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와 정원 - 꽃의 법문을 듣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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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 스님의 이야기와 함께 적재적소에 심어둔 글의 소재가 이 책 정원을 잘 가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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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와 정원 - 꽃의 법문을 듣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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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참아가며, 어느새 익숙한 일상이 되어,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잊고 있었던 것이 있다. 진리는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이 책의 표지에 '꽃의 법문을 듣다'라는 글을 보며 나는 무언가 번뜩이는 깨달음을 얻은 듯이 마음이 요동쳤다. 이미 내 주변에는 사시사철 꽃이 피고 지고 나무가 계절 따라 변화하고 있는데,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내 눈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나, 생각에 잠겼다.

그런 생각들이 이어지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이미 마음이 복작복작하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 책은 수행자의 안식처, 정원에서 보낸 사계절의 기록을 담았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수행자와 정원』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진 스님. 십 년째 산사의 뜰을 가꾸며 수행하고 있는 현진 스님은, 오천여 평의 부지에 꽃과 나무를 심어 농사를 지으며 정원 생활의 고요와 기쁨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꽃과 바람이 전하는 깨달음이 가득한 그의 정원에는 삶의 진리와 감사의 향기가 넘친다. (책날개 발췌)

산사에서 꽃 가꾸고 나무 키우며 자연의 섭리에 기대어 살다 보니 대부분 정원에서의 일을 글감으로 삼았다. 억지로 짜낸 이야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이야기다. 빼거나 덧붙일 것 없이 평소의 일상을 소소하게 풀어낸 것이다. (책을 내면서 중에서)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수행자의 정원'을 시작으로, '봄 - 꽃의 법문을 들어라', '여름 - 바람에게 물어라', '가을 - 꽃이 그냥 피지 않는다', '겨울 - 무욕의 숲에서 배워라'로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절에 보면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는데, 누가 가꾸는지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따로 정원사가 가꾸고 스님들은 염불만 하시는 건 아닐 텐데, 직접 정원을 가꾸리란 생각을 하지는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현진 스님이 절을 세우고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를 들려주니 곧바로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계절별로 꽃과 나무들을 기반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느낌이 들었다.

조곤조곤 잔잔하게 풀어가는 글을 보며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가는 시간을 보낸다.



원예에 몰두하는 시간이 '최고의 명상'이라는 말이 있다. 꽃과 나무를 가까이하는 분들은 이 말에 선뜻 동의할 것이다. 흙을 만지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일에 전념하게 된다. '꽃멍'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정원 가꾸기를 통해 순수한 집중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한번쯤 호미질 하다가 꽃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명상을 해 보시길. (125쪽)

이 책을 읽다 보니 자꾸 설득이 된다고 할까. 나도 꽃멍에 빠져들어볼까, 꽃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명상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하루는 짧고 할 일은 많고, 그런데 꽃까지? 삶의 우선순위와 명상에 관한 마음을 재정비해야 할까 보다.



이 책에 담긴 각종 문장과 시, 책 속 이야기 등의 소재가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현진 스님의 이야기와 함께 적재적소에 심어둔 글의 소재가 이 책 정원을 잘 가꾸어주었다.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되는 책이다. 다른 계절에 또다시 꺼내어 읽고 싶은 책이다.



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을 읽다가 오래 기억하고 싶은 글귀를 메모해 놓았는데 한 줄 소개하면 이런 것이다.

"정원을 꾸리면서 느끼는 창조의 기쁨과 창조자로서의 우월감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한 뙈기 땅을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바꾸어 놓는다. 여름을 기대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과 색과 향기를 창조해 낼 수 있다. 작은 꽃밭, 몇 평 안 되는 땅을 갖가지 색채의 물결이 넘쳐나는 천국의 작은 정원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편지 쓰는 일을 제외하고, 다른 글쓰기는 저녁 시간에 하고 싶어 했다. 그만큼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다는 것인데, 말년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정원에서 보냈을 정도다. 헤세는 정원에서 쉬고 관찰하며 인생에 대해 깊이 사색했던 셈이다. 흙, 꽃, 풀, 채소, 나무 등 자연이 가르쳐 주는 교훈을 삶으로 수용할 수 있다면 따로 경전을 읽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자연보다 더 위대한 교사는 없기 때문이다. (159~160쪽)



고대 그리스 로마의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일이 그대가 원하는 대로 되기를 원하지 말라. 일이 되어 가는 대로 되기를 원하라."는 말을 남겼다. 무턱대고 욕심만 부리지 말고 천천히 순리에 따르라는 잠언 아니겠는가. (174쪽)

