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 류시화 제3시집
류시화 지음 / 문학의숲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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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전히 류시화 시인이라는 이름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15년 만의 시집 출간이라잖은가. 벌써 15년이나 지난 것인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후에 정말 없었나보다. 15년 만의 글이 어색하지 않았다. 반가웠다. 오랜 친구를 만난 느낌이랄까. 15년 만에 봐도 어제 봤다 만난 듯한 느낌이다. 15년 만의 출간인데, 어색하지 않은 것은 내 책장에 류시화의 저서가 꽂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를 읽는 즐거움은 함축된 표현 속에서 마음을 울리는 데에 있다. 시인이 아닌 나는 시인이 부럽다. 내가 길게 설명해야 뜻을 전달하게 되는 무언가를 한 문장으로, 한 편의 시로 표현해내니 말이다. 서평은 써도 시는 못쓰니 부러울 만도 할 것이다. 시집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시를 발견해내는 것도 기쁨이다. 같은 사물을 봐도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보고 시로 써내는 것, 정말 부럽다.

 

 시집은 얇은 것 같지만 읽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음미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냥 흘려보던 것을 다시 되돌아봐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 마음에 와닿은 시, '돌 속의 별'이었다.

 

돌 속의 별

 

돌의 내부가 암흑이라고 믿는 사람은
돌을 부딪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에 별이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노래할 줄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은
저물녘 강의 물살이 부르는 돌들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노래를 들으며 울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차갑다고 말하는 사람은
돌에서 울음을 꺼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냉정이 한때 불이었다는 것을 잊은 사람이다
돌이 무표정하다고 무시하는 사람은
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안으로 소용돌이치는 파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무표정의 모순어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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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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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특히 예전에 읽은 <성난 서울>이 이 책의 저자인 우석훈과 아마미야 카린이 공동저자였다. 부르르떨리는 마음으로 그 책을 읽었다. 청년실업을 개인의 무능함에만 초점을 두고, 사회구조상의 문제 또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다. 차라리 전쟁이 났으면 좋겠다던 청년들의 절망적인 모습이 이해가 되었다. "행복은 자꾸만 비싸지는데, 우리는 꿈을 살 수 있을까?" <성난서울 89p> 라는 대목에서는 탄식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런 현실 속에 살고 있다.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암울하다. 암울한 현실을 느끼게 될까봐, 가슴 답답한 현실을 보며 해결책이 딱히 없다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이 책을 더 읽기 힘들었다. 언젠가는 읽으려던 것, 지금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흥미로운 소재로 시작한다. 왜 우린 18세에 독립하지 못할까. 독립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 시절을 보냈고, 지금의 18세들은 우리 때와는 다를 바 없는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몇 배 이상 뛴 물가와 학비로 졸업과 동시에 갚아나가야 하는 버거운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도 취업이 되면 다행인 것이고, 아니면 빚덩이를 안고 사회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학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제는 아르바이트나 과외를 해도 쉽게 모을 수도 없는 금액이 되어버렸다.

 

 기성 세대가 말하듯 젊은 세대는 힘든 일 하기 싫어하고 책도 많이 읽지 않고 별 생각없이 사는 것일까? 아니다. 분명 아니다. 이 책에서도 말하듯 세대간 불균형이 심화되어서 그런 것이지, 개인의 나약하고 게으름에 덮어씌우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분명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그런데 해결 방법은 없는 아주 나쁜 문제고, 세대가 거듭될수록 더 심해질 우리의 문제다.승자독식의 사회, 대형 자본의 틈에서 살아날 방법이 없다. 이 책의 발행이 2007년이었는데, 지금 현실은 더 심하면 심해졌지 덜하지는 않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게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라는 문구에 옛날 생각이 났다. 등록금 인상에 대해 투쟁할 때 "학생은 공부나 잘해라."라는 교장 선생님의 한 마디에 바로 꼬리내리던 장면이 뇌리에 박혀서 그런 생각이 든 지도 모르겠다. 우리 세대의 비겁함이 다음 세대에 더 잔인하게 보복한 것같아 안타깝다. 일단 공부나 하고 대학이나 가라는 입시 위주의 교육 속에서 현실이 바뀔 수나 있을지. 먹고 살기 힘들어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달라질 것이 무엇일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니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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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ㅣ 인사 갈마들 총서
김환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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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았다. 한 때 드라마를 보다가 '이런 드라마나  보고 있다니!' 답답한 현실에 나 자신이 한심해서 자취방의 텔레비전을 없애버린 적도 있다. 물론 기분이 극단적이었던 때의 일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여전히 시작과 종영을 하고 있다.  새로운 작품이 나와 기대감을 채워주기도 하고, 뻔한 아류작이 나와 실망시키기도 한다. 욕하면서 막장드라마를 보게 되기도 하고, 정말 유익한 드라마인데 안보게 되기도 한다.

 

 드라마는 사람들과의 소통에서나, 현실을 반영하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나 이야기 소재로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텔레비전을 틀면 드라마에 노출되는 경우는 많으니 어찌보면 우리 생활과도 밀접한 것이 바로 드라마다. 이 책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를 통해드라마의 역사를 일제강점기부터 최근까지 살펴보았다.

