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이어령 유고시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故 이어령 선생님의 유고시집. 읽으면서 마음이 아픈 것은 딸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의 마음이 보이고, 그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 것을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인가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이어령 유고시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이어령 유고시집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이다. 헌팅턴비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서부에 있는 도시다. 그 지역에 관련된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도 궁금했고, '이어령 유고시집'이라는 점을 눈여겨보며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제목과 동명의 작품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를 감상해 보았다.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

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

네가 없어도 바다로 내려가던 하얀 언덕길이 거기 있을까

바람처럼 스쳐간 흑인 소년의 자전거 바큇살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을까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아침마다 작은 갯벌에 오던 바닷새들이 거기 있을까.

그런데 이 '헌팅턴비치'는 딸 이민아 목사가 생전 지냈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도시인 '헌팅턴비치'를 떠올리며 쓴 표제작이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딸을 잃은 후 겪은 고통을 누르고 격한 감정을 다지고 발효시켜 정갈하게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아픈 마음이 전해져서 아련해진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알았다. 이 책의 서문은 이어령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직접 쓰셨다는 것을 말이다.

서문

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도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다.

2022년 2월 22일

이어령

(서문 전문)

그러니까 이 책은 처음 기획이 유고시집이 아니라, 원래는 살아계신 상태에서 나왔어야 할 시집이었다는 것이다. 무언가 시작부터 아련한 느낌으로 이 책을 감상해나간다.



이 책에는 故 이어령 선생님의 신앙시를 비롯하여, 어머니에 대한 시, 딸에 대한 시 등을 담아냈다. 읽으면서 마음이 아픈 것은 딸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의 마음이 보이고, 그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 것을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인가 보다.

삶과 죽음은 멀리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우리 삶에 훅 치고 들어오는 것이니, 오늘은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진다. 그냥 단순히 단어만 보면 짐작할 수 없는 무언가가 속 사정을 알고 나면 마음을 훅 찌르는 날카로운 아픔이 되어 마음을 뒤흔든다. 요즘같이 날씨조차 혼란스러울 때에 어쩌면 이 책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 불편한 기억 뒤에 숨겨진 진짜 나를 만나다
강현식 지음 / 풀빛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이상하기도 하다.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일주일 전에 무엇을 했는지는 까맣게 기억이 나지 않으면서도, 과거 어느 순간의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도 않고 불쑥 떠오르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나를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조종하는 나쁜 기억들과 이별하기 위한 심리학 수업이라고 한다.

"어떻게 부모가 그럴 수 있죠?"

"그날을 잊을 수 있다면 죽음도 괜찮아요."

"언제쯤 그 사람과 완전히 이별할 수 있나요?"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너무 힘들어요." (책 뒤표지 중에서)

이러한 상처와 고민들에 대해 어떤 심리학적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강현식(누다심).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이자 심리상담센터 대표다. 누다심은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을 의미하며, 심리학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주제로 집필을 하고 있다. 정확한 심리학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면 심리학 자문으로도 활동한다. 대표작은 OCN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바 있는 이종범 작가의 웹툰 <닥터 프로스트>다. 심리상담센터에서는 다양한 이들을 만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 상담에 주력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서문 '누구나 잊히지 않는 힘든 기억 하나쯤은 갖고 있다'를 시작으로, 1장 '그날을 잊을 수 있다면 죽음도 괜찮아요_성폭행', 2장 '어떻게 부모가 그럴 수 있죠?_학대', 3장 '언제쯤 그 사람과 완전히 이별할 수 있나요?_첫사랑', 4장 '한 생명이 내 품에서 숨을 거두었어요_펫로스증후군', 5장 '죽음의 공포가 잊히질 않아요_교통사고', 6장 '내가 오염될 것 같아요_오염강박', 7장 '누군가 나를 조종해요_가스라이팅'으로 나뉜다.

서문을 읽어보면 이 책이 더 피부로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저자는 그저 책으로만 심리학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잊히지 않는 힘든 기억 하나 때문에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것이다. 기억에 맞서서 압도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가라고 하면 '에이, 말이 쉽지'라고 반응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힘든 기억을 안고 살아가던 저자가 직접 깨닫고 실천한 해결책이니 그저 이론으로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더욱 실감하게 된다.

