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5% 생존 트레이닝 - 체력이 바닥일 때 누워서 시작하는 홈트
이시모토 데쓰로 지음, 전지혜 옮김 / 좋은생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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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를 보고 이런 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운동' 하면 트레이닝복 챙겨 입고, 신발 끈 매고, 조깅을 하든 헬스를 하든 일단 그럴 에너지와 시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니, '에이, 나는 나중에 하든가 말든가 하자'라며 뒤로 미뤄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조심스레 권한다. '운동할 체력도, 기력도, 시간도 없는 당신 딱 하나만 하고 자자!'라고 말이다. 설득력 있다. 그냥 언제 할지 모르게 내일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이것 하나만 하고 자라니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체력이 바닥일 때 누워서 시작하는 홈트'라니 왠지 정겹고 내 심정을 잘 아는 느낌 아닌가.

준비물 없이, 지금 당장, 정말 쉬운!

방전 직전의 당신을 살리는 효과 보장 매일 1분 홈트 (책 뒤표지 중에서)

이 말에 흥미를 가지고 이 책 『체력 5% 생존 트레이닝』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시모토 데쓰로. 여성 전문 퍼스널 짐 '리메이크', 여성 전문 피트니스 숍 '린메이크' 대표이며,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운동법에 특히 뛰어나다. 지금까지 약 1만 명 이상을 지도, 현재도 현역 트레이너로 활동 중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의지가 약한 사람, 운동할 시간이나 체력이 없는 사람도 꾸준히 운동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성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습니다. 지금까지 여성 전문 헬스 트레이너로서 1만 명 이상을 지도하며 습득한 지식을 총동원해, 아주 쉽고 한 번만 따라해도 확실히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만 모았습니다! (5쪽)

이 책의 구성이 흥미롭다. 현재 남은 체력이 몇 %냐에 따라 펼쳐볼 페이지가 다르다. 5% 방전 직전, 즉 '일단 눕고 싶고, 밥 먹을 기력도 없고,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다니!'의 경우에는 Part 1을 펼친다. 누워서도 할 수 있는 트레이닝 후에 얼른 잠을 자자. 체력이 간당간당 20%인 경우에는, 즉 머리는 많이 썼지만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거나 일단 밥을 먹었으니 남은 시간은 쉬면 좋겠다, 잘 채비를 한 후 편하게 누워 TV를 보고 싶다는 등의 경우에는 Part 2로 이동한다. 방에서 TV를 보면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트레이닝을 하자. 60% 평소보다는 피곤하지 않은 정도에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한 후에 느긋하게 목욕하고 싶은 정도라면 Part 3으로 이동하고, 80%이상 아직 에너지가 남아있는 경우에는 가끔은 숨이 차게 운동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도록 Part 4를 펼치면 된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내일부터 제대로 하자'라고 미루기보다는 하나라도 좋으니 오늘 일단 해보고 하루를 마무리하자고 말이다. 그러면 의욕이 약간 생긴다. 그런데 무엇부터 할까. 이 책에서는 누워서 온몸을 버둥대기만 해도 의외로 효과적이라며 '손발 버둥버둥 운동'부터 알려준다. 그래,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다, 아니 매일 이거라도 하면 부담 없이 괜찮겠다 등등 생각이 많아지고 당장 한번 시작해 본다.



이 책의 장점은 남은 에너지양에 따라 운동을 추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냥 지금 내 상태에 따라서 어느 정도의 운동을 할지 고민될 때 이 책을 펼쳐들면 내 체력에 맞게 안내해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쉬운 운동만을 알려주는 게 아니다. 일단 움직이기 귀찮을 때에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그러다 보면 휴일처럼 몸을 더 움직이고 싶은 날이 있게 마련인데, 그럴 때를 위한 운동법도 일러주니 원하는 만큼 운동을 할 수 있겠다.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얻고 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의외로 내가 할 수 있는 운동, 운동이 되는 운동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일본 아마존 독자의 평 중에 ''귀찮다'는 변명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책'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그렇다. 귀찮아서, 힘 없어서, 다음에 등등의 변명이 생기려고 하면 일단 이 책을 집어 들고 방전 직전에 잠깐 하고 바로 잠에 들어도 되는 그런 운동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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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기분파 화물운송종사자격시험 Point Summary - 최신법령반영 + 시험에 자주나오는 족집게 125선 수록
에듀웨이 R&D 연구소 엮음 / 에듀웨이(주)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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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화물운송종사 자격시험을 위한 수험서다. 2022년 최신법령을 반영한 『2022 기분파 화물운송종사 자격시험 포인트써머리』이며, 최근 CBT 복원문제를 반영한 실전모의고사를 수록했다고 하니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관심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기분파'란 '기출문제만 분석하고 파악해도 반드시 합격한다!'의 한 글자씩 따서 만든 조어다. 자격시험을 위한 수험서 시리즈인데 이 책은 화물운송종사 자격시험을 위한 것이다.

