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일단 이 소설은 나의 관심을 받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라는 점이 나에게는 정말 매혹적이었다. 저자는 일본 치바현에 있는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취재해 이 책에 담았나보다. 있을 법한 이야기를 상상 속에 잘 버무려 책을 읽게 되는 것이 내가 즐기는 소설 읽기다. '이건 소설이다. 현실에 없는 허구다.'라고 느껴지는 소설보다는 '음...그 정도의 이야기는 충분히 있을만해.'라는 느낌의 소설을 읽는 편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되지 않고 독서가 즐겁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생각 난 것은 <카모메 식당>이었다. 은은하고 잔잔한 느낌이랄까.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고, 한 번 가보고 싶고, 그런 느낌. 그런데 이 책에 있는 무지개 곶의 찻집은 실제로 있는 곳이니 정말 근사하다. 후지산이 보이는 멋진 풍광. 상상 속의 장면 만이 아닌 현실 속에서 볼 수 있는 곳. 언젠가 한 번 가볼 수도 있는 그런 곳.

 

 이 책을 읽는 시간은 향긋한 커피 한 잔이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요즘처럼 어느 커피점에 가든 아르바이트생이 주문만 도와주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에쓰코 씨가 나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그런 분위기랄까. 기계적으로 커피를 뽑아 내주는 그저 그런 곳이 아니라,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워주는 그런 인간적인 분위기 말이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나요?"

"커피 한 잔을 타는 동안 내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이렇게 속으로 염원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커피가 맛있어진답니다." (71p)

 

어느새 나도 모르게 커피에 대고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게 된다. 그러면 정말 마음이 즐거워지고, 커피 맛도 향긋해지는 느낌이다.

 

 이 책에는 무지개 곳의 찻집에서의 봄,여름,가을,겨울이 담겨있다. 하지만 사실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부수적인 것이었다. 내 머릿 속에는 온통 소박한 일상이 잔잔하게 느껴지는 무지개 곶의 찻집만 떠오를 뿐이었다. 손님에게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주고, 그 곳 만의 바나나맛 아이스크림을 살짝 서비스로 주기도 하는. 단골을 자청하고 싶은 그런 찻집을 떠올려본다. 그런 곳이 내 근처에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읽고 부러움 가득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글씨체가 맘에 들었다는 아주 사소한 감상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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