소설들과는 다른 ‘묵직’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장르의 소설들은 ‘스포일러’를 배제해야만 하기 때문에 결말에 대한 설명을 언급하지는 못하겠으므로, ‘총’이라는 소재에서 오는 무게감이 느껴진다고만 말하고 싶다. 소설의 초반부와 이어지는 중반의 전개까지 ‘총’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다뤄지는 듯하였으나 후반부의 결말에 다다라서는 ‘민족’적인 차원의 역사적 접근까지 이루어져 독자들에게 한결 묵직한 교훈 내지는 여운을 선사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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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소개는 따로 하지 못하였다. 어쩐지 줄거리 요약을 하는 순간 결말까지 순식간에 적어내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낯선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독성과 흡인력이 좋았던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어렵지 않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그냥 무언가 튀는 느낌 없이 무던하고 무난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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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기다리기
박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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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기다리기> - 박선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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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기다리기>는 퀴어 문학이었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책을 펼쳐들었기에 몇 장을 읽다보니 조금 흠칫하긴 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좋았다. 내가 퀴어문학을 읽을 때에는 그들이 ‘사랑하는 방법’보다는 ‘감정과 심리묘사’를 보는 것에 기대를 갖고 읽는다. 이를테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성애자로서 겪어야하는 차별과 감내해야하는 고통, 맞닥뜨려야만 하는 현실의 두터운 벽에서 비롯되는 감정들, 분노일 수도 있고 무기력함일 수도 있는 그 다양한 심리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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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박선우 작가님의 글은 정말, 너무 좋았다. ‘성소수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이렇게나 세밀하면서도 만연하지 않고, 보드랍게 어루만지는 듯하면서도 직관적으로 느껴지도록 쓸 수 있나 싶어서, 그래서 그 인물의 마음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듯 몰입하게 할 수 있나 싶어서 너무도 놀라울 따름이다. 

🗣 사귀는 사람과 함께 직은 사진을 SNS 계정에 올리고 지인들에게 ‘좋아요’를 받는 일. 그런 일에 무슨 명목씩이나 필요하단 말인가. (중략) 동성애자로 살면서 끊임없이 겪어야 했던 억압과 멸시, 언행의 조심스러움 따위는 어쩌면 이 소박한 즐거움들의 총합에 비하면 ‘사소한 아픔’일지 몰랐다. 대다수가 아무렇게나 누릴 수 있는 기쁨들을 평생에 걸쳐 수탈당해왔다는 사실에 별안간 나는 참을 수 없이 분노가 치밀었다. (22p)

🗣 그러면 어떤 말 부터 꺼내야 하나. 아니, 어째서 이 짓을 또 하고 있나. 끝난 일 아니었나. 연말정산도 아니고 무슨 커밍아웃을 해마다 새로 하나. 일 년에 한 번이면 그나마 다행인가. (1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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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햇빛 기다리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아주 널리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작품에 나와있는 인물들의 사랑은 ‘성소수자’라고 해서 특별할 게 없다. 그저 ‘사랑’을 하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이 다정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져있을 뿐이다. 때문에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 책을 읽더라도 충분한, 아니 훨씬 차고 넘치는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 달콤한 애정에 눈이 멀어 서로의 새치나 뾰루지 마저 어여쁘게 여기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만날 때마다 뇌리를 스치는 의구심이랄까 의아함을 - 얘는 왜 이러는 거지? - 순순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179p)

🗣 나는 그저 네가 원하는 일을 했으면 했다. 원하지 않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내게 말해주었으면 했다. 우리가 서로에게 솔직했으면 했다. 그게 진정한 의미에서 연인일 테니까. (1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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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한 구절이 굳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으면서 나의 마음을 쏟아붓는 듯이 공감이 가는 문장들을 많이 만났다. 평소 일상에서 곧잘 경험하곤 하는 것들을 평상시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을 법한 표현들로 써낸 구절들이 오히려 내 마음을 빼앗는 듯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냥 박선우 작가님의 글이 나의 취향과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이렇게 나의 ‘인생 작가님’ 리스트를 또 한번 갱신하게 되어 너무도 기쁘다.

🗣 나는 다시 혼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다만 예전처럼 의젓한 단독자로서의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다. 내가 감당해야 할 고독의 양감이 사뭇 달라져있었기 때문이다. (29p)

🗣 이 사랑은 어떻게 끝날까. 그것은 연인과의 관계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이면 내가 빼놓지 않고 떠올리는 생각이었다. 앞서 파국을 예측해봄으로써 스스로에게 놓는 예방주사 같은 것이었다. (109p)