이 책은 핵심이론요약과 기출문제 위주로 구성한 초단기 합격 전략집이다. 최근 기출문제 및 출제예상문제를 수록하여, 시험 전에 바짝 공부하며 실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다. 특히 시험에 자주 나오는 족집게 125선이 수록되어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각 장은 이론과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시험이 그리 멀지 않다면 문제를 먼저 풀고 거기에 맞춰 핵심 이론을 공부해 보아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합격 기준은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며, 문항당 1.25점으로 48문제 이상 맞으면 합격이라고 한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을 점검해가며 합격선에 맞게 공부하는 것도 좋겠다. 시험에 나오는 것만 제대로 공략해서 통과하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의 5장에는 상시시험 대비 모의고사가 수록되어 있다. 어느 정도 이론적인 공부가 진행되면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보며 실전을 다질 필요가 있겠다. 게다가 부록으로 도로명주소와 도로표지, 시험에 자주 나오는 족집게 125선이 수록되어 있으니, 시험직전 짜투리 시간에 한 번 더 체크해 볼 마무리 공부까지 책임져주는 책이다.




화물운송종사자격시험을 준비 중이라면 2022년 최신법령이 반영된 2022 기분파 수험서로 준비해도 좋겠다. 핵심이론요약과 기출문제 위주로 구성한 초단기 합격 전략집이니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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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클럽 회원증
캐서린 맥과이어 지음, 방진이 옮김 / 황소걸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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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단에 신경을 좀 쓰고 있다. 내가 먹는 것은 내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함께 하는 든든함이랄까. 그런 느낌을 준다. 책 제목도 '채식 클럽 회원증'이라지 않은가.

이 책은 채식 용어 등의 기본적인 정보를 비롯하여 장 보는 요령, 요리법, 특히 육식하는 사람과 외식하는 법 등을 구체적으로 일러준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특히 한 손에 들어가는 앙증맞은 크기에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정보까지 두루두루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 『채식 클럽 회원증』을 읽으며 채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보낸다.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지만, 다소 겁이 날 순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사고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채식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를 테니까요. 채식주의자가 수억 명이라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소수입니다. 이 채식 입문서는 채식주의자가 늘 갖춰두면 좋은 식재료, 요리의 기초, 육식주의자가 주류인 세상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법을 다룹니다. 그럼, 이제 채식 모험을 시작해봅시다! (머리말 발췌)

이 책은 머리말, 시작하기 전에, 영양, 채식 부엌 만들기, 요리하기, 채식주의자로 살기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부록으로 '채식 재료와 음식 해설', '채식 관련 사이트와 카페'등이 수록되어 있다.

앙증맞고 귀여운 책이니 만큼 너무 극단적이지 않아서 좋다. 우리가 매 끼니 고기를 먹는 것은 아니니, 그렇다면 다른 끼니에 충분히 채식 식단으로 먹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VB6' 같은 단어를 보아도 그렇다. 무슨 뜻이냐면 '6시까지 채식 vegan before six'의 약자라는 것이다. 아침과 점심은 채식하고, 저녁은 식단에 제약을 두지 않는 것이라고 하니 '나는 채식주의자 아니야', '나는 고기 좋아해서 채식 못해'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어느 끼니에는 채식만 하는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이왕이면 채식을 하는 것이 어떤 점에서 좋은지 조목조목 짚어주니 도움이 된다.



