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조영주 외 지음 / 해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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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코스트 베니핏, 우리말로 가성비다. 그동안 소비에 대해 말할 때에는 가성비에 대해 이야기했건만, 이 단어를 소설에서 보는 건 아마도 처음인가? 소설에서는 처음인 듯하다. 문학에서 보기 드문 단어를 소설 제목으로 썼다는 것! 거기에서부터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코스트 베니핏, 우리말로 하면 가성비

지구에서 쇼핑하기부터 우주에서 살아남기까지

조영주, 김의경, 이진, 주원규, 정명섭

다섯 작가가 들려주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에 관한 이야기들 (책 뒤표지 중에서)

다섯 작가가 들려주는 다섯 편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궁금해져서 이 책 『코스트 베니핏』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조영주, 김의경, 이 진, 주원규, 정명섭 등 다섯 명의 소설가가 쓴 다섯 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차례는 다음과 같다. '절친대행 _ 조영주', '두리안의 맛 _ 김의경', '빈집 채우기 _ 이 진', '2005년생이 온다 _ 주원규',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 _ 정명섭'



첫 소설이 조영주의 「절친대행」이다. 마땅히 연락할 만한 절친이 떠오르지 않을 때에 어떻게 할까. 현실친구는 마땅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절친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탐탁지 않은데 과연 재연의 선택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에 첫 소설부터 탄력을 받아서 속도를 내어 읽는다. 절친대행 서비스를 하는 곳이 진짜로 있을 것만 같아서 검색까지 해봤다! '그럴 리가'에서 '그럴 수도'라는 생각으로 바뀐다는 것은 소설을 읽을 때에 좋은 신호다. 그만큼 몰입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어서 김의경의 소설 「두리안의 맛」은 여행에 대한 이야기이다. 파워블로거 강윤지가 방콕 팸투어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여행을 마음껏 즐긴 뒤 블로그를 비롯한 SNS에 태국 여행을 홍보하면 되는 거였다.

사실 '가성비' 하면 여행이 먼저 떠오른다.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서 최대한 멋진 여행으로 기억하고 싶으니 말이다. 공짜 여행이라면 더더욱 상상만 해봐도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블로거로서의 정체성과 맞바꾼 고가의 태국 여행이었으니, 윤지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소설을 읽으며 보여주고 싶은 현실과 실제 상황의 괴리감에 생각이 많아진다.

이 진의 소설 「빈집 채우기」는 신혼살림 장만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인데, 가전제품은 무조건 저렴한 것이 아니라 장만해두면 오래 알차게 사용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가성비를 잘 따져가며 마련해야 할 것이다.

친구를 붙들고 이것저것 캐묻다가 전부터 물어봐야지 했던 것이 뒤늦게 떠올랐다.

"있잖아, 가전제품 중에 이거 안 샀으면 어쩔 뻔했나 싶은 거 딱 하나만 추천해 줄 수 있어?"

"와, 어려운 질문이네."

친구는 철학적 난제에 맞부딪힌 학자처럼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친구의 부엌에 도열한 가전제품들을 바라보며 살림의 여왕께서는 과연 어떤 물건을 추천할 것인가를 추리해 보았다. 빨래 건조기일까, 아니면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일까?

"식기세척기."

친구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는 이거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도 기억이 안 나."

"그릇은 잘 씻겨? 볶음 요리 해 먹은 그릇은 잘 안 씻긴다던데."

"언제적 얘기를 하세요, 손님. 식세기 돌리는 게 손설거지보다 훨씬 위생적이거든요. 열풍으로 싹 말려서 유리잔에 물자국도 안 남고……."

친구는 식기세척기 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가전제품 매장 직원처럼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104쪽)

읽다가 '맞아, 사람들이 식세기 이모랬어. 정말 편리하긴 한가보다.' 막 그러면서 나도 설득되고 있어서 내심 놀랐다. 그런데 혼수장만, 가전제품 말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무언가 찡하게 남기는데……. 역시 사람 사는 일은 만만치 않은가 보다.

