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최고의 상태 - 인생의 통증에 항복하는 삶의 기술
스즈키 유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으면서 마음에 콕콕 들어와 박히는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고, 직접 수행 방법으로 적합한 것을 발견하여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무, 최고의 상태 - 인생의 통증에 항복하는 삶의 기술
스즈키 유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띠지에는 이런 말이 있다. '행복은 '무'의 상태에 이를 때 비로소 보인다'라는 것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일리가 있다. 행복해지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고 결심하고 노력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행복해야겠다는 그 마음마저 인식하지 못할 때, 그러니까 '무'의 상태에 이를 때 오히려 행복이 보일 것이다.

​

또한 이 책은 뇌과학 신경과학으로 고통의 근본을 파고든 화제작이며, 아마존재팬 바이오테크놀로지 생명과학 부문 1위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갔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무, 최고의 상태』를 읽어보게 되었다.

​



​

이 책의 저자는 스즈키 유. 일본의 사이언스 라이터. 현재는 헬스케어, 생산성 향상을 테마로 한 저술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 '구석기 남자'에 건강과 심리, 과학에 관한 최신 지식을 소개하고 있으며, 월간 250만 이상의 조회수를 달성하고 있다. 또한 기업,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과학적 근거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강연도 열고 있다. (책날개 발췌)

​

이 책의 목표는 다양한 괴로움의 문제를 개별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선 모든 괴로움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그 공통점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대책을 세워 우리의 정신 기능을 최고의 상태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은 대부분 신경과학과 뇌과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 행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을 100퍼센트 이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괴로움의 족쇄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여는 글 중에서 발췌)

​



​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고 苦'를 시작으로, 1장 '자기 自己', 2장 '허구 虛構', 3장 '결계 結界', 4장 '악법 惡法', 5장 '항복 降伏', 6장 '무아 無我'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지혜 智慧'와 닫는 글 정신 수양에 빠뜨릴 수 없는 다섯 가지 포인트', '우리가 사라진 것은 지금 시작된 일이 아니다'로 마무리된다.

​

먼저 이 책에 있는 소제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인류는 모두 부정적으로 태어났다, 생후 3개월의 유아도 천성적으로 부정적이다, 원시 세계에서는 부정적으로 민감한 사람이 적응했다, 분노는 6초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인간 이외의 동물은 내일의 일로 고민하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0.1초 만에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인류의 뇌는 현실보다 이야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약의 크기가 커질수록 효능은 강해진다, 지금은 큰마음 먹고 항복하자, 관찰 능력에는 항우울제에 필적하는 효과가 있다, 무아에 달한 자가 얻는 지혜의 경지, 무아란 갖가지 욕망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무아가 가져다주는 세계관의 변화 세 가지 등 쓱 훑어보아도 궁금해지는 내용이 가득하다. 호기심을 끌어올리고 나면 이 책에 더욱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다.

​



​

이 책에 보면 '만사태평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라고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가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이 마음에 파고든다. 그러고 보면 세상만사 근심 걱정 없어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알고 보면 고민거리가 한가득이다. 그러니 이 표현이 인상적이다. 계속 마음에 남는다.

​

그리고 미디어가 비극적인 뉴스를 계속해서 많이 내보내는 것도, 불안을 부추기는 페이크 뉴스가 더 빨리 확산되는 것도, 우리의 뇌가 부정적인 정보에 의식이 더 쉽게 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또한 연구에 의하면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기쁨은 평균 3개월이면 희미해지고, 연봉이 올라간 기쁨은 6개월이면 사라지며, 좋아하는 상대와 연인이 된 행복도 6개월이 지나면 줄어들어 약 3년이 지나면 기본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한다(26쪽). 그 기쁨은 반드시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니, 그런데 그게 맞는 말이어서 더욱 솔깃하며 읽어나간다.

​

우리 뇌는 감정과 관련하여 두 가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첫째, 싫은 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둘째 좋은 일은 빨리 잊어버린다.'라는 것이다.

​

이런 글들을 읽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지만,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그럼에도 우리는 정신 수양을 통해 무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고승이나 신선만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지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선한 힘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하니, 이 책을 읽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선문답을 대성시킨 12세기 승려 무문혜개는 이런 말을 남겼다.

