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 녹말음식은 어떻게 살을 빼고 병을 고치나, 재개정판
존 A. 맥두걸 지음, 강신원 옮김 / 사이몬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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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싶어진 이유는 이 추천사 때문이었다.

당신은 이 책을 다 읽으면 집으로 달려가 냉장고에 있는 가짜음식을 쓰레기통에 다 버릴 것이다.

_존 로빈스(<음식혁명> 저자)

사실 항상 건강한 음식만 먹고사는 것은 아니니, 나도 떠올려보니 얼핏 몇몇 가지 식재료가 생각났다. '다시 안 먹기로 해놓고 왜 또?'라는 푸념은 잠시, 마음을 고쳐먹기로 한다. '그래도 괜찮다.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

그렇게 하는 데에 이 책이 도움을 주리라 생각되었다.

책을 펼쳐 드니 이 책이 이미 재개정판인데다가 수많은 이들의 추천사로 장식된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내몸이 최고의 의사다》 저자 임동규 농부의사의 추천사를 읽다가 내 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해결책을 발견하고는 눈이 번쩍 뜨인다.

이 책은 채식을 하지 않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채식인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채식인들은 식단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골고루 먹어야 하니 콩과 견과류를 챙겨 먹어야겠지? 배는 좀 부르긴 한데 한 숟가락을 더 먹을까 말까? 이런저런 고민이 많습니다. 기존 영양학에 세뇌된 지식이 남아있어 영양이 부족할까봐 걱정을 하고, 더 먹으면 살찔 것 같은 사소한 걱정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걱정까지 날려버립니다. 살을 찌게 하는 주범은 육식이며, 육식주의의 잔재입니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 콩음식을 먹어야 하며, 오메가-3를 위해 견과류를 꼭 챙겨먹어야 한다는 논리는 허구이며, 육식주의의 연장선이라는 사실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논리적으로 설명해줍니다. (11쪽)

나도 채식을 지향하지만, 사실 건강을 위해 챙겨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먹는 음식들도 있기 때문에, 더욱 이 책의 필요성을 느끼며 계속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존 맥두걸. 고기와 유제품을 너무 먹어 18살에 중풍에 걸렸다. 친구들보다 20~30kg 더 비만이었다. 오랫동안 병원을 들락거렸지만 실패했고 후유증으로 지금도 다리를 절룩인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싶어 의대에 진학했다. 전 과목 A를 받고 의대를 졸업했고 의사가 되었지만 약과 수술로 일시적인 고통을 덜어줄 수밖에 없었다. 만성질환의 원인은 알 수 없었다.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에서 책임의사로 일하면서 그는 깨닫는다. 이민 1세대는 병이 없는데, 2,3세대는 왜 병이 많을까? 육식과 유제품이 원인임을 알게 되었다. 이후 고기와 유제품의 해악을 널리 알리고, 녹말음식과 채식의 전도사가 된다. 맥두걸 프로그램을 열어 수만 명의 체중을 줄이고 병을 고친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11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엉터리 의사였음을 나는 고백한다', 챕터 2 '인간은 녹말을 먹는 동물이다', 챕터 3 '녹말음식을 먹으면 왜 날씬해지나?', 챕터 4 '동물성식품에는 3가지 독성물질이 있다', 챕터 5 '녹말은 어떻게 인간의 질병을 치유하는가?', 챕터 6 '그러면 단백질은 어디서 섭취하나요?', 챕터 7 '그러면 칼슘은 어디서 섭취하나요?', 챕터 8 '어느 물고기 사냥꾼의 고백', 챕터 9 '뚱뚱한 채식주의자', 챕터 10 '영양제에는 영양이 없다', 챕터 11 '설탕과 소금은 죄인이 아니다'로 나뉜다.

