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의 힘 - 그 장면은 진부하다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샌드라 거스 지음, 지여울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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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 샌드라 거스의 책인데, 『시점의 힘』을 먼저 읽었고 그 구성과 내용에 매혹되었다. 그런데 이 책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독자는 당신의 이야기가 충분히 재미있을 때까지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떻게 첫 문장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길까?

어떻게 첫 단락에서 인물과 배경 정보를 줄줄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까?

어떻게 첫 장면에서 진부한 클리셰를 피할 수 있을까? (책날개 중에서)

책날개의 글을 읽으며 맞아, 맞아, 생각했다. 솔직히 애써 집필한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첫 문장과 처음 몇 장에서 한껏 기대했던 그 마음을 조용히 접어버리고 읽어나갔던 나날도 숱하게 있다.

그러니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이여! 독자를 확 사로잡을 수 있도록 만들 열쇠가 첫 문장에 있다는 비밀을 알려준다는데, 이 책 『첫 문장의 힘』을 얼른 읽어보자.



이 책의 저자는 샌드라 거스. 작가이자 편집자이며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시리즈의 저자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서문 '소설에서 서두를 반드시 잘 써야 하는 이유'를 시작으로, 1부 '서두란 무엇인가', 2부 '뛰어난 서두가 갖추어야 하는 요소', 3부 '뛰어난 서두를 쓰기 위해 해야 하는 일', 4부 '뛰어난 서두를 쓰기 위해 피해야 하는 일', 5부 '피해야 하는 세 가지 유형의 서두'로 이어지며, 결론 '이제 어떻게 써야 하는가'로 마무리된다.



'서두, 물론 중요하지. 하지만 스토리 전개나 결론도 중요하잖아.'라고 생각한다면,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만, 다음 글을 읽어보자. 왜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길 바란다.

소설의 서두는 출판 기획자나 편집자, 독자가 여러분의 이야기를 처음 만나는 곳이다. 그들은 처음 몇 쪽만 읽어보고 책 전체 내용과 여러분의 집필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기회는 소설의 서두에 있다. 대부분의 경우 두 번째 기회 같은 것은 없다.

서두의 힘이 약하다면 소설의 나머지 부분이 얼마나 훌륭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독자와 출판기획자, 편집자는 여러분의 책 11장에 등장할 치밀한 반전이나 멋진 액션이 펼쳐지는 최후의 대결 장면, 감동적인 결말을 결코 알 수 없다. 재미있는 부분에 이르기 오래 전에 이미 책을 덮었기 때문이다. (10쪽)

지금껏 혹시나 몰라서 꾹 참고 읽었다가 감동적인 결말을 맞이했던 소설은 손에 꼽을 만했다. 물론 있긴 있었다. 그래도 인내의 시간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마치 영화관에 가서 영화가 재미없지만 표 구입한 비용이 아까워서 그냥 참고 앉아있었지만 별 소득이 없었던 순간처럼, 책도 마찬가지로 아까워서 읽고, 혹시 몰라서 읽어나가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나도 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식상한 표현이지만 뼈와 살을 깎는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독자 입장이 되면 재미없으면 바로 그냥 덮어버린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작은 출판사에서 선임 편집자로 일하면서 출판사에 들어온 원고를 읽고 그 원고가 출간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원고 거절의 이유 대부분이 원고의 서두가 관심을 사로잡지 못했거나 작가가 서두에서 흔히 하기 쉬운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기에는 서두의 속도가 너무 느리거나, 서두에 갈등이 전혀 없거나, 잘못된 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등의 실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어떻게 이런 실수를 피할 수 있는지, 어떻게 계속 읽게 만드는 서두를 쓸 수 있는지 배우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이 책의 필요성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곳곳에 연습 과제가 수록되어 있으니, 그 장에서 배운 것을 자신의 원고에 적용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연습 과제 딱 두 가지만 언급해 보아야겠다.

연습 #1

서점이나 도서관, 혹은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자신을 관찰해보자. 어떤 책을 살지, 사지 않을지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 책을 몇 페이지 정도 읽어보는가?

연습 #2

첫 페이지든, 1장 전체든 자신이 책을 사기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얼마나 읽는지 생각해보고 자신의 원고를 그만큼 읽어보자. 객관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하라. 이 책을 처음 펼친 독자가 방금 읽은 내용만으로 이 책을 구입할 것인가? (21쪽)

설명과 연습문제가 잘 어우러져서 실전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살면서 작법서는 웬만큼 뒤져보았는데, 오랜만에 겪는 쾌감이다. 샌드라 거스의 작법서는 쉽고 분명하고, 필요한 지점을 딱딱 짚어낸다. 뻔하거나 뜬구름 잡는 소리는 조금도 없다. 창작의 모든 면을 아우르려는 무리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 당신이 오늘 아침 불현듯 떠올렸을, '어… 소설은 어떻게 시작하는 거지?' 하는 바로 그 의문에 냉큼 명확한 답을 준다.

_김보영 소설가

소설가 지망생이나 초고를 쓰고 있는 사람, 무언가 글이 안 풀리고 있는 사람 등에게 필요한 책이다. 읽을까 말까 고민이 된다면 일단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정말 필요한 부분을 딱 짚어내어 알려주니, 이 책을 읽고 나면 소설 쓰기도 충분히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 책의 저자가 해주는 말처럼 '소설 쓰기는 뇌 수술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가 없고, 진정한 마법은 글을 고쳐 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일단 초고를 써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더 실용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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