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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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꼭 읽고 싶었으나 한참을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지나고 또 한 번 계절이 바뀌기 시작하고 나서야 이 책을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다. 왜 그런 책이 있지 않은가. 천천히 정성을 다해 차근차근 읽을 마음의 자세가 되지 않을 때에는 시작조차 하고 싶지 않은 것 말이다. 이 책이 그렇게 시작을 더디게 만들었다. 겉모습만으로도 존재감이 상당한 책이다.

하지만 막상 펼쳐들어 읽어나가다 보니 왜 진작 읽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될 만큼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며 나를 다양한 세계로 안내해 준다. '그래, 내가 원한 게 이런 책이었어.' 상당히 고조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앞으로 우리는 시간대를 거슬러 가면서 언젠가 붕괴될 우주와 별과 은하, 그리고 생명과 의식 등 질서 정연한 피조물을 창조한 물리학 원리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삶이 유한한 것처럼 모든 생명 현상과 정신도 유한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예정이다. 실제로 어느 단계에 이르면 어떤 형태로든 조직화된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성찰이 가능한 존재들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도 생각해 볼 것이다. (12쪽)

이미 유명한 책이고 널리 알려져 있으며 물리학자 김상욱이 '멋지다 못해 경외감까지 느껴진다'라고 했던 그 경외감을 나도 느끼고 싶어서 이 책 《엔드 오브 타임》을 드디어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브라이언 그린. 컬럼비아대학교의 물리학과 및 수학과 교수이자 초끈이론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이론물리학자다. 그의 전작인 《엘러건트 유니버스》와 《우주의 구조》, 그리고 《멀티 유니버스》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65주 동안 연속으로 선정되었으며, 이 내용은 과학다큐멘터리 시리즈 <NOVA>로 제작되어 절찬리에 방영되었다(이 프로는 그린이 직접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또한 그는 매년 뉴욕시에서 개최되는 월드 사이언스 페스티벌을 공동으로 기획하는 등,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대중화에 힘써왔다. 지금은 안데스와 뉴욕주, 그리고 뉴욕시를 오가며 살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에서 우리는 시간이 처음 흐르기 시작했던 시점부터 종말의 순간(또는 그와 비슷한 순간)에 이르기까지, 우주가 어떤 길을 걸어 왔고 또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이 만물의 무상함에 어떤 식으로 반응해 왔는지도 알아볼 것이다. (13쪽)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된다. 1장 '영원함의 매력: 시작과 끝, 그리고 그 너머', 2장 '시간의 언어: 과거와 미래, 그리고 변화', 3장 '기원과 엔트로피: 창조에서 구조체로', 4장 '정보와 생명: 구조체에서 생명으로', 5장 '입자와 의식: 생명에서 마음으로', 6장 '언어와 이야기: 마음에서 상상으로', 7장 '두뇌와 믿음: 상상에서 신성(神聖)으로', 8장 '본능과 창조력: 신성함에서 숭고함으로', 9장 '지속과 무상함: 숭고함에서 최후의 생각으로', 10장 '시간의 황혼: 양자, 개연성, 그리고 영원', 11장 '존재의 고귀함: 마음, 물질, 그리고 의미'로 나뉜다.

이 책은 되도록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저자의 박식함에 온갖 감탄을 하면서 읽어나가게 된다. 누군가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내어 내가 이해할 때까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은 책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흥미로운 세계로 초대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유일한 종이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찾은 다양한 패턴을 하나로 엮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놀라고, 즐거워하고, 가끔은 공포에 떨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가 여러 가지 버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지식을 망라한 도서관에서 서가를 아무리 뒤져도, 자연에 대한 모든 이해를 한 권으로 요약한 책은 찾을 수 없다. 그 대신 우리에게는 다양한 영역을 탐구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이로부터 알게 된 현실의 패턴을 각기 다른 언어와 어휘로 정리한 여러 권의 책이 주어져 있다. (22쪽)



엔트로피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이야기해 주니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이해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서 설명해 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의 엔트로피가 이미 최댓값에 도달했다면 과거와 미래는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앞면과 뒷면이 50개씩 나온 동전을 아무리 흔들어도 배열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엔트로피가 최대인 우주는 무수히 많은 유사 배열(멤버)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수증기가 균일한 밀도로 가득 찬 욕실의 우주적 버전에 해당한다. 다행히도 지금처럼 엔트로피가 최대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는 최대에 도달한 상태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볼거리도 많다. 엔트로피에 증가할 여지가 남아 있으면 입자가 전체적인 구조에 유입되면서 거시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저-엔트로피 상태는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제2법칙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상태는 오늘보다 엔트로피가 낮은 어제의 상태에서 비롯되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이 논리를 계속 적용하면 어제는 그저께, 그저께는 그그저께…로 소급되다가 결국은 엔트로피가 가장 낮았던 우주의 기원, 즉 빅뱅까지 도달하게 된다. 빅뱅이 일어나던 무렵에 엔트로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아서 지금도 최고 엔트로피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미래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65~66쪽)