책 속의 이 글을 보며 '아, 이 책이야말로 그렇다'라는 생각을 했다. 수행자의 정원이, 수행자의 책이, 그냥 욕심대로 다 심어 놓은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순리대로 적절하게 심어져서 독자에게 전달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적당히 가지치기가 되어 있으면서도 핵심적인 것은 잊지 않고 전달해주는 그런 책이다. 뭉클한 감동이 마음을 적신다. 비록 정원을 가꾸거나 꽃멍에 빠져들지 않을지라도, 이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나도 꽃과 나무의 법문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그것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은 듯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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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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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권에 이어 2권까지 달렸다. 일단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소설이다. 그러는 데에는 난생처음 접하는 어마어마한 진실 앞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게다가 풍경을 그리듯 술술 적어내려간 필력도 한몫하는 듯하다.

그 시절을 지나온 것도 알고, 예전에 일본으로 많이들 건너갔다는 것도 들어서 얼핏 알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보는 듯 그려내는 건 소설이어서 가능한 것일 테다. 소설이라는 매체 덕분에 엄청난 역사적 현장을 눈앞에 펼쳐보듯이 볼 수 있는 것이다.



2권의 시작에는 1권 줄거리가 살포시 담겨있다. 1권을 다 읽었지만 혹시 가물가물하다면 그때 도움을 받도록.



이 소설을 제목만으로는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던 것은 나의 무지 때문이기도 하다. '파친코 = 도박 = 관심 없음'이라는 편협된 사고 때문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나오는 파친코의 의미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파친코는 일본에 남은 한국인들이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뛰어들어야 했던 사업이었다. 재일교포들은 일본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소설에서는 재일교포들의 삶을 4대에 걸쳐 풀어내고 있다. 작품 해설에 보면 이 소설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별적인 호칭인 '자이니치'라고 불리는 재일교포들의 슬픈 디아스포라(신앙적, 경제적, 정치적 이유 등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로 이동하는 현상)를 다룬 이 방대한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교포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었고, 어떻게 차별을 받았으며,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는가를 진실로 느끼고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20세기 한국과 일본을 조망하고 기록한 중요한 사회문서이자 값진 문화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329쪽)

때로는 소설이기에 더 실감 나게 그 현실이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쓴 소설인가도 영향을 크게 미친다. 이 소설은 작가 스스로가 미국 이민자이기 때문에 이방인으로서의 감정을 더 상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도 겪은 감정을 너무나 드러나지 않게, 담담하게 눌러 담아 글을 써내려가 그 부분이 오히려 더 폭넓은 독자층의 환호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히려 많은 설명이 없어서 더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도 받는다. 아, 노아. 아~ 노아!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노아라는 단어만으로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것이다.



책을 읽으면 사람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은 더 넓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4대의 삶과 고난을 들려주는 소설을 보면 그 이해는 시간도 초월한다. 그리고 입장을 바꿔 내가 선자라면, 한수라면, 노아, 모자수, 솔로몬이라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하늘이 무너질듯한 고통과 절망 앞에서 나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들에게서 삶을 한 수 배운다. 어떻게든 꿋꿋하게 살아내는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마음속에 꽉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몰랐던 재일교포들의 삶을 4대에 걸쳐서 소설을 통해 바라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고, 삶을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위치에서 힘을 다해 살아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데에 위안을 얻은 소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1권 첫 시작 "역사가 우릴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 없다."라는 첫 문장이 더욱 처절하게 느껴진다. 첫 시작의 그 느낌보다 몇 배는 더 묵직하고 어두운 현실이었지만, 그 또한 삶이고 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이들이 열심히 살아낸 그 역사를 살펴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책과 드라마 두 가지 다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꼭 먼저 책을 읽기를 권한다. 드라마는 아직 시즌이 다 끝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책을 먼저 읽고 드라마를 본다면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알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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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축제 -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 개인가? 8020 이어령 명강
이어령 지음 / 사무사책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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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를 보고 나는 미키마우스 손가락부터 생각했다. 어떻게 생겼는지, 몇 개인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미키마우스는 어릴 때부터 많이 봐왔으면서도 왜 구체적으로 떠올리려니까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인가. 거기에서부터 이 책이 무척 궁금해졌다.

이 책은 2030 젊음에게 바치는 이어령 지성의 빛나는 향연이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띠지에 '20대 젊은 날의 이어령'이라는 설명이 달린 사진이 담겨 있어서 더욱 눈길이 간다.

