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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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띠지에는 이런 말이 있다. "우리는 자주 혹하고 기어이 속는다. 그것도 확신에 차서!' 격하게 공감한다. 지난 시간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에 혹하기도 했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오류투성이인 것을 확신에 차서 믿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MBTI 결과, 주식시장의 헛소리, 장사꾼의 상술, 정치인의 거짓말… 당신이 살면서 반드시 마주할 개소리들의 목록과 그 대처법'을 알려준다고 하니 솔깃했다. 일단 이 책에 혹하며 시작한다.

이 책은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이라고 한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 『우리가 혹하는 이유』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존 페트로첼리. 사회심리학자로서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글을 쓰고 강연한다. 웨이크포리스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개소리연구소'를 열고 사회심리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들어가며 '우리는 자주 혹하고 기어이 속는다'를 시작으로, 1장 '미끼에 현혹되는 사람들', 2장 '합리적이라는 착각', 3장 '사람들은 언제, 왜 개소리를 할까?', 4장 '거짓말쟁이에게도 신봉자는 있다', 5장 ''왜' 대신 '어떻게'라고 물어라', 6장 '우리는 더 현명해질 수 있다'로 마무리된다.



아, 어렵다. 세상 일, 믿고자 하면 다 그럴듯하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한없고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아마 이 책의 '들어가기'를 읽고 나면, '어, 그래? 정말?'이라는 수많은 물음표를 내뱉으며 이 책에 집중할 것이다.

이 책은 2017년 2월, NBA 올스타 경기를 이틀 앞두고 슈퍼스타 카이리 어빙이 팟캐스트에서 흥미로운 주장을 펼쳤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주장은 바로 지구는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껏 지구가 둥글다고 배웠지만, 여행할 때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경관, 우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게 의아하다는 것이다. 모든 행성이 우리 머리 위에 있는데도, 정말 일정 주기에 맞춰 태양 주위를 돌며 일렬로 늘어선다는 게 이론적으로 맞냐는 거다. 솔직히 여기까지 읽었을 때에는 '이게 뭐지?' 싶었다.

그런데 들으면 어이없는 이야기도 많지만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거짓도 많다. 이 부분을 읽으면 아마 '정말 이것도?'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믿는 사람이 어디 어빙뿐이겠는가. 아폴로 우주비행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는데도 달에서 만리장성을 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개의 나이는 품종과 몸집에 따라 다른데도(7년 후 세인트 버나드는 54세지만 말티즈는 44세에 불과하다) 인간 나이 1년이 개의 나이 7년과 맞먹는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인간이 모자를 쓰지 않고 외출했을 때 체온이 떨어지는 정도는 바지를 입지 않았을 때와 같다고 전문가들이 입증했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온이 머리를 통해 가장 빨리 빠져나간다고 믿는다. 설탕이 과잉행동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거의 모든 실험 결과가 말하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설탕을 먹이면 과잉행동이 유발된다는 주장 역시 끊이지 않는다. 또 전문가들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데도 비타민 C가 감기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믿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13쪽)

나도 사실 책을 읽다가 우리가 흔히 믿는 것 중에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 읽고는 해당 지식을 정정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는 다시 신념처럼 믿는 지식이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헷갈리기도 하고 진짜 같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만 했다. 이 책 '들어가며'부터 달그락달그락 내 안에서 떠드는 소리가 가득 들렸다. 사실 세상 살면서 무엇이 음모이며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이 안되는 일이 많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어쩌다 한번 이 책을 읽으며 개소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나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의 저자는 매일같이 계속 개소리를 연구해왔으니 그것부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빙빙 돌아간다.



이 책에서는 전반적으로 개소리에 대해 구체적이고 진지하게 연구 분석하여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이걸 어디까지 개소리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난 단 며칠만 개소리를 연구하라고 해도 몸서리쳐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저자가 연구한 개소리에 대한 개략적인 이야기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 꽤나 제대로 연구한 세세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어서 놀라웠다.

