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플래그'라는 단어의 의미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플래그'는 클리셰의 하위 개념으로 복선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어떤 조건을 만족했을 때 해당 결과값이 나오는 것을 뜻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용어로 쓰이다가 일부 시뮬레이션 게임에 사용되면서 점차 영화, 웹툰, TV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로 쓰임이 확대되었다. 특정 정보를 알리기 위해 '깃발을 드는 움직임'에서 이름 붙여졌으며, 흔히 영화나 소설, 애니메이션에서 특정 조건이 성립되는 상황을 '플래그가 세워졌다'라고 표현한다. '사망 플래그'는 캐릭터의 죽음을 예고하는 서사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책날개 중에서)
수상쩍은 저택에 들어가는 사람은 죽는다, 황천길 선물로 비밀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죽는다, 대화로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은 죽는다, 비밀 정보를 전하려고 하는 사람은 죽는다, 보스에게 작전 실패를 보고하는 사람은 죽는다… 정말 다양한 사망 플래그가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맞아, 맞아' 하는 시간을 보낸다. 특히 창작자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자료라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들의 적절한 죽음에 따라 작품이 달라지니 말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만 해도 그냥 독특하고 웃기다고만 생각했는데, 맺음말을 보며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보통 노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완성하고자 최근 반년간 집중해서 캐릭터의 사망 장면만 반복해서 보았다고 한다. 그의 노력과 시간으로 작품 속 사망 플래그 도감이 탄생했으니 이 책의 가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