독자 여러분들은 아마도 고기, 생선, 계란, 우유, 유제품 등을 멀리하고 과일과 채소를 위주로 하는 다이어트의 장점에 대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일과 채소만으로는 완벽할 수 없다. 녹말이 많이 든 음식을 같이 먹어야 한다. 배추나 시금치 같은 채소와, 사과나 오렌지 같은 과일을 먹더라도 항상 공복감이 남기 때문이다. 물론 과일과 채소는 몸에 아주 좋은 음식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포만감을 주지 못한다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다. 그 공복감 때문에 무엇인가를 몸에 채워 넣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건강과 체중에 문제를 일으키는 나쁜 음식에 손을 뻗치게 만드는 것이다. (48쪽)

그래, 이거다. 요즘 과일과 채소를 잘 챙겨먹으려고 하고 있지만, 금세 배가 꺼지고, 그러고 나면 나는 나쁜 음식을 채워 넣는 경우가 있었다. 탄수화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밥의 양은 줄이게 했음에도 몸에 좋지 않은 다른 음식들을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 무덤덤했던 것이다. 밥을 조금 먹고 버티다가 괜히 다른 것을 먹을 바에는 밥을 좀 더 챙겨 먹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다.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이 있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만든다는 말이다. 현재의 당신은 당신이 먹은 것의 결과물이라는 말이다. 먹는 대로 몸이 변한다. 더 나아가서 우리가 먹는 대로 세상도 변할 것이다. (212쪽)

음식을 다시 재정비할 때가 되었나 보다. 내가 이 책을 만난 것을 보면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먹었던 음식들, 맛있다고 먹었던 음식들을 한 번에 끊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고 먹을지 말지 결정할 수는 있겠다. 이 책이 이왕이면 건강한 음식으로 선택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의 옮긴이 강신원에게도 이런 일화가 있다.

요즘도 아주 간혹 술자리에서 고기 몇 점을 먹기도 하는데, 친구들이 '왜 먹지 않느냐'고 성화를 낼 때는 어쩔 수가 없다.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서 먹는 시늉을 할 뿐이다. 왜 까다롭게 채식만 하냐고? 고기를 안 먹다 보니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버렸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소고기든 닭고기든 우유든 피자든 가리지 않고 먹던 내가 말이다. 몸무게는 당연히 15kg 정도 빠졌고 피부도 깨끗해졌다. 가끔씩 주민등록상 나이가 실제로 맞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듣게 되었다. 봄마다 괴롭혔던 알레르기도 사라졌다. 최근 20여 년 동안 한 번도 병원에 가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갈 생각이 없다. (275쪽)

이 책은 어쩌면 수많은 의문과 함께 읽어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부터 점검해야하니 말이다. '정말 그게 아니라고?'라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재개정판이고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며, 양심의사들의 찬사도 받은 책이니 일단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그로 인해 날씬해졌고 병을 고쳤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_콜린 캠벨(영양학자, <무엇을 먹을 것인가> 저자)

채식을 하고 있지만 영양이 부족할까 걱정되는 사람, 내가 하고 있는 식사가 어떤지 점검하며 건강하게 식사를 마련해 보고 싶은 사람 등등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은 많을 것이다.

특히 저자는 상업주의에 물든 것이 아니라, 누가 뭐라든 상관없이,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꾸준히 이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믿음이 간다. 게다가 원문출처 및 참고 자료도 책 뒤에 빼곡히 정리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더 깊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항상 단백질, 견과류 등을 잘 챙겨 먹지 않아서 부족하다고만 생각하며 지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그런 것은 염려할 부분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식생활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음식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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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 에세이 - 구정화 교수가 들려주는 일하는 사람의 존엄한 권리 이야기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구정화 지음, 이선이 감수 / 해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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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꼭 읽고 알아야 할 노동인권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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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 에세이 - 구정화 교수가 들려주는 일하는 사람의 존엄한 권리 이야기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구정화 지음, 이선이 감수 / 해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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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구정화 교수가 들려주는 일하는 사람의 존엄한 권리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 에세이』이다. 사회·논술 교과와 연계한 청소년 필독서이며,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일과 노동의 가치' 교육목표 반영 확정된 서적이다.

이 책은 노동인권에 대한 여러 이슈를 충실하게 담고 있습니다. 노동의 역사부터 AI까지, 근로계약부터 특수고용까지, 노동인권이 궁금한 청소년에게는 가장 친절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_이선이 | 공인노무사, 울산광역시교육청 학생노동인권교육위원회 전문가 위원