특히 '헛소리를 감지하는 단어와 구절'을 보며 이 책의 저자가 개소리 연구에 진심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개소리라는 것을 인식하고 거기에 대해 질문할 방법까지 일러주며 개소리를 널리 알리고 있으니, 제법 유용한 정보도 얻으면서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헛소리를 소비하고 생산했지만, 존 페트로첼리는 이를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주변에 널린 헛소리와 우리 자신에 대한 착각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탐지해내는 사려 깊고 재미있는 책을 읽기에 완벽한 순간이다. 바로 이 책 말이다.

-애덤 그랜트 와튼경영대학원 교수, 《싱크 어게인》《오리지널》 저자

가볍게 읽으려고 집어 들었다가 제법 세세하고 묵직한 글을 읽으며 개소리 연구에 진심인 사회심리학자의 이야기를 보게 된 책이다.

특히 요즘처럼 어느 것이 개소리인지 혼란스러운 때에는 더더욱 개소리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세워져있어야 하겠다. 이 책이 그 기준을 제시해 준다.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라는 점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책으로 개소리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읽어보면, '오오, 세상에 이런 것도 다 연구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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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방구석 미술관 1~2 세트 - 전2권 (30만 부 기념 ‘겨울 미술관’ 에디션) 방구석 미술관 (겨울 미술관 에디션)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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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이 30만 부 기념 '겨울 미술관'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이미 방구석 미술관을 읽어본 사람이나, 이번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선물 같은 책이다.

겉모습 자체도 투명 커버로 영롱함을 더해서 눈이 내리는 듯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해 바라만 보아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예술의 맛을 깊이 우러나게 해주는 분위기다. 루돌프랑 산타랑 눈 내리는 하늘을 향해 달리고 있는 모습은 마음을 한껏 들뜨게 한다. 소장욕구를 불태우며 방구석에 미술관을 통째로 가져다주었으니 그만한 선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추운 겨울, 추워서 어디 돌아다니기 싫은 이 계절, 그리고 지금이어서 더욱 값진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다. 어디에 돌아다니기 힘든 상황이니 방구석에서 책을 통해 신나게 미술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얼마나 탁월한 선택인 것인가.

방구석 미술관 1권, 2권을 읽다 보면, 스케일 크게 방구석에서 미술관 투어를 제대로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시간 흥미롭고 설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미술에 일가견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오히려 미술에 별 관심이 없었다면 이번 기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겠다. 여러모로 색다른 시간을 선사해 줄 책 《방구석 미술관》이다.



방구석 미술관 1권에는 에드바르트 뭉크, 프리다 칼로, 에드가 드가,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폴 고갱,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바실리 칸딘스키, 마르셀 뒤샹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루한 수업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읽어나간다. 연예계 뉴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알고 보니 더 재미있어서 저절로 시선을 집중하게 된다.

방구석에서 편안하고 상세하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정말 좋다. 작품만을 진지하게 접하는 게 아니라 각각 화가들의 에피소드까지 들려주니 그림 보는 눈이 더욱 풍성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방구석 미술관 1권은 미술 교양서 최초 100쇄 돌파한 책이며, BTS RM이 읽는 미술책이라고 하니 더욱 솔깃한 느낌이다.

미술 초보 관람자들, 이제 한 걸음 떼려고 하는 사람들, 혹은 지금껏 아예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이 책이 흥미로운 세계로 안내해 줄 것이다. 낄낄 웃으며 읽다 보면 어느새 순식간에 책 한 권 뚝딱이다.



《방구석 미술관 1》의 표지 그림이 오르세 미술관이라면 《방구석 미술관 2》의 표지 그림은 서울 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이다. 표지 그림부터 방구석에 미술관을 통째로 옮겨다 놓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방구석 미술관 2권에는 이중섭, 나혜석, 이응노, 유영국, 장욱진, 김환기, 박수근, 천경자, 백남준, 이우환 등 10명의 한국 현대 화가를 만날 수 있다.

이런 느낌의 책이 좋다. '어디 한 번 볼까?'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집어 들었다가, 어어어~ 하면서 푹 빠져들어 몰입해서 읽게 되는 책 말이다.

2022년의 겨울에는 방구석에서 미술관을 통째로 가져다 놓고 나만의 미술관 투어를 제대로 즐겨본 시간을 기억해두어야겠다. 뭐 재미있는 거 없냐며 기웃거리고 있는 그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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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30만 부 기념 ‘겨울 미술관’ 에디션)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겨울 미술관 에디션) 2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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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방구석 미술관 2》이다. 2권은 한국 현대미술에 대해 다룬다. 이제 방구석에서 20세기 한국미술의 거장들도 만날 수 있다니 신나는 일 아니겠는가.

