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최고의 상태 - 인생의 통증에 항복하는 삶의 기술
스즈키 유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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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띠지에는 이런 말이 있다. '행복은 '무'의 상태에 이를 때 비로소 보인다'라는 것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일리가 있다. 행복해지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고 결심하고 노력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행복해야겠다는 그 마음마저 인식하지 못할 때, 그러니까 '무'의 상태에 이를 때 오히려 행복이 보일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뇌과학 신경과학으로 고통의 근본을 파고든 화제작이며, 아마존재팬 바이오테크놀로지 생명과학 부문 1위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무, 최고의 상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스즈키 유. 일본의 사이언스 라이터. 현재는 헬스케어, 생산성 향상을 테마로 한 저술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 '구석기 남자'에 건강과 심리, 과학에 관한 최신 지식을 소개하고 있으며, 월간 250만 이상의 조회수를 달성하고 있다. 또한 기업,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과학적 근거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강연도 열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목표는 다양한 괴로움의 문제를 개별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선 모든 괴로움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그 공통점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대책을 세워 우리의 정신 기능을 최고의 상태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은 대부분 신경과학과 뇌과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 행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을 100퍼센트 이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괴로움의 족쇄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여는 글 중에서 발췌)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고 苦'를 시작으로, 1장 '자기 自己', 2장 '허구 虛構', 3장 '결계 結界', 4장 '악법 惡法', 5장 '항복 降伏', 6장 '무아 無我'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지혜 智慧'와 닫는 글 정신 수양에 빠뜨릴 수 없는 다섯 가지 포인트', '우리가 사라진 것은 지금 시작된 일이 아니다'로 마무리된다.

먼저 이 책에 있는 소제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인류는 모두 부정적으로 태어났다, 생후 3개월의 유아도 천성적으로 부정적이다, 원시 세계에서는 부정적으로 민감한 사람이 적응했다, 분노는 6초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인간 이외의 동물은 내일의 일로 고민하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0.1초 만에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인류의 뇌는 현실보다 이야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약의 크기가 커질수록 효능은 강해진다, 지금은 큰마음 먹고 항복하자, 관찰 능력에는 항우울제에 필적하는 효과가 있다, 무아에 달한 자가 얻는 지혜의 경지, 무아란 갖가지 욕망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무아가 가져다주는 세계관의 변화 세 가지 등 쓱 훑어보아도 궁금해지는 내용이 가득하다. 호기심을 끌어올리고 나면 이 책에 더욱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다.



이 책에 보면 '만사태평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라고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가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이 마음에 파고든다. 그러고 보면 세상만사 근심 걱정 없어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알고 보면 고민거리가 한가득이다. 그러니 이 표현이 인상적이다. 계속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미디어가 비극적인 뉴스를 계속해서 많이 내보내는 것도, 불안을 부추기는 페이크 뉴스가 더 빨리 확산되는 것도, 우리의 뇌가 부정적인 정보에 의식이 더 쉽게 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연구에 의하면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기쁨은 평균 3개월이면 희미해지고, 연봉이 올라간 기쁨은 6개월이면 사라지며, 좋아하는 상대와 연인이 된 행복도 6개월이 지나면 줄어들어 약 3년이 지나면 기본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한다(26쪽). 그 기쁨은 반드시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니, 그런데 그게 맞는 말이어서 더욱 솔깃하며 읽어나간다.

우리 뇌는 감정과 관련하여 두 가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첫째, 싫은 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둘째 좋은 일은 빨리 잊어버린다.'라는 것이다.

이런 글들을 읽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지만,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그럼에도 우리는 정신 수양을 통해 무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고승이나 신선만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지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선한 힘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하니, 이 책을 읽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선문답을 대성시킨 12세기 승려 무문혜개는 이런 말을 남겼다.

"무無를 결코 허무라거나 유무 같은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중략) 시간을 들이는 사이에 점점 성숙해져 자연스럽게 자신과 세계의 구별이 사라지고 하나가 될 것이다. " (273쪽)



이 책을 읽으며 한 사람으로서 정신 수양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바라본 듯하다. 정신 수양을 통해 무아에 이르는 것이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어찌 보면 다행이고, 우리가 평생을 수행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에는 어찌 보면 낙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닫는 글에는 '정신 수양에 빠뜨릴 수 없는 다섯 가지 포인트'를 알려주고 있는데, 그 다섯 가지 중에서 4번 '행복에도 항복한다'가 인상적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행복을 좇을수록 실제로는 행복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몇 번이고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어 덴버대학교 등의 2011년 연구에서는 참가자에게 평소 어느 정도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본 후 과거 18개월 동안 겪었던 스트레스와 비교했다. 그러자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인생의 만족도가 낮고, 반대로 스트레스는 높은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320명의 남녀에게 몇 주 동안에 걸쳐 일기를 쓰게 한 결과 행복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고독감을 느끼기 쉽고 우울증이 생길 확률도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19세기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지적한 대로, 행복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오히려 그 목적이 달성된다는 메커니즘이 인간 내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294쪽)

이렇게 설명하면서도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해준다. 만약 훈련 중에 자신의 행복에 의식이 향한다면 238쪽에서 본 관찰의 감각을 떠올리며 그 기분도 관찰 대상으로 삼는다.(295쪽)처럼 이 책에는 다양한 훈련법을 함께 알려주니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무無가 만들어낸, 내면의 강한 힘을 이끌어내는 삶의 기술을 배워보기 바란다. 읽으면서 마음에 콕콕 들어와 박히는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고, 직접 수행 방법으로 적합한 것을 발견하여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뇌과학과 신경과학으로 고통의 근본을 파고든 화제작이라고 하니 읽어보면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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