청소년에게 노동인권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여 이 책 『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 에세이』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구정화. 2002년부터 경인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청소년들에게 복잡한 사회 현상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일에 앞장서 왔다. 특히 '지혜로운 사람은 작은 힘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청소년들이 사회 속에서 건강하고 주체적인 개인이자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한 올바른 관점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어왔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노동의 개념과 역사, 헌법과 법률로 정한 노동권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헌법 조문이나 노동 관련 법조문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노동인권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실정법에 반영하고 있는지를 서술했다. 이런저런 곳에서 다양하게 노동을 할 청소년이 노동이나 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자신의 노동권리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권리를 어떻게 존중받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4~5쪽, 들어가는 글 중에서 발췌)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노동과 인권 이야기', 2장 '청소년과 노동, 그리고 인권', 3장 '우리 사회와 노동인권 문제', 4장 '행복한 노동을 위한 연대'로 나뉜다. 각 장의 끝에는 '영화로 보는 노동인권 이야기'와 '더 나은 노동을 위한 생각 더하기'를 볼 수 있다. 부록으로 '꼭 알아둬야 할 청소년 노동 관련 서류'가 있다.

그냥 책 제목만 보아서는 자발적으로 펼쳐보기에 약간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노동인권이라고 하니 어려운 내용이라 짐작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눈 딱 감고 일단 펼쳐보기를 권한다. 되도록 쉽게 설명해 주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이야기 듣는다고 생각하고 집중해도 되겠다. 그러다 보면 의외로 흥미롭게 읽으면서 알아야 지식도 하나씩 쌓이고 있을 테니 말이다.



어려운 단어는 쉽게 풀어주고, 더 알아두면 좋을 상식도 일러주며, 우리가 접하는 이슈도 노동인권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들려주니 도움이 된다. 지금껏 노동인권에 대해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2021년 1월, 우리나라 전체가 꽁꽁 얼어붙는 것 같은 극한 추위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그 시기에 '백화점 주차요원들 코트 입는 거요'라는 제목의 글이 SNS에 올라왔다.

주된 내용은 '백화점 주차요원들이 추위에 떨면서 실외에서 일하는데 이들에게 코트 대신에 패딩을 입게 했으면 좋겠다', '조만간 더 심한 추위가 온다는데 일하는 청년들의 건강과 인권을 생각해서 패딩을 입도록 백화점에서 허락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백화점에 직접 건의하면 효과가 클 것 같습니다' '저도 님처럼 항의 부탁 전화를 해야겠네요' '백화점 고객센터에 건의 글을 써야겠네요' 등과 같은 의견이었다.

원글을 작성한 이는 다음 날 직접 해당 백화점에 건의하였고 백화점에서 고려해 보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나아가 그는 다른 백화점에도 관련 사항을 민원으로 접수하였고 다른 이들도 이런 요구를 했다.

생각보다 상황은 빨리 바뀌었다. 이 일이 있고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많은 백화점이 주차요원들에게 롱패딩을 지급한 것이다. 이를 가능케 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하여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인권이라는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한 사람, 그리고 그런 문제 제기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공감한 사람, 구체적인 행동으로 그런 일을 고쳐야 한다고 이야기한 사람, 그리고 사회 변화를 위해 실제로 행동한 사람. 이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61쪽)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냥 그러려니 생각했던 것들이 바꿔야 하고,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니, 더 알고 싶고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들도 이 책을 읽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자연스레 노동인권에 대한 지식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알아간다. '이것도 알고 있나요? '청년유니온''이라는 질문에 사실 '청년유니온'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은 전업 노동자가 아니니 노동조합 가입이 안 된다. 바로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단체가 있다. 노동과 관련한 권리를 직접 지키려는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다. 2010년 3월에 만들어진 이 노동조합은 실업자, 비정규직, 정규직 등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만 15~39세 청년이라면 누구든 가입할 수 있다. (109쪽)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 만들어나갈 세상은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청소년들이 노동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고 사회를 볼 수 있는 시각이 있어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 이 책에 담긴 '노동인권 토론방'에 있는 내용에 대해 토론도 해보고 자신의 의견을 갖추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보도록 다양한 문제 제기를 해주니 노동인권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구축할 수 있겠다.

각 장의 끝에는 '영화로 보는 노동인권 이야기'도 있는데, 간단한 영화 정보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함께 영화를 보고 나서 거기에 대해 토론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일상에서 우리는 노동과 노동자와 연결되어 있다. 노동이 여전히 남의 이야기 같고 다른 사람의 문제인 것 같지만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고, 주변 사람의 이야기이며, 곧 나의 이야기가 된다. 이 책을 읽은 청소년 여러분도 조만간 일을 하게 될 것이다. (308쪽)

공부 잘하고, 시험 잘 보고, 그게 전부가 아닌 세상이다. 노동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특히 어렸을 때 함께 생각하고 익히면서 갖춰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데에 있어서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이렇게 노동인권에 대해 알아가면서 청소년이 맞이할 미래 세상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건강하게 일하고 행복하게 꿈꾸며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청소년 필독서로 하고, 노동인권에 대한 지식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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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세끼 1
치즈 지음 / 므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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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백수세끼』 1권이다. 하석진 고원희 임현주 주연 2021년 <백수세끼> 드라마 방영작이라고 하여 이게 끝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드라마이고, 단행본은 이게 시작이다. 아직 남은 뒷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보고 어찌나 아쉽던지.