주원규의 「2005년생이 온다」는 설정 자체가 흥미롭다. 한얼고등학교 1학년 1반 사적 공부 모임 '2005년생이 온다'가 공식 출범했다. 고등학생들이 학교와 인생을 조기 은퇴하자는 목표로 모임을 만들었다니, 과연 그 모임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호기심은 집중해서 소설을 읽어나가도록 만들었다.

정명섭의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갑자기 분위기 우주다. 미래 배경의 작품이다. 그리고 단 한 명만 비상 탈출을 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가성비를 여기에도 접목시키다니 독특했다.



지구에서 쇼핑하기부터 우주에서 살아남기. 가성비에 관한 소설 다섯 편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 한 권에 다섯 편의 소설이 담겨있으니 다섯 번의 완성도 있는 몰입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특히 가성비에 대해서 다양한 소재의 소설로 만나는 것이 특별한 시간이었다. 가성비라는 주제로 단편 소설을 엮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독특하게 다가왔으니, 그 자체로 특별한 시도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 소설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렇게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가 된다는 것 자체도 관심을 끌어올렸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일상의 허를 찌르는 느낌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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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나민애 지음 / &(앤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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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펼쳐들자마자 이런 글이 있다. 어느 날의 내 마음이고, 누구든 그런 순간이 있지 않을까.

열심히 살아왔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그럴 때는……

잠시 쉬었다 가면 어떨까요? 그렇게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아무것도 아닌 날들이 나를 만듭니다.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됩니다. (책 속에서)

여기서부터 내 마음은 달라졌다. 그냥 수많은 책들 중 한 권에 불과한 책에서 내 마음에 들어올 문장을 건져낼 수 있는 책이리라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나민애. 현재 서울대학교 글쓰기 담당 교수로 지내고 있다. 2015년부터 동아일보 주간 시평 코너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을 연재하고 있으며, 때때로 강연을 나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잠시 쉬어 가도 괜찮다', 2장 '애쓰지 않아도 충분하다', 3장 '아픔도 때론 힘이 된다', 4장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로 나뉜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저자는 나태주 시인의 딸이다. 예전에 나태주 시인이 딸에게 보내는 시를 묶은 시집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를 읽어서 그런지 무언가 한치 건너 아는 분인 듯한 느낌, 친근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힘들면 쉬어도 돼」에 이런 일화가 있다. 대학생 때 청첩장을 들고 교수님을 뵈러간 적이 있는데, 교수님은 편지와 축의금과 함께 덕담이 아닌 말을 불쑥 던져주셨다는 것이다.

"민애야,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의아했다.

"밥도, 청소도, 살림도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울컥했다.

"적당히 해도 된다. 집 안이 좀 더러워도 되고, 그걸 네가 다 안 치워도 된다. 애 낳고 열심히 키우지 마라. 너 하고 싶은 거 하나만 열심히 하고, 나머지는 좀 못해도 된다." (30쪽)

그런데 20년이 지나고 보니 저자는 교수님의 말과 반대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 하나만 하지 못했고, 나머지는 다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하기 싫은지도 모르고 그냥 했고, 어떤 날은 앞뒤 가리지 않고 했으며, 숨을 헐떡이면서 남들이 요구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내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 교수님의 말씀, "괜찮다, 안 해도 된다, 못해도 된다." 그 이야기가 나에게도 토닥토닥 위로를 건넨다.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데에 미안함과 아쉬움이 있었다면, 오늘은 잠깐이나마 놓아버리자. 물론 내일부터 내 맘이 다시 달라질지라도 말이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 오래 하다 보면 그럭저럭 하게 된다."

이 말을 해준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좋아하셨다. 어느 날 내가 친정집에서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을 때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름표가 너무 많아서 신물이 났을 때였다. 당시 아버지는 발톱을 깎으며 무심하게 이야기하셨다.

