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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못한 숲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아무도 보지 못한 숲> - 조해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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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책 <단순한 진심>을 쓰셨던 조해진 작가님의 작품인지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도 그저 믿고 읽게 되는 감이 있다. 사실 <여름을 지나가다>가 나랑은 맞지 않는 작품이어서 조금의 걱정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책을 계속 읽다가도 조해진 작가님 특유의 아름다운 표현력 및 문장력이 보고 싶어질 때가 있어져서 <아무도 보지 못한 숲>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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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조금 많이 당황스러웠다. 글이 너무도 추상적이고도 관념적이라 이야기 구조가 내 머릿속에 명확하게 자리잡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 말인 즉슨, 인물들의 관계랄지 사건의 발단 등을 설명하지 않은 채 그저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두서없이 나열한 글을 계속 보는 것 같은 감상이었다. 작품 총 분량이 약 160페이지 정도 되는데 그 중 60페이지 정도까지 그런 기분을 느꼈으므로, 평소였다면 중간에 ‘읽덮’했을 것이었으나 ‘조해진’ 작가님의 작품이니 그래도 참고 읽어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그러다가 67페이지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모든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고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 가스폭발 사고의 사망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오랫동안, 소년은 그때의 상황을 납득하지 못했다. (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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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인공 ‘미수’는, 오래전 사채로부터 도망치는 삶을 사는 어머니에게서 떨어져 동생과 함께 삼촌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 빚쟁이들은 도망간 어머니를 대신하여 삼촌과 숙모에게 지속적인 협박과 괴롭힘을 가하였고, 그런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삼촌의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정도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삼촌이 사는 K시에 기차역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사고의 사망자 명단으로 올라가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안 삼촌과 숙모는, ‘미수’ 모르게 그의 동생을 빚쟁이들에게 넘기며 그 보상금으로 그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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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는 몰랐다. 삼촌과 숙모가 말한 것을 의심 없이 그대로 믿었기에 그저 동생이 불의의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모종의 계기로 삼촌과 숙모의 파렴치한 만행을 알게 된 ‘미수’는, 동생이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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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못한 숲>은 2013년 출간되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이나 지난 셈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님의 최근 작품과는 조금 다른 결을 보이는 것 같았다. 앞서 말했듯 소설의 초반부를 읽을 때 너무도 선명하지 않은, 추상적인 느낌이 마치 환상문학을 읽는 기분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겠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한 진심>을 읽을 때 느꼈던 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외롭고 쓸쓸한 현실을 그저 묵묵히 버티고 있는 인물들이 실은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줄 수도 있는 연대의 가능성을 조망하여 작중 인물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결국엔 위로를 받고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라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