한 사람의 삶이 미술을 낳는다는 통찰을 담은 《방구석 미술관》. 이번에는 한국 현대미술가의 삶에서 나온 예술을 이야기합니다. (7쪽)

게다가 이렇게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 두 권이 한꺼번에 겨울 에디션으로 나와서 더욱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

방구석 미술관 1권에 이어 2권을 읽으며 방구석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에 빠져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에 실린 한국 현대화가들은 다음과 같다.

원조 사랑꾼 소의 화가 이중섭, 한국 최초의 여성화가 나혜석, 한국 최초의 월드 아티스트 이응노, 추상미술의 선구자 사업 천재 유영국, '심플'을 추구한 반 고흐급 외골수 장욱진,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김환기, 서민을 친근하게 국민화가 박수근, 독보적 여인상을 그린 화가 천경자,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돌조각을 예술로 모노파 대표 미술가 이우환.



이 책의 저자는 조원재. 2018년 《방구석 미술관》을 출간하여 수많은 미술 햇병아리들을 미술의 즐거움에 입문시키며 현재까지 예술 분야 독보적 1위, 최장 기간 예술 베스트셀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술술 읽히는 미술책으로 많은 사람들을 미술에 홀리게 만들었던 그가 이번에는 '한국미술'을 들고 왔다. "반 고흐는 아는데 왜 김환기는 모를까요?"라는 뼈아픈 질문을 던지며,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스토리텔링으로 보면 볼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한국 현대미술의 매력을 생생히 전한다. (책날개 발췌)

이제는 좀 알고 싶은데 알기 어려운 한국 현대미술. 그 시작을 돕기 위해 이 책은 쓰였습니다.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1세기 동안 한국 현대미술은 어땠는지, 그 흐름의 맥을 짚어 보여주고자 한국태생 미술가 10명을 방구석에 모셨습니다. 그들과 함께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 수다 떠는 중에 '한국의 예술'이 '세계의 예술'로 확장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6쪽)

이 책에는 10명의 한국 미술가에 대해 실려있다. 이 책 역시 목차만 보아도 궁금한 것 투성이가 되며, 얼른 답을 보고 싶은 질문들이 보였지만, 특히 한국의 미술가에 대해서는 더 모르는 것이 많아서 그냥 이 책은 순서대로 읽으며 작가의 이야기에 따라가보기로 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화가는 이중섭이다. '소'하면 떠오르는 국민화가 이중섭. 그런데 시작부터 제목이 이렇다. '사실 그에겐 두 개의 사랑이 있었다?'

읽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낚였다고. 그런데 이렇게 낚이는 것 정말 좋다. 기꺼이 낚이겠'소'. 흥미진진하게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중섭이 사랑하는 것은 소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소를 그리던 스물 셋 중섭은 야마모토 마사코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문화학원 선후배 사이였던 둘은 그렇게 캠퍼스커플이 되죠. 조선 남자와 일본 여자의 만남이라. 당시 분명 쉽지 않을 만남이었을 텐데요. 그만큼 둘의 사랑은 뜨거웠습니다. 1940년부터 1943년까지 3년간 꾸준히 엽서에 그림을 그려 애정 공세를 펼치는 중섭. 사랑으로 활활 타올랐을 1941년에는 무려 80여 통을 그려 보냅니다. 거의 4~5일에 한 번씩 엽서에 그림을 그려 마사코에게 보낸 꼴이죠. 마음속에서 매일 다르게 꽃피는 사랑의 모양을 그려낸 엽서화. 그만큼 각각의 엽서화마다 색다른 사랑의 감정이 피어오릅니다. 마사코 역시 그랬겠죠?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전하는 사랑이라니, 참 로맨틱합니다. 중섭은 예술에서나 사랑에서나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던 열정가였습니다. (22쪽)