 

 이 책의 장점은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흐르듯이 술술 읽을 수 있고, 막힘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많은 서적을 참고하여 객관적인 자료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전문분야의 논문이나 저서는 비전문가인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읽기에 너무 난해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현학적인 면이나 난해한 문장이 적어서 편안하게 읽었다. 그러면서도 정보 습득 면에서도 좋았고, 드라마사를 훑어보는 의미로도 좋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읽어나가다보니 내가 접한 드라마들이 점점 눈에 띈다. 그 당시에 큰 이슈가 되었던 드라마들의 의미를 지금 되새겨보니 새롭게 느껴진다. 신세대라 불리던 우리 세대는 점점 다른 세대의 뒤로 밀려가며, 이제 마흔 즈음의 중년 아저씨, 아줌마가 되었으니, 정말 세월의 흐름이 무상하게 느껴진다. 가끔 텔레비전에 나오는 촌스러운 옛날 모습에 그 시절이 나오기도 하니, 정말 세월의 흐름은 빠르기만 하다. 지금 세련된 현재의 모습도 언젠가는 유치하고 민망한 과거로 보이기도 하겠지.

 

 지금의 드라마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볼 때 어떤 의미가 있을 지 궁금해졌다. 역사적인 평가는 항상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의미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 책을 보며 시간여행을 하게 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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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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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이 소설은 나의 관심을 받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라는 점이 나에게는 정말 매혹적이었다. 저자는 일본 치바현에 있는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취재해 이 책에 담았나보다. 있을 법한 이야기를 상상 속에 잘 버무려 책을 읽게 되는 것이 내가 즐기는 소설 읽기다. '이건 소설이다. 현실에 없는 허구다.'라고 느껴지는 소설보다는 '음...그 정도의 이야기는 충분히 있을만해.'라는 느낌의 소설을 읽는 편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되지 않고 독서가 즐겁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생각 난 것은 <카모메 식당>이었다. 은은하고 잔잔한 느낌이랄까.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고, 한 번 가보고 싶고, 그런 느낌. 그런데 이 책에 있는 무지개 곶의 찻집은 실제로 있는 곳이니 정말 근사하다. 후지산이 보이는 멋진 풍광. 상상 속의 장면 만이 아닌 현실 속에서 볼 수 있는 곳. 언젠가 한 번 가볼 수도 있는 그런 곳.

 

 이 책을 읽는 시간은 향긋한 커피 한 잔이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요즘처럼 어느 커피점에 가든 아르바이트생이 주문만 도와주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에쓰코 씨가 나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그런 분위기랄까. 기계적으로 커피를 뽑아 내주는 그저 그런 곳이 아니라,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워주는 그런 인간적인 분위기 말이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나요?"

"커피 한 잔을 타는 동안 내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이렇게 속으로 염원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커피가 맛있어진답니다." (71p)

 

어느새 나도 모르게 커피에 대고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게 된다. 그러면 정말 마음이 즐거워지고, 커피 맛도 향긋해지는 느낌이다.

 

 이 책에는 무지개 곳의 찻집에서의 봄,여름,가을,겨울이 담겨있다. 하지만 사실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부수적인 것이었다. 내 머릿 속에는 온통 소박한 일상이 잔잔하게 느껴지는 무지개 곶의 찻집만 떠오를 뿐이었다. 손님에게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주고, 그 곳 만의 바나나맛 아이스크림을 살짝 서비스로 주기도 하는. 단골을 자청하고 싶은 그런 찻집을 떠올려본다. 그런 곳이 내 근처에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읽고 부러움 가득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글씨체가 맘에 들었다는 아주 사소한 감상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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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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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옛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많이 간다. 최근 드라마에서도 시공을 넘나드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아서일까? 지금 내가 누리는 것은 옛날 그 어떤 왕이라도 절대 누릴 수 없었던 것이기도 하다. 예를들어 스마트폰으로 일정 입력하고,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통화를 하며, 단기간에 해외여행을 하고, 라면을 먹는 등의 사소한 일상 말이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라는 제목에 궁금함이 느껴졌다. 흔히 알려진 이야기 말고, 뒷 이야기, 숨은 비화 등에 더 솔깃한 심정처럼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나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시절에 뒷골목 풍경은 어땠을까. 나같은 일반 서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환경에서 생활을 했을까. 궁금했다. 궁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서설에 보면 저자는 역사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간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에 공감되었다.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살펴보고, 그렇게 다시 재인식된 현재를 보며 미래를 예측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나도 역사에 서서히 관심을 갖게 되나보다.

 

 이 책은 역사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전개해나갔다. 처음에 흥미롭게 읽다가 문득 '여담을 하나 덧붙이면'이라는 곳에서 당황했다. 여담을 덧붙이지 말지, 얼토당토않는 여담으로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웃으라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덤비는 격인가? 어쨌든 나는 갑작스레 떨어진 신뢰도에 당황하며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그래도 전혀 모르던 조선 뒷골목의 풍경을 보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게 된 책이었다. 어쩌면 객관적인 사실만을 문헌을 근거로 담은 책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첨언이 사족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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