이 책을 펼쳐들어 읽기 시작하면 시야가 넓어진다. 그러면서 깊고 넓은 세상을 다양하고 꼼꼼하게 살펴보게 된다. '나 잘 모르…(는데요)'라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자는 이리 재고 저리 풀어가며 되도록 내가 이해하기 쉽게, 이해할 때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느낌이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말이다.

기어이 내가 이해할 때까지 다양한 예시를 통해 들려주니 이미 잘 모르겠다는 말은 저 어디 멀리 떠나보내고 그냥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이 어려운 듯한 것을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읽고 있으니 이 정도면 대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아는 한 인간은 불변의 법칙으로부터 탄생했지만, 영원의 시간과 비교할 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존재하다가 사라질 운명이다. 우리는 뚜렷한 목적 없이 작용하는 법칙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며 끊임없이 자문하고 있다. 존재 이유가 확실치 않은 법칙에 자신의 운명이 좌우되고 있는데도, 그 안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고 있는 것이다. (12쪽)

이 책을 읽고 보니 생명체 자체가 기적이라는 것을 인식하며, 나 자신을 다시 한번 깊이 통찰해 볼 기회를 이 책을 통해 얻는다. 특히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로 경이로운 일이라는 것을 그냥 가볍게만 생각했었는데, 저자에 따르면 빅뱅의 순간에 입자의 위치나 장의 값이 조금만 달랐어도 당신과 나, 인간, 지구, 그리고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것(456쪽)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보니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두꺼운 편이지만, 부분부분을 읽자고 보면 눈높이에 맞게 일반인에게도 쉽게 설명해 주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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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 -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상처받은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맺는 법
후션즈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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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는 정말 어렵다. 누구나와 잘 지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쯤은 이제 알 듯도 하지만, 누구를 가까이하고 누구를 멀리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이 책은 중국의 심리학자 후션즈가 20여 년에 걸친 1만 5천여 시간의 상담 결과를 집대성한 책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이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이 책에서 관계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고자 이 책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후션즈. 관계심리학자이다. 20여 년에 걸쳐 1만 5천여 시간을 상담하며 수많은 사람과 사연을 접했고, 이 책은 긴 시간 상담한 내용 중 엄선하여 관계 심리학을 탐구하고 있다. 우리에게 '관계'에서 '자아'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내면의 관계 패턴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기존의 오래된 관계 패턴을 부숴야 서로 힘을 얻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미궁에 빠진 관계의 해결 방법을 담고 있다. 사례를 근거로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할 해법을 제시한다. 다르게 보면 자신을 알아가는 관계의 방법론이다. 상담 사례를 인용하여 먼저 자신을 사랑하며 관계를 개선해 나가도록 이끌고 있다. 아픔과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치유하며 자신을 보듬어주고 다독이면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길도 열어놓았다. (11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자기를 이기고 관계에서 당당해지자'를 시작으로, 1부 '자신과 잘 지내기', 2부 '관계 속에서 자기 찾기', 3부 '가까운 사람과 친밀감 유지하기', 4부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 맺기', 5부 '관계 속에서 성장하기'로 나뉜다.



이 책은 읽어나가며 문득 콱 들어와 박히는 게 있다. 규정할 수 없었던 어느 순간의 내 마음이 이렇게 정리되어 있기도 하고, 그때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아니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길을 안내해 준다.

여러 가지 마음에 들어온 문장이 있는데,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이런 것이다.

넷째, 타인에 대한 비합리적인 기대를 타파해야 한다. 사람에게는 비합리적인 기대라는 흥미로운 심리가 있다. 모든 사람이 공평하고 공정하게 자신을 대해줘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비합리적 신념이다. 세상에는 그토록 완벽하게 공평하고 공정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므로 이런 사고를 한시라도 빨리 깨뜨려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평가, 타인이 자신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39쪽)

세상이 공정할 것이라는 것, 사람이 공평하고 공정할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비합리적 신념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런 사고를 한시라도 빨리 깨뜨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임을 인식하는 것부터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상담한 경력이 있기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게 풍부한 사례가 뒷받침되어준다.