달달하고 애틋하고 안타깝고…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가게 되는 것은 그의 작품만이 아니라 인생이 담겨있어서 가능하리라. 그 이야기가 이 책에 펼쳐지니 폭풍처럼 몰입해서 읽어나간다.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방구석 미술관은 작가의 작품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체의 인생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런 인생에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인과성 같은 것이 느껴지면서, 10명의 예술가를 10편의 작품으로 만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 정말 흥미롭다. 단지 한 권의 책인데, 그저 책 속의 인쇄된 활자에 불과한데, 펼쳐들어 읽어나가니 책 속의 활자들이 꿈틀꿈틀 움직이며 파바박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만큼 생생하게 이 책 속의 예술가들과 작품이 살아 숨 쉬며 내 앞에 떡 하니 나타나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이름만 알아도 상관없고, 이름도 잘 몰라도 괜찮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하나 제대로 짚어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한국 미술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롭다니, 이건 내가 직접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하더라도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제목도, 그에 부합하는 내용도, 모두 독자를 흥미롭게 한다. 혹시 '나 미술 잘 모르고 그냥 그래'라고 생각한다면, 일단 그 말 하기 전에 이 책부터 읽어보시라. 막 흥미가 느껴지고 궁금하고 새롭게 보이고 그럴 것이다. '나 그동안 잘 몰랐는데 미술에 흥미 있나봐.'로 이야기가 바뀔 것이다.

그런 두근두근한 감정을 선사해준 책이어서 페이지가 줄어들며 아쉬움마저 느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설레게 해준 미술책, '방구석 미술관'이니, 특히 요즘처럼 미술관에 직접 가기 힘든 때라면 더더욱 이 책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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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30만 부 기념 ‘겨울 미술관’ 에디션)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방구석 미술관 (겨울 미술관 에디션) 1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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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겨울미술관 에디션으로 새로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나는 쾌재를 불렀다. '그때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라는 생각과 '언제 한 번 또 읽어야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 실천만 하면 되는 거였다.

책은 읽고서 아무리 감동을 받았다고 해도 시간은 그것을 희석시킨다. 그렇다고 어차피 잊을 거 그냥 안 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러니 이렇게 스페셜 에디션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지금은 마음먹는다고 해도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니 이번 오르세미술관 에디션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표지를 보면 오르세미술관 앞에서 루돌프랑 산타랑 눈 내리는 하늘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 아닌가.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들뜬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며 방 안에서 마음껏 미술관 투어를 즐기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책 《방구석 미술관》과 함께 미술의 세계에 푹 빠져드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조원재. '미술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모토 아래 2016년부터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을 진행하고 있다. 미술에 대한 오해와 허례허식을 벗겨 모두가 '미술, 사실은 별거 아니구나!'를 깨닫고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방구석 미술관》(2018)과 《방구석 미술관2 : 한국》(2020)을 출간했다. 이 시리즈는 수많은 미술 햇병아리들을 미술의 즐거움에 입문시키며 예술책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예술가를 생생한 시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이 책을 펼친 당신은 예술가의 작품 탄생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방구석에서 낄낄대며 만나게 될 것입니다. (들어가며 중에서)

이 책의 목차를 보면 14가지 질문으로 구성되는데, 거기에서 궁금한 질문이 눈에 띌 것이다. 아, 사실 나는 다 궁금했다. 특히 그림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반전 매력이 있는 질문들에 시선이 가니 골라서 보아도 되고 그냥 차례차례 보아도 좋겠다.

죽음 앞에 절규한 에드바르트 뭉크가 사실은 평균 수명을 높인 장수의 아이콘?,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그림 <키스>의 구스타프 클림트가 사실은 테러를 일삼은 희대의 반항아?, 19금 드로잉의 대가 에곤 실레가 사실은 둘째 가라면 서러운 순수 지존?, 로맨틱 풍경화의 대명사 클로드 모네가 알고 보니 거친 바다와 싸운 상남자? 등등 제목만 보아도 읽고 싶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처음에 나오는 뭉크 이야기부터 역시나 재미있게 쏙 빠져들어 읽어나간다. 원래 재미있는 건 또 봐도 재미있지 않던가. 난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읽었으면서도 이번에 또 낄낄거리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절규의 화가, 뭉크는 평생 관절염과 열병에 시달리면서도 대한민국 남성 평균수명을 상회하는 81세까지 오래오래 살았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심지어 1918년 클림트와 실레마저 요절하게 만든 스페인 독감에 걸렸을 때에도 끝내 살아남으며 생명연장의 꿈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정말 병약했던 사람 맞나요?'라는 질문에 '그러게요'라고 답변하며 계속 읽어나간다.

