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목숨을 앗아 간 실화를 뼈대로 한 소설 《글래스 호텔》은 완성된 그림을 모르는 채로 맞추는 퍼즐과 같다. 작가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은 인류 최고의 종교라는 돈 때문에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서사는 시간에 따라 진행되지 않고 엎치락뒤치락한다. 처음에는 누가 주인공인지조차 알쏭달쏭하지만, 안개 속에서 낱낱의 퍼즐 조각을 맞춰가다 보면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어느 순간 정교히 엮이게 된다. (383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솔직히 처음 이 책을 읽겠다고 집어 들었을 때에는 약간 당황을 했다.
소설은 처음부터 긴장감 있게 휘어잡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서서히 조각조각 보여주다가 어느 순간 그 조각들이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후자다.
'이게 뭐지?'라는 생각으로 처음에 집중을 못 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참고, 참고, 또 참자.
소설을 읽어나가다가 참아가며 읽고 난 후에 보람찬 빛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소설도 그러한 소설 중 하나로 기억할 것이다.
특히 글래스라는 이미지에 대해서도 옮긴이가 언급한 것을 보며 정리해본다.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적 이미지는 단연 '유리'다.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유리는,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 "깨진 유리조각"을 삼켜 우리의 목젖을 갈기갈기 찢어 목숨까지 앗아 가는 섬뜩한 이미지로 치환된다. 《글래스 호텔》은 마지막 장을 덮은 이후에서 계속 곱씹게 되는,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작품이다. (385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표지도 내용도 작가가 엮어낸 문장도, 독특한 방식으로 나를 전율로 이끌었다. 길을 잃는 것, 나만 그런 거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말에서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기쁨이 더욱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