"내가 어렸을 적에 6.25전쟁이 났거든. 그때 사람들이 죄다 피난 가고 난리도 아니었어. 너도 배웠지? 피난을 가는데 먹을 게 제대로 있었겠니. 못 먹고 못살던 시절인데 전쟁까지 나니까 더했지. 그때 어떤 아비가 있었는데, 그 아비가 음식을 구하면 배곯는 자식한테 먼저 먹였대. 음식을 아주 조금 얻으면 그 아비는 먹지 않고 자식한테 다 먹였다더라. 눈앞에서 자식이 배고프다고 하니 아비가 참은 거지. 한편 또 다른 아비는 음식을 구하면 자식이랑 반씩 나눠 먹었대. 두 아비 모두 배불리 먹지 못한 건 똑같지. 그런데 나중에 그 둘이 어떻게 된 줄 알아? 자식만 먹인 아비는 굶어서 죽어버렸대. 그다음에 자식은 어떻게 됐겠어? 반면 음식을 나눠 먹었던 아비와 자식은 살아서 고향 마을로 돌아갔대. 둘이 오랫동안 잘 살았대."

여기까지 이야기하셨을 때, 아버지는 이미 발톱을 다 깎으신 후였다. 나는 내 쪽으로 튕겨 나온 발톱을 손바닥으로 쓸어 담아 아버지에게 넘겨줬다. 아버지는 그걸 화장지에 잘 감싸서 휴지통에 버리셨다. 아버지가 발톱을 버릴 때, 나는 내 죄책감도 함께 버렸다. 알파걸의 강박도, 전 세계 대신 집을 선택했다는 피해의식도 버렸다. 집을 잘 돌봐야 한다는 생각도 버렸다.

그러고도 한참 동안 삐걱거리는 것들을 버렸다. 친정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의무감을 가지고 '해야만 했던 것들'을 하나둘씩 버렸다. 그렇게 다 버리고 집에 돌아오니 깊이 잠들 수 있었다. (93~94쪽)



괜히 읽었다. 꼭 내 마음을 들킨 듯싶다. 어쩌지? 이 사람이 내 딸이고 이 글들이 내 딸의 것인데. 몹시 추운 겨울밤, 나는 딸의 글을 읽으며 떨기도 하고 울먹이기도 했다. 딸아이의 떨림이 나의 떨림이기도 해서 그랬다.

_나태주 (시인, 나민애 교수의 아버지)

우리는 갖가지 역할을 해내며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이자 교수에 평론가 등등 이 시대를 힘차게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는 각자 자신의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때로는 버겁게 잘 살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것이다. "괜찮아. 하고 싶은 거 하나만 열심히 하고 나머지는 적당히 해. 그래도 된다. 그럼, 되고 말고."

문득 쥐기만 하며 안달복달하던 시간에서 쉼표 하나 찍는 듯 짐을 덜어낸다. 에세이로 마음을 달래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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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하루는 저녁 6시에 시작된다 - 1초도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는 유대인의 7가지 시간 관리 철학
오인환 지음 / BOOKULOVE(북유럽)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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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단 제목에서 시선을 끌었다. '유대인의 하루는 저녁 6시에 시작된다'라고 하니 거기에서부터 고정관념을 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창세기 1장에는 특이한 표현이 반복된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창세기 1장 5절) 성경에는 이런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보통 하루의 시작을 아침으로 보는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게 성경에서는 하루가 저녁으로 시작해 아침으로 끝난다.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다." (창세기 1장 3절) 세상이 창조될 때, 빛보다 어둠이 먼저 있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저녁을 하루의 시작으로 보고 아침을 하루의 끝으로 봤다. 이러한 유대인의 사고방식은 21세기인 지금도 유효하다. (12쪽)