처음에 이 책을 가볍게 집어 들었지만 읽어나가면서 남의 이야기만은 아닌 듯한 느낌에 계속 집중하게 되었다. '그래, 그런 사람들이 있지'가 아니라, '내가 이런데 그 해결책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읽어나갔다.

사례는 스토리를 들려주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솔루션은 첫째, 둘째, 셋째 등등 똑부러지게 명쾌하게 들려주니 하나씩 짚어보며 생각을 바꾸고 실천에 옮겨도 좋겠다.



관계 심리학자인 저자는 살면서 겪는 다양한 인간관계 문제의 원인을 '관계'에서 '자아'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어린 시절 상처받은 '나'를 만나 그로 인해 만들어진 관계 패턴을 파악하고 분석한 후 익숙한 관계 패턴을 부수고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신호이자 계기로 만들 수 있다. 기존의 오래된 관계 패턴을 깨야 서로 힘을 얻는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오랜 상담에서 접한 실제 사례를 통해 독자가 알기 쉽게 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알려준다. 인간관계는 점점 개선되고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될 것이며, 타인과 진실한 감정을 나누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이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특히 이 책은 인간관계의 문제를 자아부터 살펴보며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각을 달리해주어서 더욱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자신을 바꾸되 또 다른 누군가는 되지 말라'고 권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작은 걸음으로 매일 정해진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서 더 나은 자신이 되는 것이 필요하지,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또한 더 이상 겸손이 미덕이라는 생각으로 힘들어하지 말고 충분히 성취감을 만끽할 것을 권한다.

우리는 살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상처받고 힘들어하곤 한다. 이 책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과거와 이별하기를 권한다. 또한 과거와 이별할 때 자신을 대하는 방식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쩌면 진작에 했어야 할 일들을 유예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변화는 자기 인생에 일어나는 큰 사건이다. 새로운 경험을 확실히 기억한 뒤 인간관계, 직장, 부모와 소통 등 삶의 모든 면으로 확장해 보자. 과거와의 이별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답을 찾아주는 사람도 없다. 혼자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찾고, 검증하고, 경험하는 긴 과정을 거쳐야만 답을 찾을 수 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워도 마주할 용기만 있다면 과거와 작별할 수 있다. 무작정 과거를 부정하거나 비난하며 까다로운 눈빛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다. 과거는 지나갔으니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만 선택하면 된다. (214쪽)

이 책을 읽으면 어쩌면 지금까지 엇비슷한 책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저자가 20여 년에 걸쳐 1만 5천여 시간을 상담하며 수많은 사람과 사연을 접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관계 심리학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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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 - 수학으로 밝혀낸 빅데이터의 진실
데이비드 섬프터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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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띠지에 이런 글이 있다.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을 눌러본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할 한 권의 책"이라고 말이다.

나 또한 눌러본 사람 중 한 명이기에 이 책을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그러한 이유로 펼쳐들었는데, 그냥 당연한 듯 생각하던 것을 뒤흔들고 다시 원점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참신함을 느꼈다. 그러는 데에는 칼럼니스트 박상현이 들려주는 추천의 말이 큰 영향을 주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나면 이 책에 더욱 관심이 생길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 원인에 관해 가짜뉴스와 허위정보, 러시아의 공작과 '천재적인 소셜미디어 담당자'와 같은 설명이 언론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기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독자들에게 글로 설명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 반드시 진실에 가까운 건 아니며,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이 언론에 소개되었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실험 결과의 뉘앙스는 다 빠져 있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응용수학자 데이비드 섬프터가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을 통해 전달하려는 게 바로 그 뉘앙스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우리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하면 독자들의 주의를 끌 수 있고, 빅테크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데 용이하다. 섬프터는 언론이 깔끔한 내러티브를 동원해 외치고 대중이 분노하는 사이에서 "잠깐만요, 그게 얼마나 사실인가요?"라고 묻는 사람이다. 그리고 네이트 실버가 정말로 실패한 통계학자인지, 필터버블이 진짜로 그렇게 무서운 건지 차근차근 따져본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파악했다'는 것이 무작위 추측을 간신히 벗어난 60%의 확률이라면 언론이 말하는 내러티브가 맞다고 할 수 있느냐는 합리적인 의심이다. (6~7쪽)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며 걱정하고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을 일단 멈춰세우고 "잠깐만요, 그게 얼마나 사실인가요?"라고 묻고 있으니, 일단 그 이야기부터 들어보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수학으로 밝혀낸 빅데이터의 진실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이다.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이라는 것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일 테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데이비드 섬프터.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의 응용수학과 교수이다. 최고의 수학 논문 저자에게 주는 캐서린 리처즈상(2015)을 수상했다. 물고기 떼와 개미 집단의 거동 원리부터, 축구팀의 패스 네트워크 분석,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의 차별까지 다양한 주제를 수학적으로 연구했다. 국경을 넘나들며 정부, 금융, 인공지능, 스포츠 분야의 자문가로 활동했다. 축구 우승 결과를 예측하는 수학 모델 '사커봇'을 개발하여 유럽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추천의 말 '60퍼센트의 진실_박상현(칼럼니스트)'를 시작으로, 1부 '우리를 분석하는 알고리즘', 2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 3부 '우리처럼 되는 알고리즘'으로 이어지며, 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등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의 제목은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이다. 도대체 그 착각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려고 굉장히 성심성의껏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적당히 유머도 섞어가면서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수다가 너무 과하다는 느낌도 살짝 들었다.

