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이어령 유고시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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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어령 유고시집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이다. 헌팅턴비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서부에 있는 도시다. 그 지역에 관련된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도 궁금했고, '이어령 유고시집'이라는 점을 눈여겨보며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제목과 동명의 작품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를 감상해 보았다.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

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

네가 없어도 바다로 내려가던 하얀 언덕길이 거기 있을까

바람처럼 스쳐간 흑인 소년의 자전거 바큇살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을까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아침마다 작은 갯벌에 오던 바닷새들이 거기 있을까.

그런데 이 '헌팅턴비치'는 딸 이민아 목사가 생전 지냈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도시인 '헌팅턴비치'를 떠올리며 쓴 표제작이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딸을 잃은 후 겪은 고통을 누르고 격한 감정을 다지고 발효시켜 정갈하게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아픈 마음이 전해져서 아련해진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알았다. 이 책의 서문은 이어령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직접 쓰셨다는 것을 말이다.

서문

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도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다.

2022년 2월 22일

이어령

(서문 전문)

그러니까 이 책은 처음 기획이 유고시집이 아니라, 원래는 살아계신 상태에서 나왔어야 할 시집이었다는 것이다. 무언가 시작부터 아련한 느낌으로 이 책을 감상해나간다.



이 책에는 故 이어령 선생님의 신앙시를 비롯하여, 어머니에 대한 시, 딸에 대한 시 등을 담아냈다. 읽으면서 마음이 아픈 것은 딸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의 마음이 보이고, 그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 것을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인가 보다.

삶과 죽음은 멀리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우리 삶에 훅 치고 들어오는 것이니, 오늘은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진다. 그냥 단순히 단어만 보면 짐작할 수 없는 무언가가 속 사정을 알고 나면 마음을 훅 찌르는 날카로운 아픔이 되어 마음을 뒤흔든다. 요즘같이 날씨조차 혼란스러울 때에 어쩌면 이 책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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