달라지는 건 없어도 시작과 끝을 언제부터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내 마음이 달라지는 것일 테다. 그러고 보면 월요일이 한 주의 시작인지, 일요일이 한 주의 시작인지에 따라서 마음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이 책을 읽으며 유대인 부자들의 시간관리 기술을 살펴보고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리하고 싶었다.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유대인의 하루는 저녁 6시에 시작된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오인환. 10년 간 해온 스케줄 관리법과 메모법, 독서 등의 좋은 습관으로 지금은 사람들에게 '좋은 습관 만들기'를 전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7 챕터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시간 관리는 더 게을러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를 시작으로, 챕터 1 '하루에 관한 철학: 유대인의 하루는 저녁에서 시작된다', 챕터 2 '조기 교육에 관한 철학: 1분 1초 한순간도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 챕터 3 '약속과 신용에 대한 철학: 숫자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지혜', 챕터 4 '가치와 목적에 관한 철학: 유대인에게 시간은 곧 인생이자 자산이다', 챕터 5 '행동 관리에 관한 철학: 지극히 실용적인 유대인의 일정 관리 노하우', 챕터 6 '우선순위에 관한 철학: 단순하지만 단단한 하루가 완벽한 삶을 만든다', 챕터 7 '휴식에 관한 철학: 번아웃을 피하는 유대인의 쉼 노하우'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시관 관리를 마음먹은 그대에게 마지막 책이 되길 바라며'로 마무리된다.

흔히 아침형 인간은 부지런함의 대명사이며, 올빼미형 인간은 늦잠 자고 게으름을 떠올린다. 사실 하루의 일정 시간을 자신만의 창조적인 시간으로 꾸려나가는 것에는 딱히 다를 바가 없는데 말이다.

게다가 생각해 보면 밤부터 새벽, 아침으로 이어지는 그 시간이 문자 메시지나 SNS 알림에 방해받지 않는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으로 누릴 수 있는 때다.

이 책에서도 그에 대해 언급한다. 우리에게는 '나 일찍 일어났다.'라는 자기만족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일어나서 좋은 컨디션에서 내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일 테다. 즉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시간을 능동적으로 잘 활용하는 방법일 테니, 유대인의 7가지 시간 관리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을 집중하여 읽어나간다.

사회적으로 자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 속에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부지런함'이나 '자기관리'로 착각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유대인의 시간 관리법을 보면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라는 것은 기상 시간만으로 자기만족을 하는 수박 겉핥기식의 자기관리가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 관리는 '얼마나 일찍 일어나느냐?'가 아니다. 내 일과에 맞게 시간을 잘 쪼개 활용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18쪽)


이 책에서는 하루에 관한 철학, 조기 교육에 관한 철학, 약속과 신용에 관한 철학, 가치와 목적에 관한 철학, 행동 관리에 관한 철학, 우선순위에 관한 철학, 휴식에 관한 철학 등 유대인들의 시간 관리에 대한 철학 일곱 가지를 소개해준다.

계획과 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을 잃고 방황 중이라면 일곱 가지로 정리된 유대인 시간 관리 철학을 읽으며 하나씩 짚어보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서 실천할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에피소드와 예시, 교훈 등을 들려주어서 다양한 배경지식을 접해볼 수 있다. 시간관리에 대한 자기계발서 중에서 유대인의 시간 관리 철학에 대해 들려주는 책이니, 하나씩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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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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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네이버 웹툰 화제작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단순히 호기심이 생긴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약간의 설명이 더해지니 이 책을 어서 읽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우연히 열린 차원의 문을 따라 또 하나의 지구에 도달한 브랜든,

'사람'이라는 기준이 이 세계와 전혀 다른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너는 사람이 아니다. 내 기준의 사람에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스스로를 '사람'이라 증명할 수 있는가?" (책 뒤표지 중에서)

아주 기본적인 것이면서도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이런 부분을 건드려주는 것, 정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사람에 대한 기존 정의가 완전히 뒤집혔을 때에 그는 어떻게 스스로를 사람이라 증명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나는 어떻게 증명하게 될지 이 책 『브랜든』을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의 저자는 d몬. 2020년 네이버 웹툰 『데이빗』으로 데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독창적으로 구축한 세계에서 풀어내고 있다. 『데이빗』, 『에리타』, 『브랜든』으로 '사람 3부작'을 마무리했다. (책날개 중에서)



첫 시작은 너무도 거리낌 없는 일상이다. 어린이인 브랜든이 옆 블록 요크 할아버지 집에서 주워 온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브랜든의 엄마는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주라며 혼나는 장면이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니까 문제없다고 변명하지만 "네가 알잖니."라는 말에 결국 쭈뼛쭈뼛 다시 그 집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파지직 파직 파지직~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상한 존재가 나타났고, 그가 말한다.

