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자기보다 못생기고 공부도 못하던 애가 멋진 남편을 만나 귀여운 애들을 낳아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노처녀는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울화통 터지는 소식은...별볼일 없다 생각해서 퇴짜를 놨던 맞선상대가 괜찮은 여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서 산다는 소식...
어떤 노총각이 있었다.그는 결혼 안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래서 이렇게 답해주기로 했다."이 세상 어디엔가는 나와 결혼했으면 불행해졌을 수도 있을 여인이 다행히 다른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그렇게 생각한답니다." 도통한 사나이 정도 되어야 이런 말을 할 수 있겠군...어쩐지 자학적인 반응이기도 하고...
위의 이야기를 내가 아는 어느 여인에게 해줬습니다.그 여인은 남매를 키우고 있는 이땅의 평범한 주부인데 이의제기를 했습니다.여자라면 그 노총각의 체념 같은 것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죠.나는 궁금했습니다.여자와 남자가 그렇게 다른가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그 여인의 말인즉..." 여자는 임신하고 출산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어요. 남자는 쉰이 되고 환갑이 되어도 상대 여자만 젊으면 임신을 시킬 수 있지요.하지만 여자는 미혼으로 지내다가 40대 중반이 되면 아무리 젊은 남자와 결혼해도 임신가능성이 희박하죠.그러니 남자보다 훨씬 초조한 거에요.느긋할 수가 없는 거죠."
아...그런가...여자와 남자는 이렇게 다른 거구나 하고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여자가 또 이야기합니다."젊은 분이라 아직 잘 모르는군요.자...보세요.이제 나도 얼마 있으면 폐경기가 되어 가요.여자에겐 큰 일이죠.마치 여자로서의 생명이 끝난다는 느낌...남편이 있고 아이들이 있는 나 같은 사람도 폐경기가 된다는 걸 생각해보니 착잡해져요.그런데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는 상태에서 폐경기를 맞이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그렇기도 하겠구나...하고 또 고개를 끄덕끄덕...
하지만 당신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 처지...정말 폐경기를 앞둔 독신 여성의 마음을 직접 알 수는 없지 않을까...여자가 또 이야기 해줍니다." 아이고...궁금하다고 해서 만약에 그런 여자에게 그런 질문을 한다고 해봐요.좋은 소리 못들어요. 상대가 성질 고약한 여자라면 욕을 얻어먹을 거에요." 설마 그럴 리가... 그 지인의 말을 듣고 수긍하기도 해봤지만 역시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최종적인 판단을 보류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남녀 간 사고방식의 차이도 크겠지만 결혼생활을 해본 여자와 그렇지 않고 오랜기간 동안 독신으로 사는 여자 간 사고방식의 차이도 크겠거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 어디엔가는 나와 결혼했으면 불행하게 살 수도 있었을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여자는 이런 생각을 정말 못하는 것일까...꽤 세월이 지났지만 그 여자분과의 대화를 회상할 때마다 드는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