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 자막을 보면 출연자(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가 "너무~해요" 하면 "정말 ~해요" 하고 고쳐서 표기하더군요.방송에서 지나치게 표준말의 용례를 강요하는 것은 기분이 찜찜하지만 이런 교정은 필요합니다.요즘 너무가 너무 많거든요. 가끔 보면 오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이런 특정 표현의 남발은 반드시 획일화를 가져옵니다.너무라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너무만 사용하거든요.그래서 이상한 느낌을 주는 표현도 많습니다.예를 들어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너무 맛있어요" 하면 그럭저럭 이해가 가는데, "너무 달아요"라든가 "너무 고소해요"는 이상합니다.음식이 너무 달거나 너무 고소한 것은 요리가 잘못되었다는 뜻이죠.적당히 요리재료의 비율을 맞췄다면 너무 달거나 너무 고소하진 않을테니까요.
누구를 칭찬한다면서 "너무 너무 예절이 바른 사람이더라고요" 하는 말도 이상합니다.한자문화권에는 <과공비례>라는 말이 있습니다.너무 공손한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뜻이죠.당연히 너무 예절 바른 것을 비판하는 표현입니다.뭐든지 적절한 것이 좋지요.<너무하다>는 한자 표현으로 <과도하다>고 합니다.매사 과유불급입니다.
라디오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나왔는데 거제도 이야기를 하면서 "외국인 노동자가 너무 많아요" 하는 것입니다.이 분은 모든 표현을 너무로만 했어요.진행자에겐 "너무 반가와요". 거제도 경치에 대해서는 "너무 아름다와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너무 잘 듣고 있어요...". 그게 이 분의 버릇인 것 같았어요.그런 사람들 요즘 많거든요.여기까진 좋은데 외국인 노동자가 너무 많다고 하는 표현은 좀 그랬습니다.이 분 말하는 맥을 따져보면 결코 외국인 노동자가 너무 많으니 규제해야 한다는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었거든요.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말이죠.그냥 "정말 많아요" 정도로 하면 좋겠지만 이 분은 "너무 너무"가 입에 붙어버렸더군요.
어떤 기업체를 방문하여 점심 시간에 나오는 많은 사원을 보면서 "야! 직원들이 정말 많군요!" 하면 그 기업체가 크다는 말이지만 "야! 직원들이 너무 많군요" 하면 "직원 수를 줄여야겠다"는 뜻이 됩니다.물론 방문자가 그럴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겠지만 <너무>라는 표현이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너무와 정말의 미묘한 차이점도 마찬가지죠.하지만 요즘은 너무 ~하다는 표현이 너무 많습니다.예전엔 여자들만 하더니 요즘엔 남자들까지 너무를 너무 좋아하더군요.뭐든지 적절히 선을 지키는 게 좋겠죠.어렵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