그래서 내가 묻겠다. 너는 이런 것이 가능한가? 가능치 않다면 내 기준의 '사람'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스스로를 '사람'이라 증명할 수 있는가? (41쪽)

허를 찌르는 소재다. 당연한 사실을 증명하고자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거기서부터 마음은 콩닥콩닥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흥미로운 세계로 들어가 본다.

메모리 전송--- 주목해야 할 정보--

'브랜든'이라는 개체 발견.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체.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주장하나 근거 없음.

지속적인 관찰을 요함.(52쪽)

'이게 뭐지?' 하면서 쑥쑥 빨려 들어가 읽게 된다. 정말 말이 안 된다면서도 신기해서,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간다.

'헉' 하면서 읽는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작가의 상상력이 참신했다. 그게 작품의 힘인가 보다. 특히 마지막에 뒤통수를 크게 한 대 맞은 듯 얼얼한 느낌으로 책장을 덮는다.



일단 집어 들면 1권부터 2권까지 한달음에 읽어나가게 되니, 중간에 끊기지 않게 두 권을 세트로 장만할 필요가 있겠다.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이 뒤죽박죽 혼돈 속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브랜든, 아, 브랜든.

그리고 '헉', '뭐지?', '으악' 등 온갖 감탄사를 섞어가며 읽어나가다가 마지막에 뒤통수 한 대 제대로 맞은 듯한 느낌이 들어 얼얼했으니, 나에게 인상적인 웹툰으로 기억될 것이다.

쉽게 읽히는 것만은 아니지만 무언가 철학적인 화두를 던져주는 듯하면서, '두둥~' 갑자기 휘몰아치며 인간 존재에 대해 사색에 잠기게 되니, 어쩌면 이 책은 읽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마지막 강렬한 느낌과 함께 다시 앞장으로 돌아와서 정주행하게 되는 웹툰이었으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에 나를 긴장하게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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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장례식
박현진 지음, 박유승 그림 / 델피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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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살아가며 가장 잘 알듯한 가족을 사실 의외로 잘 모르고 지낸다. 이 책의 저자는 그림엔 소질이 없고 미술을 잘 알지도 못한다고 본인을 소개한다. 그런데 그가 화가의 아들이라니 거기에서부터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관심이 증폭된다.

프롤로그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2007년, 아버지에게 양극성 정동장애와 암이라는 정신과 육체의 병이 찾아왔다. 높은 산 같기만 하던 아버지라는 존재가 무너져 내리던 순간, 나는 아버지의 인생은 여기서 끝이라고 성급히 결론을 내렸다.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니 그것을 조금이나마 지연시키기 위해 버티는 삶이 시작됐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회복을, 희망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가족도 의사도 아닌 아버지 당신 자신이었다. 아버지는 늙고 병들어 굽은 몸으로 쓰러졌던 이젤을 다시 세우고 흐트러져있던 붓끝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았던 강렬하고 밝은 색채로 채워진 캔버스는 생명을, 치유를, 기적을 노래하고 있었다. (5쪽)

이 책의 저자는 화가의 아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아버지와 그의 그림에 대한 글을 써서 이 책을 출간한 것이다.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받아서 이 책 『화가의 장례식』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박현진. 화가의 아들이다. 아버지와 그의 그림에 대한 글을 쓰며 묵은 감정들이 씻겨 나가는 것을 경험하고, 글과 그림이 누군가에게 마음 치료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그림은 박유승. 박유승 화백은 작품활동으로는 개인전 3회, 한솔갤러리 개관초대전, 제주작가 9인전, 제주프레비엔날레,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대한민국 기독교미술대전, 제주-오키나와 미술교류전, 터전, 제주의 빛, 한미협 지상선, 제주미술제 등에 출품하였다.