사실 도움을 좀 받고 싶었던 식단의 경우는 우리와 식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소소한 것까지 챙겨주는 책이다. 혹시 채식이 아닌 음식을 먹고 싶지 않을 경우, 핑계를 댈만한 착한 거짓말까지 말이다. 상대방이 고집이 세거나 잘 모르는 사람일 경우에 간단한 그 한 마디로 모면할 수 있게 알려주니 혹시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말해보아도 괜찮겠다. 그래도 거짓말하기가 마음이 편치 않다면 그냥 "괜찮습니다"라고 해도 된다고, 그리고 물론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고 일러준다.

또한 여행할 때 비행기를 탄다면 채식 메뉴를 제공하는 부분을 알아보면 좋을 것이다.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요리 VLML와 완전 채식 요리 VGML는 거의 모든 항공사에서 제공하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채식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니 슬슬 넘겨보며 도움이 되는 부분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채식은 식단에서 고기를 빼는 게 아니라 특별함을 더하는 겁니다.

『채식 클럽 회원증』은 작지만 채식주의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들어 있는 깜찍한 책입니다.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분에게 채식 입문서로 '강추'합니다.

-함현정 | 망원동 비건식당 '다이너재키' 대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책이다. 사실 외식을 하면 정말 채식인지 아닌지 짐작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국물 요리가 육수를 우려내는 것이니 기본적으로 채식이 아니긴 하다. 즉 우리는 채식을 하는 줄 알았지만 의외로 비건과는 거리가 먼 식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혼자서 채식을 하려면 이것저것 체크하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함께 하면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이 강압적인 채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 없이 조금이라도 채식 생활을 하기 위해 어떤 점을 알아두어야 할지 짚어주는 책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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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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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다. 예전에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담은 책 『일터의 문장들』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되었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유명 인사'라는 거대한 행성을 탐사한다는 취지로 2015년 7월부터 연재 중인 심층 인터뷰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인터뷰집인 그 책을 읽은 후라서 그런지 이 책에 더욱 특별한 기대를 하게 되었다.

선생님이 암에 걸려 투병 중이던 2년 전 가을, 나는 당신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때 선생님은 말했다.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에요. 때가 되었구나. 겨울이 오고 있구나…… 죽음이 계절처럼 오고 있구나. 그러니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

선생님은 '라스트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당신의 지혜를 '선물'로 남겨주려 했고, 나는 그의 곁에서 재앙이 아닌 생의 수용으로서 아름답고 불가피한 죽음에 대해 배우고 싶어 했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의 삶'이라는 커리큘럼의 독특한 과외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사전에 대화의 디테일한 주제를 정해두지 않았고, 그날그날 각자의 머리를 사로잡았던 상념을 꺼내놓았다. 하루치의 대화는 우연과 필연의 황금분할로 고난, 행복, 사랑, 용서, 꿈, 돈, 종교, 죽음, 과학, 영성 등의 주제를 타고 변화무쌍하게 흘러갔다.

(5~6쪽, 프롤로그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인터뷰어는 김지수. 2015년부터 진행한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누적 조회수 1,000만을 돌파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인터뷰이는 이어령.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을 주관했으며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냈다. 2021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어 금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궁극적으로 이 책은 죽음 혹은 삶에 대해 묻는 이 애잔한 질문의 아름다운 답이다. 더불어 고백건대 내가 인터뷰어로서 꿀 수 있었던 가장 달콤한 꿈이었다. (9쪽)

이 책은 총 16번의 last lesson으로 구성된다. '다시, 라스트 인터뷰', '큰 질문을 경계하라', '진실의 반대말은 망각', '그래서 외로웠네', '고아의 감각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손잡이 달린 인간, 손잡이가 없는 인간', '파 뿌리의 지옥, 파 뿌리의 천국', '죽음의 자리는 낭떠러지가 아니라 고향', '바보의 쓸모', '고통에 대해서 듣고 싶나?', '스승의 눈물 한 방울', '눈부신 하루', '지혜를 가진 죽는 자', '또 한 번의 봄', '또 한 번의 여름-생육하고 번성하라', '작별인사' 가 수록되어 있다. 에필로그와 라스트 인터뷰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로 마무리된다.