지루한 수업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읽어나갔다. 연예계 뉴스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알고 보니 더 재미있어서 시선 집중한다.




이 책은 오르세미술관 에디션이다. 내가 그곳에 간 것은 이 책이 나오기 전이었다. 알고 보았으면 더 짜릿하고 흥미로웠을 텐데 그 점이 매우 아쉽다.

하지만 이렇게 방구석에서 편안하고 상세하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정말 좋다. 작품만을 진지하게 접하는 게 아니라 각각 화가의 에피소드까지 들려주니 그림 보는 눈이 더욱 풍성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은 작품과 작가 모두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의 참신한 느낌 못지않게 다시 읽어도 그에 뒤지지 않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미술교양서 최초 100쇄 돌파한 책이며, BTS RM이 읽는 미술책이라고도 한다.

미술에 관련 없는 사람들이나 이제 막 발을 디디려고 하는 사람들, 혹은 아예 관심이 없었더라도 상관없다. 이 책이 흥미로운 미술 세계로 데려다줄 것이다. 기대 이상의 세계로 안내해 줄 테니, 이 책이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낄낄 웃으며 빠져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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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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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에쿠니 가오리 소설 『웨하스 의자』 리커버 개정판이다. 이 소설은 에쿠니 가오리의 2001년 작이다. 사랑이 허용되지 않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에쿠니 가오리의 시선으로 표현해냈다고 한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나는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갈등을 했다. 여자는 중년의 독신이고, 남자는 결혼해서 딸까지 있는 유부남이라고 하니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 마냥 조심스러웠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나에게 극과 극의 체험을 하게 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읽다가 그 기분 그대로 끝까지 가게 되기도 하고, 정말 푹 빠져드는 인생작을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혹시나 인생작을 놓칠까 우려되어 결국은 이 책을 읽어보는 것으로 마음을 결정했다.

특히 신간이 아니라 리커버 개정판이라는 점에서 읽어보고 싶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으며 나 자신이 어떤 느낌을 받게 될지 그것을 궁금해하며 이 책 『웨하스 의자』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에쿠니 가오리.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난 에쿠니 가오리는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 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문득 영화를 보다가 우당탕탕 정신없이 싸우고 던지고 때리고 복잡한 화면인데, 다른 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으면서 배경음악으로 클래식 음악이 나오던 순간이 떠오른다. 이 소설이 그런 느낌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어찌 그렇게 담담하게 풀어내는지…….

그리고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무언가가 특별한 소재가 되어 비로소 제대로 의미를 담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테면 웨하스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그 소재는 소설 전반을 휘감고 존재감을 강하게 뿜어내는 위력이 있으니, 그 또한 에쿠니 가오리의 필력 아니겠는가.

어렸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웨하스였다.

바삭하고 두툼한 게 아니라, 하얗고 얇고 손바닥에 얹어만 놓아도 눅눅해질 것처럼 허망한 것이다. 잘못 입에 넣으면 입천장에 달라붙어 버리는.

사이에 크림이 살짝 묻어 있지만, 그것은 크림이라기보다 설탕을 녹인 페스토처럼 묽다. 얇고, 애매한 맛이 났다.

나는 그 하얀 웨하스의 반듯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그리고 당연히 의자지만- 절대 앉을 수 없다. (72쪽)



내게 인생이란 운동장 같은 것이다. 입구도 출구도 없고, 물론 어딘가에는 있을 테지만, 있어도 별 의미가 없다. 무질서하고, 전진도 후퇴도 없다. 모두들 그곳에서, 그저 운동을 할 뿐이다. 나는 그곳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77쪽)

그런 사랑 이야기가 이 소설 속에서 펼쳐진다. 그런 인생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책이다. 묘하게 여운이 남는다. 이 책을 읽으며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해 생각해본다.

옮긴이는 20년 만에 이 작품을 새로운 해석과 함께 꼼꼼하게 정성 들여 다듬어보았다고 한다. 다시 꼼꼼하게 손보았다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느낌을 줄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새로운 기분으로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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