저자는 군대에서 2년 동안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 고통스럽고 구역질이 난다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를 혐오하고 비난했었다고 말한다. 그래도 다행히 그 기억에 맞서서 압도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지만, 이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참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솔직한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이 책에 대한 신뢰도는 상승한다. 그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기억에 맞서서 압도되지 않고 기억과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도 더욱 실질적으로 와닿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렇게 보니 이 책이 더욱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가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상처받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에는 총 7장에 걸쳐 7개의 사례를 들려주고 있다. 읽다 보면 정말 생생하게 다가오고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저자는 자신의 상처, 자신의 기억부터 먼저 꺼내놓는다.

'상처받은 기억'에 대한 책을 쓰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먼저 써야겠다고 생각한 내용이 있다. 성폭력에 대한 기억이다. 나 역시 성폭력 피해자다. 군대에서 2년간 한 선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어떻게 한 번도 아니고, 2년 동안이나 성추행을 당할 수 있는지 의아하게 여길 수 있다. 나 역시 이 생각 때문에 오랫동안 힘들었다. 나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거다. (19쪽)

철저하게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도 모든 것을 잊고 살아가려고 했지만, 기억이 문제였던 것이다. 기억을 잊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10년 정도 지났고, 비로소 그 기억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그리고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부터라고 한다. 그렇게 누군가의 사례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니 더욱 실감이 나서 이 책에 몰입하게 되었다.

기억에 압도되어 일상이 무너지느냐, 기억에 압도되지 않고 기억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느냐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다. 물론 그 일을 떠올릴 때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회복된다는 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 여전히 불쾌하고, 화가 난다. 하지만 그 기억에 사로잡혀 슬프고, 괴롭고,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종의 사고를 당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고일 뿐이다. 그렇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가해자를 욕하고, 다시 내 삶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44쪽)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는 학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담자에게 현재 경험하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아버지와의 관계부터 개선해보자고 설득하면, 내담자는 관계 개선 이전에 아버지의 체벌과 학대로 받았던 마음의 상처부터 해결하고 싶다고들 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그동안의 상담 경험으로 볼 때, 자녀가 과거 일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면 부모들은 자녀의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하며 사과하기보다는 자기변명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의 체벌, 학대, 차별 등등 누구에게나 과거의 상처받은 기억 하나쯤은 있는 법이고, 어떻게든 풀고 싶어서 이야기를 꺼내면 그런 기억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거나 그 당시에는 다들 그러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의 이야기를 한다. 자식이 그 시절 그 일을 사과받고 싶어서 요구하면 부모로부터 돌아오는 반응은 다음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까지 심하게 했다고 그러니! 난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요즘이야 애들 안 때리고 키우지만, 너 어렸을 때는 다 그렇게 컸어. 네 친구들한테 물어봐. 부모한테 안 맞고 큰 애가 어디 있나!"

물론 간혹 자녀에게 미안하다고 이전 일에 대해 사과하는 부모도 있다. 그런데 이런 분들도 대부분 사과는 짧게 한마디로 끝내고, 자신이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자기변명과 변호를 길게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고,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말한다. 결국 부모에게 책임을 묻고 사과 받으러 갔다가 자신의 끔찍했던 기억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참한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온다. (56~57쪽)

문제부터 거기에 대한 이야기와 나름의 해결 방법까지 한달음에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나쁜 기억은 저자가 깨닫게 된 사실처럼 신경인지장애라고 하는 소위 치매에 걸리거나 외상으로 인한 뇌 손상을 겪지 않는 이상, 기억은 지울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름의 방법이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며 파악할 수 있다. 그 길을 차곡차곡 나긋나긋하게 들려주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총 일곱 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먼저 시작은 구체적인 스토리를 통해 실제 상황을 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거기에 대한 심리학적인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글이 이론적이지만은 않고 실제로 와닿는 부분이 많아서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읽다 보면 나 자신의 상처, 지인의 상처, 누군가의 상처가 보듬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름의 해결책을 짚어보는 듯해서 이런 상처들이 없다고 해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상처 입는 사람을 보게 되어도 이 책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자신이 상처받은 기억을 이겨냈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을 지울 수 없다면 그 기억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있는 책이어서 유용한 심리학 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드볼트 - 지구의 재앙을 대비하는 공간과 사람들
시드볼트운영센터.산림생물자원보전실 생물자원조사팀.야생식물종자연구실 지음 / 시월 / 202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접하고는 나의 반응은 '오호~ 뭣이라?!'였다. '시드볼트'의 존재는 그야말로 나를 훅 치고 들어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나는 '종자'라는 것은 '종잣돈'할 때의 '종자' 정도만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나마 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가 우리나라에서 나지만 종자 양육에 대한 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최근에 알게 되었다.