"무無를 결코 허무라거나 유무 같은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중략) 시간을 들이는 사이에 점점 성숙해져 자연스럽게 자신과 세계의 구별이 사라지고 하나가 될 것이다. " (273쪽)

​



​

이 책을 읽으며 한 사람으로서 정신 수양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바라본 듯하다. 정신 수양을 통해 무아에 이르는 것이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어찌 보면 다행이고, 우리가 평생을 수행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에는 어찌 보면 낙담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닫는 글에는 '정신 수양에 빠뜨릴 수 없는 다섯 가지 포인트'를 알려주고 있는데, 그 다섯 가지 중에서 4번 '행복에도 항복한다'가 인상적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행복을 좇을수록 실제로는 행복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몇 번이고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어 덴버대학교 등의 2011년 연구에서는 참가자에게 평소 어느 정도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본 후 과거 18개월 동안 겪었던 스트레스와 비교했다. 그러자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인생의 만족도가 낮고, 반대로 스트레스는 높은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320명의 남녀에게 몇 주 동안에 걸쳐 일기를 쓰게 한 결과 행복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고독감을 느끼기 쉽고 우울증이 생길 확률도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19세기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지적한 대로, 행복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오히려 그 목적이 달성된다는 메커니즘이 인간 내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294쪽)

​

이렇게 설명하면서도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해준다. 만약 훈련 중에 자신의 행복에 의식이 향한다면 238쪽에서 본 관찰의 감각을 떠올리며 그 기분도 관찰 대상으로 삼는다.(295쪽)처럼 이 책에는 다양한 훈련법을 함께 알려주니 도움이 될 것이다.

​

이 책을 읽으며 무無가 만들어낸, 내면의 강한 힘을 이끌어내는 삶의 기술을 배워보기 바란다. 읽으면서 마음에 콕콕 들어와 박히는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고, 직접 수행 방법으로 적합한 것을 발견하여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뇌과학과 신경과학으로 고통의 근본을 파고든 화제작이라고 하니 읽어보면 도움이 되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첫 문장의 힘 - 그 장면은 진부하다 ㅣ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샌드라 거스 지음, 지여울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저자 샌드라 거스의 책인데, 『시점의 힘』을 먼저 읽었고 그 구성과 내용에 매혹되었다. 그런데 이 책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

독자는 당신의 이야기가 충분히 재미있을 때까지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떻게 첫 문장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길까?

어떻게 첫 단락에서 인물과 배경 정보를 줄줄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까?

어떻게 첫 장면에서 진부한 클리셰를 피할 수 있을까? (책날개 중에서)

​

책날개의 글을 읽으며 맞아, 맞아, 생각했다. 솔직히 애써 집필한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첫 문장과 처음 몇 장에서 한껏 기대했던 그 마음을 조용히 접어버리고 읽어나갔던 나날도 숱하게 있다.

​

그러니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이여! 독자를 확 사로잡을 수 있도록 만들 열쇠가 첫 문장에 있다는 비밀을 알려준다는데, 이 책 『첫 문장의 힘』을 얼른 읽어보자.



이 책의 저자는 샌드라 거스. 작가이자 편집자이며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시리즈의 저자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서문 '소설에서 서두를 반드시 잘 써야 하는 이유'를 시작으로, 1부 '서두란 무엇인가', 2부 '뛰어난 서두가 갖추어야 하는 요소', 3부 '뛰어난 서두를 쓰기 위해 해야 하는 일', 4부 '뛰어난 서두를 쓰기 위해 피해야 하는 일', 5부 '피해야 하는 세 가지 유형의 서두'로 이어지며, 결론 '이제 어떻게 써야 하는가'로 마무리된다.



'서두, 물론 중요하지. 하지만 스토리 전개나 결론도 중요하잖아.'라고 생각한다면,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만, 다음 글을 읽어보자. 왜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길 바란다.

소설의 서두는 출판 기획자나 편집자, 독자가 여러분의 이야기를 처음 만나는 곳이다. 그들은 처음 몇 쪽만 읽어보고 책 전체 내용과 여러분의 집필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기회는 소설의 서두에 있다. 대부분의 경우 두 번째 기회 같은 것은 없다.

