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크레이그 포스터.로스 프릴링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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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할 때만 해도 내가 이 책에 이렇게까지 푹 빠져들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래서 내가 일단 책을 실물로 만나보고자 하는 것이다. 실물을 안 보고 그냥 안 보는 걸로 결정했다면 이 어마어마한 책을 못 보고 넘어갔을 테니 얼마나 아쉬웠을까. 이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그저 그런 평범한 바닷속 생물 이야기로만 짐작했는데, 어떤 수식어로 표현해도 내 마음을 알릴 길 없어 내 표현의 빈약함을 인식한다.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온갖 수식어를 끌어모아서 표현한 다음 거기에 조금 더 보태면 된다.

바다 밑에서 이뤄진 특별한 모험, 교감, 그리고 치유

더없이 생생한 언어로 전하는, 매혹적인 야생의 바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2021 아카데미상 <나의 문어 선생님> 제작자의 감동적인 기록을 담았다고 한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서 이 책 『바다의 숲』을 펼쳐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 크레이그 포스터는 영화 제작자이자 영화감독이며,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은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아카데미상(2021년)을 수상했다. 이 책의 저자 로스 프릴링크는 거의 평생 동안 서퍼와 프리다이버로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해안을 탐구했다. 이 책의 편집자 피파 에를리히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나의 문어 선생님>의 영화감독이다. (책날개 발췌)

이 이야기가 여러분에게도 흥미로웠으면 좋겠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크레이그와 함께 노력한 시간은 큰 즐거움이었다. 나는 여러분이 그의 캡션과 사진에 홀딱 반하리라고 확신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이 바다와 더 깊이 연결되고, 내가 야생의 정수라고 믿는 경이로움과 자유로움을 경험하길 바란다. (30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제인 구달, 찰스 그리피스, 이언 매컬럼의 추천사와 로스 프릴링크의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1부 '추위와 두려움', 2부 '목적 없는 배회', 3부 '깨어나기', 4부 '다섯 길 아래', 5부 '변화의 순간'으로 이어지며, 크레이그 포스터의 에필로그, 크레이그 포스터와 로스 프릴링크의 감사의 말, 피파 에를리히의 편집자의 말, 수중 추적 지도, 찾아보기 등으로 마무리된다.




그동안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 책은 책, 그렇게 따로따로 생각해왔다면, 이건 다큐멘터리를 안 보더라도 크게 아쉬울 것이 없을 정도로 세세하고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펼쳐놓는다. 책 속의 사진이 압도적으로 시선을 끈다. 그러면서 생생한 묘사를 통해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해 준다. 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신비로운 세계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전율을 느끼면서 말이다.

나는 동작을 멈추고 내 머리 위로 '나무들' 사이를 지나가는 상어를 올려다보았다. 그보다 더 위에는 빗방울이 수면을 때리면서 폭풍 구름이 지나갔다. 그것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웠고, 행복감이 파도처럼 굽이치며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45쪽)



나도 모르게 내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 선생님은 젊은 암컷 참문어였다. 나는 몇 주일 동안 매일 그 굴을 찾아갔지만, 문어는 내 얼굴에 모래를 내뿜고 전복 껍데기를 방패로 삼아 자신을 보호했다. 몇 달이 지나자, 문어는 서서히 내가 전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나는 문어의 내부 야생 세계로 들어가도록 허락받았는데, 마치 오래된 자연의 문이 내게 열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문어 선생님 이야기를 로스와 내 아내 스와티에게 들려주길 좋아했다. 나는 다른 동물과 이런 상호 작용을 할 시간이나 열정을 쏟을 기회가 다시는 없으리란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이것은 두족류 스승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특별한 시간과 기회의 창이었다. (294쪽)



이 여행에서 나의 가장 큰 선생님들은 문어, 큰학치, 헬멧고둥, 성게, 갑오징어, 수달, 파자마상어 같은 동물이었다. 나는 매일 이 동물들과 함께 상호 작용하며 많은 해를 보냈고, 이들은 마침내 자신의 클럽에 가입을 허락했다. 그레이트아프리칸시포리스트는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야생 자연 그리고 내 주위의 경이로운 사람들과 연결되는 내 실을 복구하도록 도와준 심오한 지능이다. 내가 깊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여기서 만든 모든 실들이 언젠가 한데 얽혀 밧줄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 밧줄이 사람들과 동물들과 식물들이 만든 다른 밧줄들과 합쳐지리라고 기대한다. 이 밧줄들이 합쳐져 거대한 줄이 되길 기대한다. (368쪽, 크레이그 포스터 에필로그 중에서)

나도 함께 바다에서 모험과 교감에 동참하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하나씩 새로이 발견하고 들뜬 마음으로 탐험해나간다. 단순히 바다에 어떤 생물들이 있는지, 그곳 풍경은 어떤지, 겉모습만 담아낸 것이 아니라, 천천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진정으로 다가갔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어서 느끼는 바가 크다.

또한 그러면서 야생 바다가 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부분까지 나 또한 깨닫는 시간을 보낸다. 언젠가 다큐멘터리도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바쁜 와중에 그러한 생각마저 잊는다고 해도 이 책만으로도 충분히 그 감동을 전달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감동과 여운이 한동안 나를 들뜨게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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