그런데 시드볼트라니 눈이 번쩍 뜨이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드볼트는 씨앗을 뜻하는 Seed와 금고를 뜻하는 Vault를 더한 단어로, 종자를 저장하는 일종의 금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생력을 잃어 가는 식물은 물론, 기후 변화나 전쟁, 핵폭발 등 지구 차원의 대재앙에 대비해 야생식물의 멸종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고 불리기도 하죠. (17쪽)

그리고 중요한 것. 시드볼트는 전 세계에 단 두 곳밖에 없으며, 그중 한 곳이 바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인 것이다.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니 이 책을 읽기 전에 벌써 설렌다.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춘양로 1501

이곳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하 백두대간수목원) 내에 전 세계에 단 두 곳밖에 없는 시드볼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글로벌 시드볼트는 주로 작물 종자를 저장하고, 백두대간수목원의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는 야생식물 종자를 보관합니다. 두 시드볼트의 역할이 다른 만큼 이곳은 야생식물 종자 저장고로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곳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16쪽)

현대판 노아의 방주,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운영센터 구성원과 그 협력팀이 들려주는 시드볼트와 식물, 그리고 기후 변화 이야기를 이 책 『시드볼트』를 읽으며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은 시드볼트운영센터의 모든 멤버들(이상용, 이하얀, 김진기, 이안도성, 강선아, 채인환), 생물자원조사팀(한준수, 김현정), 야생식물종자연구실(정영호,나채선)이 참여했으며, 취재 및 엮음에 박정우가 참여하여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맨 앞에는 '이 책을 함께 만든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시드볼트운영센터의 이상용 센터장을 비롯하여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시드볼트가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면, 이상용은 현대판 노아이자 동시에 시드볼트라는 방주의 선장입니다. 다만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와 현대판 노아의 방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성경 속 노아가 개체 보존이라는 거대한 명분을 혼자의 책임 아래 지켰다면, 시드볼트에는 같은 명분을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6쪽)'

시드볼트운영센터는 시드볼트 운영을 담당하는 부서로서 종자를 기탁받는 것부터, 종자의 검증, 입고, 관리, 국내 및 국외 네트워크 형성, 홍보 등 시드볼트와 관련한 모든 일은 시드볼트운영센터를 통해 진행된다. 생물자원조사팀은 백두대간 권역을 비롯해 대한민국 전 국토를 무대로 식물 분포를 조사하고, 권역별로 흩어져있는 야생식물종자를 수집하는 일을 한다. 이렇게 수집한 종자들은 백두대간수목원의 시드뱅크로 보내 다양한 연구를 하기도 하고, 시드볼트에 저장하기도 한다. 야생식물종자연구실은 생물자원조사팀에서 수집한 종자를 검사하고, 실험하는 부서다. 대한민국 야생식물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한 연구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종자 주권 확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뿐만 아니라 종자를 영구히 보존해야만 하는 시드볼트에 대한 신뢰성을 높인다. (책 속에서 발췌)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이곳은 시드볼트입니다', 2장 '하나의 종자가 시드볼트로 가기까지_수집과 연구', 3장 '하나의 종자가 시드볼트로 가기까지_기탁', 4장 '기후, 종자 그리고 시드볼트의 미래'로 나뉜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수집을 어떻게 하는지, 시드볼트의 시작과 현재, 미래까지 이 책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흥미롭다. 중간중간 나오는 일화도 아찔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면서 온갖 감정을 더해준다. 이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들의 일이어서 더욱 가깝게 느껴지나보다.