서두의 힘이 약하다면 소설의 나머지 부분이 얼마나 훌륭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독자와 출판기획자, 편집자는 여러분의 책 11장에 등장할 치밀한 반전이나 멋진 액션이 펼쳐지는 최후의 대결 장면, 감동적인 결말을 결코 알 수 없다. 재미있는 부분에 이르기 오래 전에 이미 책을 덮었기 때문이다. (10쪽)

​

지금껏 혹시나 몰라서 꾹 참고 읽었다가 감동적인 결말을 맞이했던 소설은 손에 꼽을 만했다. 물론 있긴 있었다. 그래도 인내의 시간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마치 영화관에 가서 영화가 재미없지만 표 구입한 비용이 아까워서 그냥 참고 앉아있었지만 별 소득이 없었던 순간처럼, 책도 마찬가지로 아까워서 읽고, 혹시 몰라서 읽어나가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

그러나 나도 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식상한 표현이지만 뼈와 살을 깎는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독자 입장이 되면 재미없으면 바로 그냥 덮어버린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작은 출판사에서 선임 편집자로 일하면서 출판사에 들어온 원고를 읽고 그 원고가 출간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원고 거절의 이유 대부분이 원고의 서두가 관심을 사로잡지 못했거나 작가가 서두에서 흔히 하기 쉬운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기에는 서두의 속도가 너무 느리거나, 서두에 갈등이 전혀 없거나, 잘못된 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등의 실수라는 것이다.

​

그리고 이 책에서는 어떻게 이런 실수를 피할 수 있는지, 어떻게 계속 읽게 만드는 서두를 쓸 수 있는지 배우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이 책의 필요성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에는 곳곳에 연습 과제가 수록되어 있으니, 그 장에서 배운 것을 자신의 원고에 적용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연습 과제 딱 두 가지만 언급해 보아야겠다.

​

연습 #1

서점이나 도서관, 혹은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자신을 관찰해보자. 어떤 책을 살지, 사지 않을지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 책을 몇 페이지 정도 읽어보는가?

​

연습 #2

첫 페이지든, 1장 전체든 자신이 책을 사기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얼마나 읽는지 생각해보고 자신의 원고를 그만큼 읽어보자. 객관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하라. 이 책을 처음 펼친 독자가 방금 읽은 내용만으로 이 책을 구입할 것인가? (21쪽)

​

설명과 연습문제가 잘 어우러져서 실전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살면서 작법서는 웬만큼 뒤져보았는데, 오랜만에 겪는 쾌감이다. 샌드라 거스의 작법서는 쉽고 분명하고, 필요한 지점을 딱딱 짚어낸다. 뻔하거나 뜬구름 잡는 소리는 조금도 없다. 창작의 모든 면을 아우르려는 무리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 당신이 오늘 아침 불현듯 떠올렸을, '어… 소설은 어떻게 시작하는 거지?' 하는 바로 그 의문에 냉큼 명확한 답을 준다.

_김보영 소설가

​

소설가 지망생이나 초고를 쓰고 있는 사람, 무언가 글이 안 풀리고 있는 사람 등에게 필요한 책이다. 읽을까 말까 고민이 된다면 일단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정말 필요한 부분을 딱 짚어내어 알려주니, 이 책을 읽고 나면 소설 쓰기도 충분히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

다행인 것은 이 책의 저자가 해주는 말처럼 '소설 쓰기는 뇌 수술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가 없고, 진정한 마법은 글을 고쳐 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일단 초고를 써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더 실용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크레이지 가드너 2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레이지 가드너 1권을 읽고, 으흐 하하 으흐흑 커흑 웃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권이 나왔다. 반갑고 또 반갑다.

​

아마 1권을 읽은 사람이라면 2권은 그냥 당연히 읽어보고 싶을 것이다. 난 그랬다. 이 책을 손에 집어 들자마자 읽어나갔다. 이런저런 할 일을 눈앞에 산더미같이 쌓아두고도 제일 먼저 이 책을 읽고 있었다는 건 그만큼 나에게 에너지를 뿜뿜 전해주는 책이어서 그런가 보다.

​

이번에도 이 책 『크레이지 가드너』 2권을 읽으며 흥미로운 식집사의 세계를 엿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마일로. 부산 온천장에 살면서 매주 열심히 목욕을 다닌 경험을 《여탕보고서》로, 반려견 '솜이'와의 좌충우돌 일상을 《극한견주》로 그렸다.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특별한 경험은 극한 대형견 솜이를 키울 때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식물들이 말썽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크레이지 가드너'가 된다. (책날개 중에서)

​

2권에는 13화 '물 주는 법', 14화 '똥과 비료', 15화 '식태기', 16화 '분갈이', 17화 '흙', 18화 '스킨답서스', 19화 '식물 생활 근황', 20화 '식물 쇼핑', 21화 '식물 망나니', 22화 '수초', 23화 '게임 속 가드닝', 24화 '비보약'에 이어서 스페셜 '작가 후기'로 마무리된다.



​

"누구나 처음엔 '식물 망나니'가 되잖아?"

