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류성훈.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왔고 대학에서 시창작과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다. 시집으로 《보이저1호에게》가 있다. (책날개 발췌)
시를 쓰는 마음으로 쓴 책인 만큼 저는 이 글들을 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시로 읽히든 산문으로 읽히든 이 책은 '사물'에 대한 제 고백이자 찬가이며 관점이자 관점에 대한 자성입니다. 동시에 대상에 대한 저의 사물이건 타자이건 모든 대상에 대한 새로운 바라봄은 우리 생의 진정한 긍정임을 저는 믿습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정성된 사물을 선물하듯, 저는 저의 작은 사물론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책머리에 중에서)
이 책에는 스무 가지 사물에 대한 사색이 담겨 있다. 우산, 자전거, 등, 옷, 칼, 의자, 공구, 노트, 만년필, 도장, 악기, 다기, 식탁, 냉장고, 카메라, 시계, 재봉틀, 이불, 신발, 상자 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사물과 연관되는 기억을 떠올리고 그 사물에 대한 생각을 문자화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자신의 과거와 만나고 예전 생각을 떠올리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느꼈을지도 모를 일도 있을 것이고, 저자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짚어주어서 인식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매미허물을 이야기하며 옷과 수의, 배냇저고리까지 생각을 이어가는 것도 그렇고, 특히 다음 문장에서는 지금까지 나를 감싸고 있던 옷에 대해 재인식하게 되었다. 옷이 나에게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를 떠나, 잊어야 버틸 수 있는 것과 잊지 말아야 더해질 수 있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시인의 시선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사물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다.
당신의 옷이 내게 말해주는 것, 내 옷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이 있는 방식으로, 세상엔 잊어야 버틸 수 있는 것과 잊지 말아야 더해질 수 있는 것이 있다. 사람에게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밀착된 사물은 옷일 테고 그 옷의 의미와 언어의 일부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것들은 나를 말하고 있고 내가 허물을 벗은 한참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62쪽, 옷)
상자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다. 저자에 의해 나의 생각은 시야를 넓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사물을 바라본다.
우리가 태반에 싸인 채 이 세상에 도착하듯이, 사물은 대개 상자에 담긴 채 도착한다. 그것은 상자 밖에서 만들어지지만 한번은 상자에 들어갔다가 본격적으로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된다. 물론 상자 밖으로 영영 나오지 못하는 사물들도 있다는 점에서 사물과 인간은 모두 씁쓸한 출발선을 가졌고, 우리는 죽어 다시 한 번 상자속에 들어가므로 상자는 모든 시작과 끝에 위치한 사물에 가깝다. (265쪽. 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