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오락프로그램에 윤종신이 나와서 "어렸을 때 가무잡잡한 아이들은 쿤타 킨테라고 놀림 받았다"고 말한 장면을 보았습니다.<뿌리>라는 소설보다는 아마 국내에 방영한 그 동명의 드라마 덕에 쿤타 킨테가 유명해 진 것 같고,실제로 그 소설을 읽은 이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하지만 제 기억으로는 그 드라마는 TBC에서 방영했기 때문에 지방에서는 부산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본 사람이 없었을 것입니다.저 어렸을 때는 오히려 가무잡잡한 아이들은 만딩고라고 놀림을 받은 것으로 기억합니다.운동선수도 가무잡잡한 사람은 만딩고라고 했지요.
<뿌리>와 다르게 <만딩고>는 선정적인 내용이 많습니다.저는 시장 골목의 동시상영관에서 어떤 영화를 봤는데 제목도 '만딩고'가 아니라 '만딩가'였습니다.만딩고의 인기를 업고 나온 아류작인데 애로 사항 많은 사람들이 보라고 에로물로 각색했더군요.영화는 갓 시집온 새댁이 흑인아들을 낳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것이었습니다.백인이 흑인을 낳았으니 난리가 났지요.그런데 그 새댁은 결백하다는 것이고 결국 그녀의 친정 어머니가 고백합니다."젊은 시절 흑인 노예인 만딩고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로 너를 낳았는데 너는 백인이지만 흑인 유전자가 잠재된 것이 네 아들에게 나타난 것이다..."그런 이야기였지요.
만딩고 번역본은 영화사에 딸린 출판사인 태창에서 나왔다가 나중에 일월서각에서도 나왔습니다.리차드 플레이셔 감독(진주만 기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일본과의 합작영화 <도라 도라 도라!>의 감독)의 영화도 꽤 유명한데 이 감독은 나중에 아놀드 슈바르체네거가 나오는 <코난>과 <레드 소냐>를 만들기도 합니다.영화 <만딩고>에는 복싱 애호가는 다 아는 헤비급 선수 켄 노턴이 노예로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이젠 구하기 힘든 영화가 되었고 만딩고 번역본도 시중에서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되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만딩고>의 작가인 카일 언스토트가 만딩고 하나만 썼다고 한 내용이 있는데 이건 잘못된 것입니다.제가 가지고 있는 (만딩고의 후속작인) 장편소설<팰콘 허스트>(반도문화1982)도 있지요.이 소설은 만딩고 족이 아니라 팬 족이 나옵니다.헌책방에서 구했는데 카일 언스토트 것이라 바로 샀습니다.지금은 작고한지 20년 정도 된 영화평론가 정영일이 번역했네요.역시 흑인노예와 백인 농장주와의 끈적끈적한 이야기입니다.그런데 이 번역본은 역자해설도 없고 해서 원작자인 언스토트의 경력을 알 수가 없네요.저는 어떤 책을 읽을 때 그 저자의 경력을 자세히 읽는 편인데 아쉽더군요.국내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서 검색해봐도 언스토트는 정보가 없습니다.위키피디아에도 소설 <만딩고>는 소개되어 있지만 작가에 대해선 정보가 없습니다.
알렉스 헤일리는 그의 장편<뿌리>와 함께 그 이름이 남을 것입니다.이 소설은 지금도 시중 서점에서 살 수 있습니다.그러나 <만딩고>는 시중 서점에선 자취를 감추었지요.또 소설제목은 알아도 카일 언스토트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작품명만 남고 저자 이름은 잊혀진 경우지요.정말 그가 누군지 알고 싶군요.
흑인남자를 사랑하여 그의 딸을 낳은 백인여자 이야기가 또 있습니다.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 나오는 단편<누런 얼굴>인데 당연히 추리기법을 씁니다.그 여인은 아틀랜타(<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도시)에서 흑인남자와 결혼했는데 아이만 남기고 남편이 화재로 죽은 후 영국으로 와서 백인남자와 재혼합니다.과거를 속이기 위해 처녀인 척하다가 결혼했지만 딸을 보고 싶어 근처에 딸을 숨겨놓고 몰래 만납니다.추리 소설이니까 이 정도만 밝히지요.
흑인부족 중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알려진 부족이 마사이와 만딩고일 것입니다.특히 만딩고가 알려진 것은 전적으로 카일 언스토트 덕분이지요.비록 작가의 이름은 잊혀졌지만 <만딩고>라는 작품을 남긴 것만으로도 언스토트는 행복한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