드라마나 연작소설 같은 경우 마지막회가 끝나는 것을 보고 시작하는 내가 실수한 거다.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를 순식간에 다 보고 나서 다음 권을 기다려야 하다니, 그 얼마나 멀고 험난한 길인가!



『백수세끼』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갈 곳을 잃은 젊은 청춘의 연애사입니다. 당시에는 최선이고 자신의 선택이 옳은 줄 알았으나 돌아보면 어설프고 서툴렀던 모습에 반성하고 성장해 나가는 재호와 수정이의 모습을 보고 여러분들께서 조금이라도 공감과 위로를 받으셨다면 좋겠습니다. (저자의 말 중에서)

이 책의 주인공은 재호와 수정이다. 재호는 27세, 수정의 남자친구, 대학 졸업 후 N년 째 백수 생활 중이다. 7년 동안 연애한 수정에게 문자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수정은 27세, 웹 개발 회사 2년 차 직장인이다. 재호와 같은 학교 CC이며 최근 지친 연애에 마침표를 찍었다.

N년째 취업 준비 중인 비자발적 백수, 재호

재호보다 먼저 취업에 성공한 여자친구, 수정

문자 하나로 7년간의 연인관계가 끝나고 마는데…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에는 총 16화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화 '치킨', 2화 '라면', 3화 '곱창', 4화 '떡볶이', 5화 '모둠꼬치', 6화 '제육볶음', 7화 '칵테일', 8화 '콩나물 국밥', 9화 '아포카토', 10화 '김치볶음밥', 11화 '더블치즈버거와 치즈스틱', 12화 '쌀국수', 13화 '족발', 14화 '하와이안 피자', 15화 '소시지 야채볶음', 16화 '마카롱'으로 나뉜다.

첫 시작은 재호가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별 후에도 밥은 넘어가고 김치볶음밥은 눈물 나게 맛있었던 것이었다. 다음 장면은 재호가 친구와 맥주 한잔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별했지만 멀쩡하다며 친구가 한 마디 한다.

그런데 프라이드치킨을 시켜 먹는데, 재호가 닭다리를 하나 더 먹으려고 하니, "아무리 이별한 친구라도 닭다리 두 개는 오버다."라며 친구가 버럭 한다.

장면은 바뀌고 수정이 프라이드치킨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수정은 그동안 다리를 못 먹었다며 먹으려다가 힘없이 내려놓는다.

이 책은 청춘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를 음식을 소재로 잘 엮어놓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음식의 기억과 촌철살인의 한 마디에 몰입하여 이 책을 읽어나갔다.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그 장면이 연상되어 웃음이 나기도 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올 컬러 실감 나는 구성이어서 더 그런가 보다.



예전에는 두 사람의 마음만 맞는다면 음식은 상관없으리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음식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음식을 통해 재호와 수정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곱창을 못 먹는 재호와 하와이안 피자가 싫은 수정의 이야기, 거기에 담긴 사람의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재호: 일단 한번 먹어 봐. 왜 먹어보지도 않고 그래?

수정: 먹기 싫은 걸 내가 왜 억지로 먹냐?

재호: 너 정말 이기적이다. 나는 못 먹는 곱창 너 때문에 속 뒤집어져 가면서 먹었는데 너는 먹어보지도 않고 그러냐? (262쪽, 14화 하와이안 피자 중에서)

함께 한 세월이 길다는 것은 함께 먹은 음식이 많다는 것이고, 거기에 담긴 스토리도 그만큼 풍부하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는데 어찌 식성도 같겠는가. 헤어져도 음식에 대한 기억은 남는 것이니, 그에 대한 만화 소재는 무궁무진할 것 같다.