🗣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하나의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는 그의 몇 배 혹은 몇십 배가 되는 거짓을 꾸며내야 한다는 걸 떠올렸다. 일단 거짓말을 시작하면 언제 멈춰야 할지를 가늠하기보다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일에 훨씬 열중하게 된다는 것도. (2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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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게임즈 : 호모사피엔스의 취미와 광기 오늘의 젊은 작가 38
심민아 지음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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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게임즈 : 호모 사피엔스의 광기와 취미> - 심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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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계기로, 앞으로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새롭게 출간되는 책들을 읽지는 않을 것 같다. 민음사에서 책과 줌 북토크 및 여러 굿즈들을 패키지로 묶은 상품을 팔았고, 북클럽 회원으로서 20% 포인트 차감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곧바로 구매하여 읽기 시작한 것인데… 나의 취향과는 정말 맞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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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하기도 힘들다. 굳이 설명을 해보자면… 게임을 전혀 알지 못하는 주인공 ‘유라’가 ‘키코’라는 게임 회사에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는데, 무언가 커다란 사건 하나가 전개되는 방식이 아니다. 그저 회사원인 주인공의 세상에 대한 푸념들 혹은 그녀가 겪은 사소한 몇몇 사건들이 아주 두서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있었다. 이런 스타일의 소설은, 내 취향과 전혀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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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런 방식으로 전개되는 소설들은, 인물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적어놓은 문장들에서 유머스러운 포인트들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할 듯싶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전혀 웃기지 않았다. 작가님이 ‘이 부분에서 웃으세요~’하고 친절하게 가이드한 듯한 부분들이 많이 느껴졌는데, 나의 유머코드와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인지, 전혀 웃음이 나지 않았다. 너무도 아쉬운 독서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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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못한 숲 오늘의 젊은 작가 1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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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못한 숲> - 조해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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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책 <단순한 진심>을 쓰셨던 조해진 작가님의 작품인지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도 그저 믿고 읽게 되는 감이 있다. 사실 <여름을 지나가다>가 나랑은 맞지 않는 작품이어서 조금의 걱정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책을 계속 읽다가도 조해진 작가님 특유의 아름다운 표현력 및 문장력이 보고 싶어질 때가 있어져서 <아무도 보지 못한 숲>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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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조금 많이 당황스러웠다. 글이 너무도 추상적이고도 관념적이라 이야기 구조가 내 머릿속에 명확하게 자리잡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 말인 즉슨, 인물들의 관계랄지 사건의 발단 등을 설명하지 않은 채 그저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두서없이 나열한 글을 계속 보는 것 같은 감상이었다. 작품 총 분량이 약 160페이지 정도 되는데 그 중 60페이지 정도까지 그런 기분을 느꼈으므로, 평소였다면 중간에 ‘읽덮’했을 것이었으나 ‘조해진’ 작가님의 작품이니 그래도 참고 읽어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그러다가 67페이지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모든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고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 가스폭발 사고의 사망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오랫동안, 소년은 그때의 상황을 납득하지 못했다. (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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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인공 ‘미수’는, 오래전 사채로부터 도망치는 삶을 사는 어머니에게서 떨어져 동생과 함께 삼촌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 빚쟁이들은 도망간 어머니를 대신하여 삼촌과 숙모에게 지속적인 협박과 괴롭힘을 가하였고, 그런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삼촌의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정도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삼촌이 사는 K시에 기차역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사고의 사망자 명단으로 올라가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안 삼촌과 숙모는, ‘미수’ 모르게 그의 동생을 빚쟁이들에게 넘기며 그 보상금으로 그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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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는 몰랐다. 삼촌과 숙모가 말한 것을 의심 없이 그대로 믿었기에 그저 동생이 불의의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모종의 계기로 삼촌과 숙모의 파렴치한 만행을 알게 된 ‘미수’는, 동생이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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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못한 숲>은 2013년 출간되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이나 지난 셈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님의 최근 작품과는 조금 다른 결을 보이는 것 같았다. 앞서 말했듯 소설의 초반부를 읽을 때 너무도 선명하지 않은, 추상적인 느낌이 마치 환상문학을 읽는 기분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겠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한 진심>을 읽을 때 느꼈던 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외롭고 쓸쓸한 현실을 그저 묵묵히 버티고 있는 인물들이 실은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줄 수도 있는 연대의 가능성을 조망하여 작중 인물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결국엔 위로를 받고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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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가위 안전가옥 쇼-트 10
범유진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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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수 가위> - 범유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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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다. 눈물 날 정도로 좋았다. 독서실에서 총무 일을 보면서 이 책을 읽었는데, 하마터면 눈망울에 눈물을 머금은 채로 회원들을 맞이할 뻔했다. <아홉 수 가위>는 민음북클럽 커뮤니티에서 이 책에 대한 찬양의 글을 보고선 홀린 듯이 구매하여 읽은 책인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책을 추천해주셨던 분께 큰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나도 이 책에 대한 찬양의 글을 몇 자 적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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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각각의 소재나 결말의 여운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인 부분들이 있어 그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그것은 바로, 이 작품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모두 ‘아픔’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아픔을 기이한 현상 내지는 초능력적인 힘의 도움으로 결국엔 이겨낸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환상문학’적인 부분이 호불호를 갈리게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환상문학을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 너무도 잘 읽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이 작품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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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던 주인공들의 아픔은 현실에서 뼈저리게 공감할 수 있는 ‘아홉수의 인생 슬럼프’(<아홉 수 가위>)부터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범죄로 가까운 이를 잃게 된 아픔’(<어둑시니 이끄는 밤>) 등등 작품마다 천차만별이다. 또한, 그를 이겨내는 방식도 블랙 코미디처럼 유쾌하게 풀어내기도 하고(<1호선에서 빌런을 만났습니다>) 성장소설처럼 주인공의 외적, 내적 성장 과정을 보이는(<아주 작은 날갯짓을 너에게 줄게>)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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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록된 네 작품을 모두 다 읽고 난 뒤에 긍정적인 기분이 들었다는 건 같았다. 물론 그 ‘긍정적인 기분’이라는 것도 통쾌, 위로, 감동 등등 다르게 느끼긴 했으나, 넓은 범주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꼈다는 건 네 작품 모두 같다. 어떤 책을 읽다보면 인물들의 처한 상황이나 그에 따른 인물들의 행동들이 너무 답답하여 읽으면서 화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아홉 수 가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작품 초반엔 인물들이 안타까운 동정의 마음이 들다가도 마지막에 가선 그들을 응원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독자인 내가 더욱 행복해지는 마음이 든 것이 너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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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사람 붙잡고선 무작정 ‘이 책 읽어보세요!’ 하고 싶게 만드는 <아홉 수 가위>,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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