"나는 곧 죽을 거라네. 그것도 오래 지나지 않아.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쏟아놓을 참이야. 하지만 내 말은 듣는 귀가 필요하네. 왜냐하면 나는 은유와 비유로 말할 참이거든." (43쪽)

단단히 마음 붙들어매고 읽기 시작하기를 권한다. "이보게. 사람들이 죽을 때는 진실을 얘기할 것 같지? 아니라네. 유언은 다 거짓말이야."(49쪽) 같은 말에 당황하며 듣다가도, 죽기 전에 냇가에 묻어달라고 거꾸로 유언했다는 청개구리 이야기나, 삼형제 과수원 얘기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밭에 금은보화를 묻어뒀다며 열심히 파면 나온다던 그 이야기 말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가며 이어가니 정신 바짝 차리고 들어야 한다.

그러니 당신의 유언을 들을 때는 있는 그대로의 정직을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듣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얘기를 할 작정이라고. 과연 이어령다웠다. 죽음 앞에서조차 쉬운 진실보다 수사학으로 가르치겠다니! '덮어놓고 무슨 말이든 듣고 싶었던' 나는 찬물로 세수하듯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51쪽)

사실 이 책에서 발췌해두고 싶은 이야기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정말 풍성한 이야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어떤 곳을 보든 마음에 훅 파고들어오는 문장들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선생님은 그럼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의무감으로 책을 읽지 않았네. 재미없는 데는 뛰어넘고, 눈에 띄고 재미있는 곳만 찾아 읽지. 나비가 꿀을 딸 때처럼. 나비는 이 꽃 저 꽃 가서 따지, 1번 2번 순서대로 돌지 않아. 목장에서 소가 풀 뜯는 걸 봐도 여기저기 드문드문 뜯어. 풀 난 순서대로 가지런히 뜯어 먹지 않는다고. 그런데 책을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다? 그 책이 법전인가? 원자 주기율 외울 일 있나? 재미없으면 던져버려. 반대로 재미있는 책은 닳도록 읽고 또 읽어." (41쪽)

풀 뜯어먹는 소처럼, 나비가 꿀을 딸 때처럼, 그렇게 독서하라는 말이다. 반갑다. 맞다. 의무감으로 읽으면 책이 재미 없어진다. 재미있게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아 읽어야 한다. 아니면 어떤 책을 읽든 그런 부분을 건져내야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어떤 부분을 펼쳐들어도 재미있어서 자꾸 브레이크가 걸린다.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나타나면 '맞아, 맞아'하면서 격하게 공감하며 책을 파고든다.



그러고 보니 『한국인 이야기』를 읽을 때에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듯 흥미로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책장을 열면 어느 부분을 펼쳐들어도 타닥타닥, 글자들이 불꽃처럼 튀어 오르는 듯하다. 그러면서 불꽃놀이처럼 내 마음에 번지며 흔적을 남긴다. 멋진 말들이 정말 많다.

-뒤늦게 깨달은 생의 진실은 무엇인가요?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거죠.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였어요. 내 집도 내 자녀도 내 책도, 내 지성도…… 분명히 내 것인줄 알았는데 다 기프트였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처음 받았던 가방, 알코올 냄새가 나던 말랑말랑한 지우개처럼. 내가 울면 다가와서 등을 두드려주던 어른들처럼. 내가 벌어서 내 돈으로 산 것이 아니었어요.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고." (312쪽)

문득 '선물'이라는 말에 내 주위를 다시 둘러본다. 투덜거리기도 하고 만족스럽지 못해 불만이기도 하고, 그런 나의 일상 속 모든 것들을 선물로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한동안 생의 진실에 대한 깨달음이 내 마음속에 여운처럼 남아있을 듯하다.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듯 흥이 나게 술술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깨달음을 군데군데 심어놓아서 집중해서 읽지 않을 수 없게 구성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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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지음, 현정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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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위대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우주의 신비를 벗겨낸 『코스모스』에 이어 우주 속에서 찾은 인류의 꿈과 희망을 담아낸 역작 『창백한 푸른 점』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보고 나면 그 연장선상으로 이 책 『창백한 푸른 점』에도 당연하게 손길이 가게 될 것이다.