수집을 할 때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조사팀은 결국 복원하기 위해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해 수집합니다. 그래서 개체의 수량이 현저하게 적은 경우에는 수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때는 그냥 자생지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되,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관찰합니다. 수량이 많다 하더라도 서식지에 자생 중인 개체의 10퍼센트 정도만 수집해야 한다는 지침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조사팀이 수집하는 종자는 일 년에 대략 600~900종 정도입니다.

이렇게 식물을 수집하러 다니다 보면 가끔 예기치 않게 재미있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준수는 예전 학부 시절 교수님을 비롯해 다른 동료들과 함께 무려 100년 묵은 산삼을 캔 적이 있습니다. 논의 끝에 그래도 우리가 '식물 하는 사람들'인데 이걸 먹어서 되겠냐며 눈물을 머금고 표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오래 묵은 더덕이나 도라지를 캐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고생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행운이 아닌가 싶지만요. (69쪽)



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사라지고, 과학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느리게 나아갑니다. 시드볼트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은 건강한 종자를 최대한 확보해 저장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일뿐입니다. 그 이후는 인류의 지성과 과학의 몫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시드볼트에서 하는 수많은 일들은 결국 이 분명하고 거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일 것입니다. (214쪽)

이 책을 통해 시드볼트에서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따라다니며 들어본 듯하다. 그냥 단순히 종자를 보관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나중에 지구재앙의 순간을 위한 대비만이 아니라 현재의 산업체와 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 결과와 데이터를 공개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시간이 지나고, 연구 결과가 더 쌓인다면 관련 산업이 더 발전할 수도 있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도 있고, 치료제를 개발할 수도 있을 거라며, 인간을 위한 연구, 공공의 이익을 위한 연구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제 여러분은 시드볼트의 하루하루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하나의 종자가 시드볼트로 들어가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따라갈 것이고, 이 공간을 천천히 둘러볼 것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국가보안시설, 수십 미터 깊이에 3중 철판 구조로 이루어진 영하 20도의 춥고, 어두운, 이곳. 13만 7천여 점의 생명을 품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건물 안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세계 유일의 야생식물 종자 영구 저장 시설,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가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냥 종자만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로 엄청난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알 수 있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며 시드볼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이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시드볼트를 자랑스러워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야생식물 종자를 영구히 보존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시설이 있습니다. 그 시설을 만들고, 운영하고, 여기까지 끌고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실을 부디 잊지 말아 주십시오. (220쪽)

이 책이 있어서 그들의 자부심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으니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책을 읽어본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모리 코드 - 고통의 근원을 없애는 하루 10분의 비밀
알렉산더 로이드 지음, 신동숙 옮김 / 시공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베스트셀러 《힐링 코드》 저자의 신작이다. 무의식에 각인된 고통의 근원을 찾아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신체 질병까지 치유하는 기적을 말한다고 하니 관심이 갔다.

기억은 우리의 모든 생각, 행동,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억이 무의식이나 잠재의식, 유전적으로 물려받아 세포에 각인된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자연치유 전문가이자 '힐링 코드'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로이드 박사는 오랜 연구 끝에 '메모리 코드'라는 획기적인 치유법을 개발했다. 그는 다양한 과학적 연구와 추론을 바탕으로 의식과 무의식 속 기억을 재구성하고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메모리 코드를 통해 우울증과 불안장애, 인간관계, 암에 이르기까지 삶의 고통에서 해방된 기적 같은 사례들을 소개한다. (책 뒤표지 중에서)

메모리 코드란 무엇이며 기적 같은 사례들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이 책 《메모리 코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알렉산더 로이드. 심리학 박사, 자연의학 박사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힐링 코드》, 《러브 코드》, 《메모리 코드》의 작가다. 알렉산더 로이드 박사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정신적, 신체적 문제를 초래하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고통스러운 기억에 있다는 걸 발견했다. 고통의 기억에는 과거의 경험뿐 아니라 무의식에 잠재된 기억, 신체 세포에 각인된 기억과 유전적으로 대물림된 조상들의 트라우마도 포함된다. 그가 개발한 '메모리 코드'는 이처럼 부정적인 기억을 긍정적인 기억으로 바꾸는 치유법으로, 원하는 삶의 성취를 가로막는 장벽을 단 10분 만에 제거할 수 있다. 당신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든, 이 책이 문제의 진정한 근원을 찾고 바로잡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책날개 발췌)