제목도 인상적이고 내용도 참신한 이 책을 너무 금세 다 읽어버려서 아쉽기만 하다. 어서 다음 권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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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하는 말 더 이해하는 말 - 삼키기 버거운 말은 거르기로 했다
조유미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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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긋나긋 조용히 마음을 건드려주는 에세이를 읽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조용한 새벽시간에 내 마음을 툭 건드려주는 그런 글을 만난 느낌이다. 저자의 글을 건져 툴툴 털고 보니 그게 내 마음인 듯한 그런 느낌 말이다.

이 책은 150만 독자가 사랑한 '사연을 읽어주는 여자' 조유미의 첫 번째 인문 에세이 『또 오해하는 말 더 이해하는 말』이다.

늘 괜찮지는 않아도 된다. 좀 더 내 마음에 솔직해져 보자. 이 책을 읽으며 그냥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고요한 시간에 잘 어울리는 에세이 『또 오해하는 말 더 이해하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조유미. 글이 가진 힘으로 150만 구독자를 사로잡은 '사연을 읽어주는 여자' 작가다. 8년 동안 꾸준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책, 웹툰, 작사, 유튜브, 웹소설 등 시대의 흐름을 타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책날개 발췌)

남이 무심코 던진 말에 하루 종일 감정을 소모하거나, 사람과 만날 때 관계가 동등하지 못하고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사람을 위해 나의 온 세월 동안 수집한 삶의 문장을 이 책에 담았다. 매일 얽히는 오해, 그걸 풀어 가기 위한 이해. 그 중간 어디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오늘의 당신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5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나.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말', 2부 '관계. 타인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말', 3부 '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말', 4부 '마음가짐.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붙잡아 주는 말', 5부 '태도. 내 삶의 방향을 들려주는 말'로 나뉜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거기에서 이어지는 생각을 풀어내니 공감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불쾌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위로를,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생각하는 게 좋을지 판단하기도 해보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이거 해도 될까?'라는 고민은 사실 내 마음은 너무 하고 싶은데 걱정이 많아서 드는 물음표이다. 남을 배려하느라 내 몫을 없애지 말고, 먼 미래를 헤아리느라 현재를 포기하지 말고, 다른 사람 눈치 보느라 내가 원하는 것을 놓치지 말고,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럽게 몸을 맡겨 보자. 다른 사람은 기억 못해도 나는 기억하니까. 세상 사람이 다 몰라줘도 내가 아니까. (46쪽)



얼마 전 누군가가 툭 던진 질문에 바로 대답하고는 무언가 불쾌한 느낌이 한동안 나를 지배했다. 저자에게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원하는 답을 주고 나서 '아, 괜히 말해줬나' 후회가 바로 밀려왔다는 것이다. 대답을 해주고 상황이 종료되면 기분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급격하게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무례한 질문 앞에서 나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굳이 대답을 하며 착한 사람으로 보이려고 했던 일들이 떠오르며, 앞으로 나도 기준을 잘 세워서 나 자신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글이다.

친하다고 하기에는 관계가 그렇게 가깝지 않고 그렇다고 안 친하다고 하기에는 공통분모가 몇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정중하게 말하되 내 사정을 부드럽게 전달하기로 했다. "아직 어떻게 말해야 할지 정리가 안 되어서요", "그건 제가 아직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고 있지 않아서요", "그건 제가 더 확실해졌을 때 말씀드릴게요" 정도로 거절하기로 했다.

불쾌한 질문에는 억지로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상대의 기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라 거절이 힘든 사람이라면, 대답을 하지 않은 것처럼 대답하면 된다. 대답은 하지만 정답을 주지 않으면 된다는 의미이다. (82쪽)



어쩌면 지금 내가 자존감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어서 그런지, 문득 들려주는 말에 위로를 받는다.

'장점만 있는 나'도 '단점만 있는 나'도 없다. 장점도 단점도 모두 나의 한 조각이다. 장점과 단점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내가 되는 것이니 내 안에 살고 있는 나를 미워하지 말자. (212쪽)

읽다 보면 저자가 많은 생각을 하고 고민고민해서 조심스레 정성껏 글을 추리고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을 할까 말까 생각되는 부분도, 사실 우리끼리 글 속에서는 이런 말은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도록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다.

'이런 내 마음을 들키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괜찮아, 내가 그래. 내 마음이 그런 거라고 해줄게.'라며 내 과오를 덮어주는 느낌이다. 무언가 위로가 되면서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듯해서 이 책을 읽는 시간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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