'창백한 푸른 점'은 보이저 2호가 태양계 외곽인 해왕성 궤도 밖에서 찍어 보낸 사진 속의 지구 모습이다. 이 작은 점을 대하면 누구라도 인간이 이 우주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는 유일한 존재라는 환상이 헛됨을 깨닫게 된다. 거의 모든 쪽에 걸쳐 있는 최근 천문학의 성과들인 선명한 사진과 그림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을 만끽할 수 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지금은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익숙하지만, 처음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정말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지구가 이 광활한 우주에서 겨우 창백한 푸른 점 하나라는 사실에 말이다. 그러니 그 안에 사는 인간은 정말 티끌보다 가벼운 존재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책에서는 우주 속에서 찾은 인류의 꿈과 희망을 담아냈다고 하니 더욱 솔깃했다. 이 책 『창백한 푸른 점』을 읽으며 칼 세이건이 들려주는 지구와 우주 이야기에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은 우주와 행성 탐험 역사의 기록인 동시에 우주 여행이나 외계인과의 조우 등 단지 꿈으로만 여겨져온 것들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전망을 다룬 안내서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칼 세이건. (1934~1996). 시카고 대학교에서 인문학 학사, 물리학 석사,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ASA의 자문 위원으로 보이저, 바이킹 등의 무인 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했고 과학의 대중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세계적인 지성으로 주목받았다. 행성 탐사의 난제 해결과 핵전쟁의 영향에 대한 연구로 NASA훈장, NASA 아폴로 공로상 외 다수 수상했다. 대표 저서로는 영어로 출판된 과학책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코스모스』외 다수가 있다. (책날개 발췌)

<창백한 푸른 점>은 1990년 2월에 태양계 외곽에 도달한 우주탐사선 보이저 2호의 카메라가 포착한 지구의 모습이다. 이 외롭고 볼품없는 지구의 모습은 거기에 사는 우리 인간이 우주 안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알려주고 있다. 또 한편으로 그것은 우주 안에 다른 수많은 <창백한 푸른 점>들, 그곳에 살고 있을 다른 수많은 인류(지성을 가진 생물)들의 존재를 암시하는지도 모른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은 총 22장으로 구성된다. '옮긴이의 말', '서문:방랑자들'을 시작으로, 우리는 여기에 있다, 빛이 빗나간다, 엄청난 격하, 우주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구 위에 지적 생명체가 있는가, 보이저 호의 개가, 토성의 위성들, 최초의 새로운 행성, 태양계 외곽의 우주선, 성스러운 암흑, 태백성과 샛별, 땅이 녹는다, 아폴로 호의 선물, 다른 천체들을 탐사하여 지구를 보호한다, 낯선 세계의 문이 열린다, 하늘의 측량, 행성간 공간의 혼돈, 카마리나의 늪, 행성을 다시 만든다, 어둠의 세계, 하늘로!, 은하수를 발끝으로 누비며 등 총 22장의 내용이 이어진다.


이 책은 이 책을 읽는 사람을 창백한 푸른 점 속의 티끌보다 작은 존재, 한없이 작고 하찮은 존재로 바라보게 하다가도, 그래도 온갖 문제로 사라져버리는 존재가 아닌 어떻게든 극복해낼 희망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 밀고 당기고 들었다 놨다 하면서 휘어잡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인류의 장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말해주어 인류의 꿈과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희망이 꿈틀대는 느낌이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이때의 우리 후손들은 한 행성에서만 살았던 최후의 사람보다 수십 아니 수백 세대 후의 사람일 수도 있다. 그들의 문화는 우리와 다르고, 기술은 훨씬 앞서며, 언어는 변했고, 기계 지능과 더욱 밀접하게 연관되고, 아마 그들의 외모 자체도, 20세기 말에 우주의 바다로 처음 항해를 시도했던 거의 신화적인 조상의 외모와는 현저하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인간일 것이다. 적어도 많은 부분에서는 말이다. 그들은 고도의 기술을 구사할 것이고 역사 기록도 있을 것이다. (415쪽)


코스모스 저 너머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 책에서 칼 세이건은 우주와 함께 살아갈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

그런 책이 있다. 책은 그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냥 작은 존재감에 불과했는데, 펼쳐 드니 우주를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이 책이 그렇다. 몇 년 전부터 책장 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펼쳐 드니 우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어나가다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주에서 바라볼 때 지구가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실망하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하고 복잡한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우주 어딘가에 인류와 같은 생명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짐작해 보는 것도 정말 신비롭다.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폭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우주를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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