'8020 이어령 명강 - 생각의 축제'는 사람의 두뇌를 좌뇌, 우뇌로 가르고 어느 한쪽을 판단 기준 삼아 다른 한쪽을 따돌리고 차별하고 소외시키는 쏠림 사회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교실입니다. 편견과 고정관념의 창살 속에서 자기가 갇힌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무기수들을 해방시켜서 자유로운 초원의 노마드가 되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겁니다. (책 속에서)

돌아가셔서 이제 책을 볼 수 없는 건가 생각했는데, 오히려 엄청나게 출간되고 있으니, 우리 마음속에 생생하게 살아계신 듯하다.

어쨌든 미키마우스에 대한 궁금증은 일단 한 템포 쉬고, 그리고 옛날이야기보따리를 풀어서 수리술술 들려주는 듯한 기대감은 최대한으로 하면서 이 책 『생각의 축제』를 읽어보게 되었다. 그래도 결국 미키마우스 손가락부터 찾아보았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어령.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 20대부터 논설위원을 두루 맡으면서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논객으로 활약했다.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여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기획자로 '벽을 넘어서'라는 슬로건과 '굴렁쇠 소년' '천지인' 등의 행사로 전 세계에 한국인의 문화적 역량을 각인시켰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취임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의 굳건한 터를 닦았다. 2021년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160권이 넘는 방대한 저작물을 남겼으며, 2022년 2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이야기 속으로 '수의 비극', 첫째 허들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 개인가 _ 수의 탄생', 둘째 허들 '이름의 세계', 셋째 허들 '숫자와 이름이 혼융하는 세계', 넷째 허들 '0의 발견', 다섯째 허들 '질서와 균형의 숫자 8', 여섯째 허들 '상대성과 관계성의 숫자 2', 일곱째 허들 '8020 이어령 명강', 여덟째 허들 '새 문명의 모델 초합리주의', 숫자의 허들을 넘어 푸른 바다로 '자크 플레베르의 「작문 노트」'의 차례로 진행된다.



이 책은 정해진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의 공간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오, 그렇네'라며 신기한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야기가 술술 줄줄 이어져서 무엇 하나 언급하기에 정말 길다. 그런데 그 길이가 하나도 길게 느껴지지 않으면서 '오~오~오~' 하면서 읽을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쳐야 할 시험은 달라요. 연필이 아니라 자유롭게 머리를 굴려야지요. 독을 독으로 없애고 열을 열로 다스리듯이 시험으로 시험지옥을 없애는 것이지요. 공부를 하지 않고도 풀 수 있는 시험문제라는 겁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바로 "'8020 이어령 명강 - 생각의 축제'에는 '0'이 몇 개 있는가" 같은 겁니다. 유치원 아이들도 풀 수 있는 문제죠. 누가 보아도 8020에는 0이 2개 있다고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그렇게 대답하겠지요. 그런데 맞나요? 정말 0이 2개 있어요? 한 번 더 잘 보세요. 아라비아숫자의 8자에도 분명 0 모양이 둘이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0은 4개라야 맞겠지요. 하지만 80에 20을 더하면 100이 되니까 8020에는 6개의 0이 숨어 있는 셈이지요. 어때요. 0이 여섯이면 자릿수로 10만을 나타내는 것이니까 삽시간에 0은 10만대로 늘어나게 되는 거죠. 이런 것이 바로 상상력입니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처럼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꽃에서 천국을 보는 힘이지요. 그러나 상상력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픕니다. 끝이 없어요. 이번에는 8자를 옆으로 눕혀보세요. 8자가 무한대의 기호로 뜹니다. 갑자기 0은 은하수처럼 빛나면서 무한대의 수로 돌변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8의 아라비아숫자는 안이 바깥이 되고 바깥이 안으로 바뀌는 뫼비우스의 띠가 되어 리사이클의 아이콘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0은 춤을 추고 마술사의 검은 보자기처럼 무한한 둥근 원들을 뽑아냅니다.

그런데 아직도 끝난 게 아닙니다. 0이라고 하면 숫자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한글의 글자에도 0자가 있지 않습니까. '8020 이어령 명강' 글자마다 0이 한 개씩 들어있으니 말예요.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0만 쳐도 한눈에 9개가 나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시험문제를 풀어가는 동안에 지금까지 정지해 있던 선풍기에 스위치를 켠 것처럼 상상력이나 창조력의 날개가 돌아가면서 시원한 바람이 일기 시작할 겁니다. (5~7쪽)

결국 먼저 찾아서 읽어본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 개인가」.

나는 먼저 이 부분부터 읽었지만, 그래도 다른 독자들은 순서대로 읽어보며 그 의미를 파악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사실 이게 궁금한 건 나뿐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펼쳐들면 신나는 경우가 있다.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고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짚어주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경우 말이다. 이 책이 그렇다. 특히 이야기 하나하나가 새롭고 새록새록 내 마음에 들어온다.