박유승 화백은 말년에 찾아온 정신과 육체의 병을 짊어지고 7년여 동안 집중적으로 작품들을 쏟아내었다. 본능적으로 존재의 원초성을 추적하는 유년의 기억과 바람에 날리는 씨앗처럼 작가의 의식 속에서 제주를 두른 돌무더기와 억새 바람, 해녀의 숨비소리, 땀이 밴 갈증이 노래와 토박이 남녀의 사랑 등 제주의 원시를 화폭에 담았다. (책날개 발췌)

이 책에는 27가지의 글이 담겨 있다. 최초의 대화, 하얀 사람, 가장 슬픈 사람, 주인 잃은 그림, 구원의 언저리, 늦추위를 뚫고 온 겨울 해녀, 우리는 늘 발가숭이였다, 마지막 얼굴,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양극성 정동장애, 내 마음은 어떻겠니, 또 다른 고통, 기적, 먼저 손을 내민 건 아버지였다, 지키지 못한 약속,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중력을 잃은 세계, 불을 만나다, 마지막 여행, 집으로, 춤,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완벽한 일상, 바람이 분다 등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아들로서 들려주는 아버지의 모습과 이야기가 저자의 아버지 박유승 화백의 유작과 함께 담겨 있다. 나처럼 작품만 보았을 때 그 느낌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이렇게 이야기와 함께 작품을 접하는 것이 놀랍도록 풍성한 감정을 유발시킨다. 삶과 죽음과 고통과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감정을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런데 그 담담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와서 어찌나 요동을 치는지 울컥하는 느낌이 나를 사로잡는다. 이 책이 아니면 알 수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뒤흔들며 한참을 머문다.



특히 저자가 아버지 몰래 병원을 찾아, 아버지에게 우울증 진단을 내렸던 신경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한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다.

양극성 정동장애. 내 설명을 가만히 듣던 의사는 종이에 누워있는 S자 그래프를 그리며 아버지의 병을 설명했다. 흔히들 조울증이라고 하는 이 병은 주기적인 사이클이 있다고. 누구나 우울감과 들뜬 상태를 경험하지만, 정상인의 경우 어디까지나 정상범위를 넘지 않는다고. 양극성 정동장애는 그 정상범위를 넘어 극도로 우울해지고, 극도로 들뜬 상태가 된다고. 울증의 상태가 회복되면서 서서히 조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이 병의 사이클이라고.

조증 상태에서 환자는 정신적 활동이 활발해져서, 수면 욕구가 줄어들고, 쉽게 짜증을 내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과대망상에 빠져들고, 충동적이 되고, 주변의 자극에 쉽게 반응하고 주의가 끌린다고 했다. 그제야 그동안 아버지의 행동들이 하나하나 이해가 되었다.

의사는 입원을 권유했다. 나는 또 고개를 저었다. 약물치료만으로 우울증을 극복했으니, 이번에도 약물치료로 어떻게든 치료해 보겠다고 했다. 의사는 조증 상태에서는 본인 스스로가 마치 신이 될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병을 자각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복용하고 몇 분 이내에 잠이 드는 센 약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래도 일단 약은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봄부터 복용하던 정신과 약을 언제부턴가 이미 중단한 상태였다. 어떻게 해서든 아버지가 약을 먹게 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어머니는 처방받은 약을 갈아서 뜨거운 유자차에 탔다. 그런 방법 외에 딱히 선택할 길이 없었다. 나는 저녁을 마치고 TV를 보는 아버지에게 차가 참 달다며 찻잔을 건넸다. 아무런 의심 없이 그 차를 받아 마신 아버지는 의사의 말대로 10분도 되지 않아 잠을 자야겠다며 안방으로 향했다. (71쪽)



가족이기에 쓸 수 있는 책이다. 가족이어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니 이 책이 더욱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것일 테다. 가감 없이 진솔하게 써내려가서 이렇게 마음에 훅 들어오는 것이리라. 글은 박유승 화백의 장례부터 진행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죽음보다 더 강한 예술혼에 온통 사로잡히는 것을 느낀다.

책을 읽을 때에, 펼쳐들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세계를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이 책에 담긴 박유승 화백의 그림도, 글을 풀어내는 화가의 아들 이야기도 내 마음을 흔들어놓아 이 여운이 꽤나 오래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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