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정해진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의 공간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오, 그렇네'라며 신기한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야기가 술술 줄줄 이어져서 무엇 하나 언급하기에 정말 길다. 그런데 그 길이가 하나도 길게 느껴지지 않으면서 '오~오~오~' 하면서 읽을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쳐야 할 시험은 달라요. 연필이 아니라 자유롭게 머리를 굴려야지요. 독을 독으로 없애고 열을 열로 다스리듯이 시험으로 시험지옥을 없애는 것이지요. 공부를 하지 않고도 풀 수 있는 시험문제라는 겁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바로 "'8020 이어령 명강 - 생각의 축제'에는 '0'이 몇 개 있는가" 같은 겁니다. 유치원 아이들도 풀 수 있는 문제죠. 누가 보아도 8020에는 0이 2개 있다고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그렇게 대답하겠지요. 그런데 맞나요? 정말 0이 2개 있어요? 한 번 더 잘 보세요. 아라비아숫자의 8자에도 분명 0 모양이 둘이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0은 4개라야 맞겠지요. 하지만 80에 20을 더하면 100이 되니까 8020에는 6개의 0이 숨어 있는 셈이지요. 어때요. 0이 여섯이면 자릿수로 10만을 나타내는 것이니까 삽시간에 0은 10만대로 늘어나게 되는 거죠. 이런 것이 바로 상상력입니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처럼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꽃에서 천국을 보는 힘이지요. 그러나 상상력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픕니다. 끝이 없어요. 이번에는 8자를 옆으로 눕혀보세요. 8자가 무한대의 기호로 뜹니다. 갑자기 0은 은하수처럼 빛나면서 무한대의 수로 돌변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8의 아라비아숫자는 안이 바깥이 되고 바깥이 안으로 바뀌는 뫼비우스의 띠가 되어 리사이클의 아이콘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0은 춤을 추고 마술사의 검은 보자기처럼 무한한 둥근 원들을 뽑아냅니다.
그런데 아직도 끝난 게 아닙니다. 0이라고 하면 숫자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한글의 글자에도 0자가 있지 않습니까. '8020 이어령 명강' 글자마다 0이 한 개씩 들어있으니 말예요.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0만 쳐도 한눈에 9개가 나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시험문제를 풀어가는 동안에 지금까지 정지해 있던 선풍기에 스위치를 켠 것처럼 상상력이나 창조력의 날개가 돌아가면서 시원한 바람이 일기 시작할 겁니다. (5~7쪽)
결국 먼저 찾아서 읽어본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 개인가」.
나는 먼저 이 부분부터 읽었지만, 그래도 다른 독자들은 순서대로 읽어보며 그 의미를 파악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사실 이게 궁금한 건 나뿐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