지금도 살아계시며 어디에선가 강의를 해주시는 듯한 목소리를 이 책에서 들을 수 있다. 세대불문,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며 수의 세계에 초대받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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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을 위한 에세이 - 세상의 모든 좋은 어른을 위해 김현주 작가가 알려주는 ‘착한 척’의 기쁨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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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프롤로그를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세상의 모든 배려가 친절한 척이고, 누군가를 위해 저절로 우러나온 마음이 아니라 예의를 지키는 것뿐이라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보고 싶었다, 예뻐졌다, 좋아 보인다, 너의 삶이 부럽다는 형식적인 칭찬을 하듯 인사를 주고받는 게 전혀 공감되지 않고 오히려 불편하다고도 했다. 콜센터 직원의 '사랑합니다. 고객님'은 당연히 빈말이고 음식점에서 '어서오세요'하고 인사하는 건 수익의 대상, 즉 고객이기 때문이고 잘해주는 사람은 무언가 원하는 게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프롤로그 4쪽)

저자는 그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살면서 받았던 배려가 모두 갑과 을에 의해 약속된 태도일 뿐이며 착한 척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긴 나도 콜센터에 전화했을 때 "사랑합니다, 고객님"은 좀 오버라고 생각했다. 언제 봤다고, 아니 본 적도 없는데, 아무한테나 그런 말을 하지는 말지,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콜센터 전화해서 제일 먼저 그 말을 들었을 때였다.

프롤로그를 읽으면서부터 내 마음은 쑥덕쑥덕 말이 많아진다. '수단이긴 하지'와 '그러면 음식점에서 인사조차 안 하면 어쩌라고?' 같은 생각과 함께 엄청 마음이 시끄러워진다.

착하게 산다는 건, 욕심나는 순간에 타인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건, 그 순간은 속상할지도 모르지만 인생 전체로 보았을 때는 그렇게 손해나는 일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착한 일을 했을 때의 뿌듯함과 따뜻함은 착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은 평생 모르고 살아갈 보람과 꽉 찬 다정함 같은 것. 욕심인지 몰라도 착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7쪽)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착한 사람', 2장 '그래서 착하게 살아갑니다', 3장 '그래도 착하게 살아갑니다'로 나뉜다. 착한 척하지 않고 호구도 되지 않게, 현실적 착함, 착한 척하다 지친 거잖아, 인생은 노력에 약간 비례하는 랜덤 선택일 뿐, 착한 사람과 쉬운 사람의 차이, 스스로를 착한 눈으로 바라보자, 착한 사람을 착하게 대할 용기가 있는가?, 나의 착함이 타인에게 주는 기회, 옳은 선택 말고 좋은 선택, 거절만 잘해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어차피 착하게 살아야 한다 착한 척이라도 하자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심지어 요즘은 이렇게 마음이 고운 사람을 '착하다' 하지 않고 '호구'라고 부른다. 착한 사람을 너무 쉽게 호구로 만들어 버리는 세상에서 착하게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도 하고.

"네가 그렇게 착하니까 너를 호구로 보는 거야" (24쪽)

요즘은 착한 사람은 호구 취급을 하는 게 당연한 듯 되어버려 이 책을 통해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보는 것도 영 어색했다. 아무래도 착한 사람은 사라졌나보다. 그래도 '호구님은 도대체 언제부터 활동하셨는지, 착하게 살고 싶은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신다'와 같은 말을 보며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그 마음을 함께 생각해보기도 한다.

하긴 요즘에는 착하다는 것이 칭찬 같지 않고 '바보'나 '멍청이'와 동의어 같다. 그래서 비비 꼬인 부분에 대해서도 이 책을 읽으며 짚어보면서 다시 생각해본다. 좀 더 넓고 크게 착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착한 사람에게 착한 마음이란,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면서

자신도 불편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이다. (25쪽)

착한 사람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있지만 무언가에 가려져 숨어 있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착한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착한 사람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착한 사람의 편에 서서

착하고 따뜻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는

작지만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다. (155쪽)



나쁜 사람이 되기보다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렇다고 호구가 되기는 싫은, 적당히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정리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착하다는 것에 더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동안 생각했던 '착하다'의 개념을 넓히며 좋은 어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게 한다.

꼭 착해야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재밌는 사람도,

잘 들어주는 사람도,

매력 있는 사람,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고

기억된다. (176쪽)

기존의 고정관념과 함께 그것을 깨보기도 하고, 갖가지 생각으로 가득하게 만드는 에세이다.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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