하지만 그게 다 전체적으로 독자를 끌고 가기 위한 강약 조절에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때로는 피카츄의 꼬리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실제로 피카츄의 꼬리에 검은 점이 있을까 검색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알고리즘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면서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그렇게 하니 핵심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도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인간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유일한 인간형 지능의 소유자일 것이다. 진짜 관건은 이미 개발된 알고리즘들을 우리가 소수의 필요와 편익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더 넓은 사회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내가 이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어느 것을 더 좋아하는지 나는 안다. (354쪽)




수학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는 무척이나 탁월한 책. 온통 매혹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진심 어리고 익살맞은 문체로, 수학자들이 마냥 연구에 파묻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읽는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

_키트 예이츠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저자

이 책을 읽고 나면 키트 예이츠의 추천사 중 '진심 어리고 익살맞은 문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느껴질 것이다. 티만드라 하크니스의 추천사 중 '참신하고 정직'하다는 단어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솔직히 어안이 벙벙하다. '알고리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 건 네가 처음이야.' 느낌이랄까. 진지하지만은 않으며 익살맞은 문체에 진심이 느껴지고, 딱딱하게만 전달되지 않아서 참신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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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부터 칭찬합시다 - 하루 3분, 삶을 기적처럼 변화시키는 나와의 대화
데즈카 치사코 지음, 김연경 옮김 / FIKA(피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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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적인 설명에 더해 칭찬 일기를 작성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해 주고 있으니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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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부터 칭찬합시다 - 하루 3분, 삶을 기적처럼 변화시키는 나와의 대화
데즈카 치사코 지음, 김연경 옮김 / FIKA(피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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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뒤표지에 이런 글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꼭 읽어보라는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와서 번아웃이 온 사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신을 자책하는 사람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로 자존감이 무너진 사람

남에게는 관대하고 나에게는 엄격한 사람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매일 후회하는 사람

인생을 바꾸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사람 (책 뒤표지 중에서)

그러고 보면 칭찬에 인색했다. 가족들끼리도 물론이고, 나 자신에게도 말이다.

얼마 전 엄마가 뜬금없이 "사랑해" 그러시는데, 불안한 마음에 잠을 설쳤다.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건지, 혹시 아프시려고 그런 건지, 안 하던 거 하면 이상한 건 아닌지 마음이 콩닥콩닥 했다. 하지만 몇 번 이어지니 안심되고 다행인 느낌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을 칭찬한다?! 이것도 영 낯설고 이상했다. 내가 나를 제대로 칭찬해 주지 않아서 어색한 마음 가득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그렇다. 하지만 나도 "이렇게 말하고 이렇게 쓰니 인생이 달라졌다!"라는 경험을 해보기로 한다.

10만 명의 삶을 바꾼 자기 칭찬의 힘을 엿보고 싶어서 이 책 『일단 나부터 칭찬합시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데즈카 치사코. 일반 사단 법인 자기 존중 프랙티스 협회의 대표 이사이며 자존감을 높여주는 코치&카운슬러다. 자기긍정감과 자기 존중감을 길러주는 트레이너로서 일본 각지의 자치단체와 서클 등에서 세미나와 강연을 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저는 지금까지 자기 존중감(자신이 소중한 존재라고 믿는 감정-역주), 자기 긍정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해왔고 30년 가까이 이 일에 몸담아왔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자기 긍정감을 높이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칭찬 일기'입니다.