이 말에 뜨끔. 오래전에도 식물을 열심히 키워보겠다며 매일매일 물을 열심히 주다가 익사하게 만들었고, 가장 최근에도 큰맘 먹고 반려식물을 키운다고 하였으나, 결국 죽이고 말았으니 나도 '식물 망나니'와 멀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 이제는 식물을 키운다고 마음먹기가 살짝 두렵기도 하다.

​

그런데 가드너들 사이엔 '물 주기 3년'이라는 말이 있다는 이야기부터 이 책은 시작된다. 물 주기에 대한 감을 제대로 익히려면 가드닝 경력이 최소 3년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집사에 식집살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열정적으로 식물들 키우기에 돌입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

나는 안 키워도 남이 키우는 이야기를 보는 것은 재미있다. 특히 식물은 그렇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큭큭 웃으며 읽어나갔다. 생동감 있고 생기발랄해서 통통 튀는 느낌이 드는 글과 그림이다.

​



물주기, 거름, 분갈이, 수초키우기까지 2권의 내용은 재미와 함께 정보 제공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

특히 나는 식집사는 꿈도 못 꾸는 '식물 망나니' 단계이기 때문에 비료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비료 이야기가 나오니 '아, 이래서 사람들이 비료를 사용하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

식집사 지망생이나 초보 등 시행착오를 거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웃음도 주고 정보도 제공해줄 것이다.



이 책은 만화여서 이 책만의 개성이 넘친다.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든다. 특히 2권에는 초판 한정 부록으로 캐릭터 리무버블 스티커를 제공해주니, 저자 그림의 팬이라면 아마 페이지를 펼쳐보고 '꺄~' 하면서 좋아할 것이다.

​

특히 그림을 놓치지 말고 챙겨보면서 스토리를 따라가야 한 번 더 웃으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반려견 솜이가 식물을 건들진 않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며 그에 대한 이야기도 하니, 실제로 반려동물과 함께 식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다.

​

식물 이름을 미리 검색해서 독성이 없는 안전한 식물인지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는데, 특히 자주 등장하는 스킨답서스와 몬스테라도 강하진 않지만 독성이 있는 식물(276쪽)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주의할 것.



게다가 저자가 수초 키우기에도 도전하는데, 이렇게 어항과 관련된 취미 생활을 '물생활'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물생활을 하는 사람은 언젠간 식덕이 되고 식덕은 언젠간 물생활을 하는 편이랍니다.'(289쪽)

두 가지 취미를 오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하니 정말 취미의 세계는 다양하다.

​

그런데 물생활은 물 갈아주는 게 정말 힘들어 보인다. 물생활을 본격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다들 물 갈아주는 건 귀찮은지 '환수지옥'이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으아. 혹시라도 식집사의 세계에는 발을 들일 수도 있겠지만, 물생활은 정말 안 하는 걸로.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일 테니 물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나는 반려식물을 집에 들여놓을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 책은 재미있어서 읽어보았고, 생고생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잠 깨기에 버거운 상황에서도 식물을 하나하나 배려하면서 물 주고 다니려면 보통 정성이 아닌 듯해서 말이다.

​

특히 이 책은 식물을 의인화해서 귀엽고 역동적으로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눈을 뗄 수 없는 책이다. 식물 키우기의 기쁨과 고통 등 온갖 감정을 적나라하게 들려주어서 더욱 솔깃하여 바라보게 되는 만화다.

​

혹시 반려식물 하나 키워볼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부터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식집사 지망생, 식집사초보, 혹은 식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즐겁게 해줄 만화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암살의 역사 ㅣ 건들건들 컬렉션
존 위딩턴 지음, 장기현 옮김 / 레드리버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서는 '당신이 놓친 역사의 한 축'으로 '암살'을 이야기한다. 앞으로는 정치, 종교, 혁명, 전쟁 옆에 암살의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

여기까지만 해도 그냥 약간의 호기심 정도였는데, 책 뒤표지의 다음 이야기에 이 책이 무척 궁금해졌다.

《손자병법》을 쓴 손무는 "십만 명의 군대를 이끌고 원정을 나가는 것은 엄청난 낭비."라고 말하며, 그에 비해 암살은 아주 경제적이고 뛰어난 전략이라고 극찬했다.