나는 첫 번째 책 《힐링 코드》에서 건강 문제의 원천을 치유하는 법을 소개했다. 두 번째 책 《러브 코드》에서는 성공을 가로막는 원천을 치유하는 법을 소개했다. 이번에 《메모리 코드》에서는 최신 연구 결과와 새롭게 구상한 10분짜리 6단계 실천 과정을 바탕으로, 모든 문제의 원천을 치유하는 법을 소개할 것이다. (40쪽)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중대한 기억 오작동'에는 챕터 1 '인간은 어떻게 기능하도록 설계됐는가', 챕터 2 '기억의 형성', 챕터 3 '기억의 퇴화', 챕터 4 '두 가지 법칙', 챕터 5 '우리는 왜 자신에게 최선인 행동을 하지 못할까', 챕터 6 '중대한 기억 오작동에 관한 정리', 2부 '기억 엔지니어링 기법'에는 챕터 7 '에너지 의학 개론', 챕터 8 '기억 엔지니어링: 믿으려면 봐야 한다', 챕터 9 '기억 엔지니어링 기법: 시간을 거슬러서 현재와 미래를 바꾼다', 챕터 10 '힐링 코드Ⅱ: 문을 여는 에너지 도구', 챕터 11 '기억 엔지니어링 사례'로 이어지며, 나가는 글 '기적은 우리 안에 있다'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경험상 90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이 삶의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연구로도 입증되었다고 한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많은 이들이 삶의 중요한 측면에 대한 파괴적인 믿음을 초래하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이 녹화된 동영상보다 환상에 더 가깝다는 것을 이해하면 타인과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이 훨씬 덜 들지 모른다. 남을 판단하거나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자각하면, 이런 식으로 생각하도록 자기 자신을 훈련할 수 있다. '잠깐, 여기서 속단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기억하는 말을 저 사람이 정말로 했는지 아닌지 모르고, 내가 받아들인 것과 다른 의도에서 말한 것일 수도 있잖아. 판단을 잠시 미루고, 이 일이 어떻게 해서 생긴 건지 조금 더 알아봐야겠어.' (102쪽)

저자는 우리가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가 인간이 설계된 방식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기억의 오작동 때문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나에게는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왔다.

실제 있었던 일과 거기에 대한 해석,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기억의 오작동과 퇴화… 이 모든 것이 뒤섞이고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면, 기억의 오작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참신한 생각의 전환으로 근본적인 부분을 들여다본다.



이 책에서 힐링 코드에 더해 힐링 코드Ⅱ를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힐링 코드에 대한 글만 읽으면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지겠지만, 힐링 코드Ⅱ를 더해 루틴으로 만든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챕터 10에서는 힐링 코드Ⅱ를 상세하게 소개해준다. 손의 위치, 다섯 가지 라이프 코드 등 힐링 코드Ⅱ를 기억 엔지니어링 기법과 함께 사용하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앞부분을 읽고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힐링 코드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면 308쪽부터 진행되는 힐링 코드Ⅱ에 대한 설명을 보며 바로 실전으로 들어갈 수 있겠다.



기억 엔지니어링은 감정 치유의 미래다. 기억을 재경험하고 해석하는 법을 배우면 실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_조던 루빈, 가든오브라이프 설립자

과거 어느 순간의 기억이 떠올라서 나를 괴롭히는 때가 있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나를 쿡쿡 찌르면 그 스트레스가 한동안 오래갔다. 아무리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고 고민해 봐야 현실의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책을 읽으며 그 상황을 벗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겠다. 이 책이 나에게 메모리 코드의 기적을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그리 어려운 방법도 아니면서 감정 치유를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풀리지 않는 고통스러운 스트레스가 있다면 이 책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