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송현수. 세상의 다양한 현상을 수학적 또는 과학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사건들 사이의 숨은 연결고리를 찾는 일을 즐긴다. 지은 책으로 음료와 술 속에 숨은 유체역학적 원리를 설명한 <커피 얼룩의 비밀>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유체역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야기한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이 있다. (책날개 발췌)
'흐름의 과학'인 유체역학을 탐구하여 2018년 출간한 <커피 얼룩의 비밀>은 다양한 음료와 술이 담겨 있는 과학적 원리를 이야기하였고, 2020년 출간한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은 영화, 교통, 스포츠, 요리 등 실생활에 숨어 있는 흐름에 대해 말하였다. 커피 얼룩이라는 미시 세계에서 시작하여 이 세상을 아우르는 거시 세계로 확장된 시선은 이제 울창한 숲속, 황량한 사막, 드넓은 바다, 광활한 하늘 등 자연으로 향한다. 유체역학을 주제로 한 시리즈의 세 번째 책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은 인류 탄생 이전부터 지구에 살고 있었던 동물과 식물이 거친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고 진화한 형태와 구조, 생활 양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6쪽)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1장 '물 마시기의 기술', 2장 '사막에서 살아남기', 3장 '함께, 다 함께', 4장 '씨앗의 여행', 5장 '잔혹한 식물들', 6장 '동물의 집 짓기', 7장 '사냥의 기술', 8장 '물속 그리고 물 위에서', 9장 '바람을 타고 더 멀리'로 나뉜다.
가장 먼저 제목에서 말하는 이야기인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을 보고 싶었다. 처음부터 읽다 보면 바로 나오는데 술술 풀어내는 이야기에 저절로 집중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고 신기해서 집중을 아니할 수 없다.
물 마시는 이야기를 보면, 사람이 두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을 마시는 동작 역시 단순하지만 우아하게 수행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물을 컵에 따라 마시는 행동에 무슨 대단한 품위가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엎드려서 두 손을 땅에 짚고 물을 마셔보라는 것이다. 거기에서 '아, 그렇구나!' 생각하며 웃음이 터졌다.
볼을 오므려 입안의 압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물을 빨아들이거나 혀를 날름거려 답답하게 마실 수밖에 없는데, 이는 마치 개와 고양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인간의 혀는 그들에 비해 짧고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며, 입 밖에서의 사용이 익숙하지 않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물을 효과적으로 마실 수 있는지 개와 고양이에게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18쪽)
그렇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에 대한 연구 내용도 들려주니,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으며 필요한 정보도 얻고 상식도 늘려가며 재미도 추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유머 하나씩 곁들여서 들려주니 이 책을 읽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린다.
고양이가 조심스럽게 물을 마시는 이유는 후각에 민감한 코와 촉각적으로 매우 예민한 수염인 촉모에 물이 묻는 것을 본능적으로 방지하기 위함인 듯하다. 반면 개와 함께 사는 사람은 거실 바닥에 물이 튀어 흥건해지는 것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개에게 고양이처럼 혀를 세워 물을 살짝 찍어 먹게끔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말이다. (25쪽)
별다르게 인식조차 못 하던 물 마시는 행위에 대해서도 이렇게 흥미롭게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니 신기한 마음으로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