뇌는 주어를 고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칭찬을 받고 기뻐하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칭찬의 말'을 들으면 뇌에는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과 도파민, 세로토닌 등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이러한 호르몬들의 분비가 늘어나면 기분 좋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을 스스로 칭찬해도 뇌는 똑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또한 자신이 누군가를 칭찬해도 뇌는 그 칭찬의 말에 반응하므로, 칭찬한 자신 또한 기분이 좋아집니다. 주어가 누구든지 뇌는 반응하는 거죠.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는 습관을 들여 항상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드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뇌가 기뻐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면 생명에 잠재되어 있던 다양한 '좋은 힘과 의식'이 발현되고 밖에서 '좋은 것'을 끌어들이게 됩니다. (프롤로그 발췌)

이 책은 챕터 3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말을 바꾸면, 삶이 달라진다!'를 시작으로, 챕터 1 ''자신에게 하는 말'을 바꾸면 달라지는 것들', 챕터 2 '하루 3분, 행복을 발견하는 기적의 글쓰기', 챕터 3 'Q&A, 나와의 대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당신에게'로 이어지며, 부록 '체험담: 나에게 하는 말을 바꾸니, 인생이 바뀌었다!'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 보면 칭찬 일기는 어려운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 10분 일찍 출근했다.'라는 문장에는 설명만 있고 칭찬의 말은 없지만, '오늘 아침에 10분 일찍 출근했다. 대단하네.' 이렇게 쓰면 칭찬한 것이라고 한다. 뇌가 칭찬받았다는 걸 알도록 칭찬의 말을 꼭 사용하라고 권한다. 이를 반복하면 뇌에 자신을 칭찬하는 사고 회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의학 박사이자 뇌과학자인 다카다 아키카즈 씨의 저서에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뇌는 점점 배선을 바꾸고, 우리가 항상 생각하는 것과 같은 뇌로 바뀐다."라고 말했습니다. 매일 자신을 칭찬하기 위해 칭찬할 일을 찾아서 쓰다 보면 뇌는 자신의 긍정적인 면에 관심을 돌리고 '칭찬하는 회로=칭찬 회로'를 만들어줍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자신을 칭찬한 적이 없던 사람도, 부모님의 칭찬을 들은 적이 없던 사람도 위화감 없이 칭찬을 술술 쓸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은 그저 자신의 좋은 점과 긍정적인 면을 찾아서 칭찬 일기에 쓰면 됩니다. (28쪽)



그러고 보면 힘든 날,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날, 누군가가 정말 나를 힘들게 하는 날 등등 그런 때에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으면 일기에다 풀어놓기도 하지만, 칭찬일기는 그런 일기와는 다르다. 힘들 때야말로 자신을 칭찬하라는 것이다. 힘들 때, 낙담할 때일수록 칭찬의 말을 써서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자신감이 없는 날, 불안한 날, 누군가에게 악담을 들은 날, 상대방과의 관계가 잘 풀리지 않은 날, 실패한 날, 일을 성공시키고 싶은 날, 컨디션이 안 좋은 날,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을 때, 그런 때에는 더더욱 칭찬 일기를 쓰라고 권한다. 이런 때에 억지로라도 칭찬하는 마음에 집중하여 글을 써보면 분명 마음이 가벼워지고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런 때에 어떻게 칭찬 일기를 쓰면 좋은지는 43쪽을 참고할 것.



Q&A에 보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대한 답변을 들려준다. 자신에게 너무 관대해지지 않을까요?, 긍정적인 말만 하다 거만해질까 봐 걱정입니다, 반성해도 변하지 않는 저에게도 효과가 있을까요?, 자신에게 칭찬할 점이 없으면 어떻게 하죠?, 억누르고 있던 화가 폭발할 것 같습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조곤조곤 답변을 해주고 있다.

칭찬하면 '바보냐? 그런 건 누구나 할 수 있어!'라는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듯하다며 좌절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무슨 소리가 들려와도 지지 말고 계속 칭찬합시다. 반드시 '지금까지 살아와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할 때가 옵니다! (129쪽)



이상하게 요즘 자꾸 주눅 들고 부정적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칭찬 일기라는 생각이 든다. 뭐든 모자란 것 같고 부족한 것 같다고 느끼는 마음을 변화시켜서 잘 하고 있다고 나를 격려해 주며 칭찬해 주어야겠다.

어쩌면 그렇게 하면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뇌과학적인 설명에 더해 칭찬 일기를 작성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해 주고 있으니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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