키루스 대왕은 식사 자리, 술자리, 잠자리보다 암살당하기 적합한 장소는 없다는 사실을 늘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후계자는 잠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아우구스투스는 아내인 리비아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 손에 죽을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우구스투스는 리비아가 건넨 독 발린 무화과를 먹고 사망했다. (책 뒤표지 중에서)

​

이 정도면 본격적으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내 마음도 그 마음으로 이 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암살의 역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존 위딩턴. 런던에서 TV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내어 전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책날개 발췌)

​

실제 암살자들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소설가처럼 현실 세계의 암살자들의 심리를 낱낱이 알려 주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실제 암살자가 제임스 본드처럼 자신감 넘치는 멋진 킬러인지, 혹은 말로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초조해 하고 자기 의심이 많은 서투른 청년인지 확인할 수는 있다. 이 책에서 4000년이 넘는 암살의 역사를 다루며 실제 암살자의 모습을 파헤쳐 볼 것이기 때문이다. (12쪽)

​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1장 '전쟁보다 경제적인 전략: 고대의 암살 사건들', 2장 '얽히고설킨 욕망의 분출: 로마제국과 중세시대', 3장 '더렵혀진 기사도 정신: 배신으로 얼룩진 기사도의 시대', 4장 '신이 암살을 원하신다: 종교전쟁시대의 암살', 5장 '혁명의 단짝: 근대를 휩쓴 암살 사건들', 6장 '더욱 생생해진 암살: 오늘날까지 이어진 암살의 굴레', 7장 '빗나간 죽음의 그림자: 살아남은 자들'로 나뉜다.

​

이 책은 일단 프롤로그를 읽어보면 '생각보다 엄청 흥미롭겠구나' 라는 느낌이 온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인류 역사상 암살의 첫 희생자라고 알려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는 기원전 2333년에 목숨을 잃은 이집트의 파라오 테티라는 정보부터 시작된다.

​

사실 암살 만으로 역사를 훑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책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저자가 엄청난 이야기꾼인 듯하다. 쿵쿵쿵~ 3D 영상으로 음악과 함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어나가는 듯하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을 볼 때 암살을 시도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되겠다. 얼마나 조마조마하며 긴장감 넘치는가. 그 분위기로 읽어나가면 되겠다. 그리고 실제 역사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짚어보는 시간이 흥미롭다.



히틀러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후 스물다섯 번의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살아난 것이다. 7장의 처음에 히틀러를 다루는데, 그럼에도 그는 살아남은 자였기 때문이다.

​

그래도 그중에서 게오르크 엘저라는 공산주의자 목수가 꾸민 암살계획이 가장 참신했다고 하니, 그 이야기를 남겨본다.

1938년 말부터 엘저는 시한폭탄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며칠 밤을 지새운 끝에 폭탄 제조를 끝냈고 1923년에 히틀러의 뮌헨 폭동이 일어난 장소인 뷔르거브로이켈러 맥주집에 잠입했다. 1939년 11월 8일에 히틀러가 그곳에서 연설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엘저는 연단 옆의 돌기둥에 비밀 구멍을 뚫어 놓았다. 비록 미수로 그치긴 했지만 이날은 나치가 쿠데타를 일으킨 날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기념일이었다. 마침내 엘저는 폭탄을 설치하고 히틀러의 연설 중간쯤 터지도록 설정해 두었다. 폭탄은 계획대로 잘 작동했고 아무런 문제 없이 정확한 시각에 폭발했다. 천장 일부가 부서져 연단 위로 곧바로 무너져 내렸다. 10여 명이 부상을 입었고 여덟 명이 사망했으나 그중에 히틀러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쟁 때문에 히틀러의 일정이 변경되었고 사전 계획보다 더 일찍 연설을 마쳤기 때문에 폭탄이 터졌을 때는 히틀러가 떠난 지 13분이 지난 후였다. 엘저는 붙잡혀 수용소에 수감되었고 종전을 며칠 앞두고 처형당했다. (361쪽)

​

책에 보니 1939년 히틀러 암살을 시도한 게오르크 엘저를 기리는 베를린의 독특한 기념물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이 또한 인상적이다.



옮긴이의 말에 보면 이 책에서 다룬 수많은 암살 사건 중 현재 우리의 삶을 가장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은 사건을 하나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지 질문한다.

​

그렇다면 이 책에서 다룬 수많은 암살 사건 중 현재 우리의 삶을 가장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은 사건을 하나 꼽는다면? 단연코 1914년 6월 28일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계 학생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프란츠 페르디난트와 조피 초테크 황태자 부부를 암살한 사건이지 않을까.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으로 작용했고 사상 초유의 규모로 벌어진 첫 세계대전 이후로 정치·경제·사회 구조가 너무나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암살범 프린치프는 자신이 저지른 암살로 인해 이렇게까지 세계가 재편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402쪽)

​

그동안 암살은 단지 개인의 우발적인 범죄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암살에 대해 '역사의 변곡점'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짚어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