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파친코 1권에 이어 2권까지 달렸다. 일단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소설이다. 그러는 데에는 난생처음 접하는 어마어마한 진실 앞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게다가 풍경을 그리듯 술술 적어내려간 필력도 한몫하는 듯하다.

그 시절을 지나온 것도 알고, 예전에 일본으로 많이들 건너갔다는 것도 들어서 얼핏 알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보는 듯 그려내는 건 소설이어서 가능한 것일 테다. 소설이라는 매체 덕분에 엄청난 역사적 현장을 눈앞에 펼쳐보듯이 볼 수 있는 것이다.



2권의 시작에는 1권 줄거리가 살포시 담겨있다. 1권을 다 읽었지만 혹시 가물가물하다면 그때 도움을 받도록.



이 소설을 제목만으로는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던 것은 나의 무지 때문이기도 하다. '파친코 = 도박 = 관심 없음'이라는 편협된 사고 때문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나오는 파친코의 의미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파친코는 일본에 남은 한국인들이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뛰어들어야 했던 사업이었다. 재일교포들은 일본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소설에서는 재일교포들의 삶을 4대에 걸쳐 풀어내고 있다. 작품 해설에 보면 이 소설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별적인 호칭인 '자이니치'라고 불리는 재일교포들의 슬픈 디아스포라(신앙적, 경제적, 정치적 이유 등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로 이동하는 현상)를 다룬 이 방대한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교포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었고, 어떻게 차별을 받았으며,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는가를 진실로 느끼고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20세기 한국과 일본을 조망하고 기록한 중요한 사회문서이자 값진 문화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329쪽)

때로는 소설이기에 더 실감 나게 그 현실이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쓴 소설인가도 영향을 크게 미친다. 이 소설은 작가 스스로가 미국 이민자이기 때문에 이방인으로서의 감정을 더 상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도 겪은 감정을 너무나 드러나지 않게, 담담하게 눌러 담아 글을 써내려가 그 부분이 오히려 더 폭넓은 독자층의 환호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히려 많은 설명이 없어서 더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도 받는다. 아, 노아. 아~ 노아!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노아라는 단어만으로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것이다.



책을 읽으면 사람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은 더 넓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4대의 삶과 고난을 들려주는 소설을 보면 그 이해는 시간도 초월한다. 그리고 입장을 바꿔 내가 선자라면, 한수라면, 노아, 모자수, 솔로몬이라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하늘이 무너질듯한 고통과 절망 앞에서 나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들에게서 삶을 한 수 배운다. 어떻게든 꿋꿋하게 살아내는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마음속에 꽉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몰랐던 재일교포들의 삶을 4대에 걸쳐서 소설을 통해 바라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고, 삶을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위치에서 힘을 다해 살아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데에 위안을 얻은 소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1권 첫 시작 "역사가 우릴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 없다."라는 첫 문장이 더욱 처절하게 느껴진다. 첫 시작의 그 느낌보다 몇 배는 더 묵직하고 어두운 현실이었지만, 그 또한 삶이고 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이들이 열심히 살아낸 그 역사를 살펴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책과 드라마 두 가지 다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꼭 먼저 책을 읽기를 권한다. 드라마는 아직 시즌이 다 끝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책을 먼저 읽고 드라마를 본다면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알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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