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수프 이야기 속 지혜 쏙
양지안 지음, 배철웅 그림 / 하루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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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따뜻한 동화를 읽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결과는 대만족!

나그네가 돌멩이 수프를 만든다는데 과연 그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궁금했다.

그림을 보며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들여다보며 누구나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림책 《돌멩이 수프》다.



이 책의 글은 양지안. MBC 창작동화대상을 받은 뒤로 여러 책을 꾸준히 썼고, 그동안 쓴 책 가운데 《우리 아빠는 택배맨》은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모퉁이 아이》는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그림은 배철웅. 주간 영화 잡지 '시네버스'를 시작으로 '새벽나라'와 '스위티', 갓피플닷컴과 기아대책 홈페이지 등에 만화를 연재했다. 6년간 KBS "TV동화 행복한 세상'의 스토리보드를 그렸고 다양한 도서에 삽화 작업을 했다. 대안학교에서 만화를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책 속에서)

찬 바람이 부는 어느 날, 한 나그네가 낡은 외투를 바짝 여미며 마을에 들어서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날도 춥고 며칠째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배가 고픈 나그네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수프를 떠올렸다.

하지만 먹을 걸 조금만 나누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마을 사람들은 외면하고 말았다.

그때, 나그네는 좌절하지 않고 돌멩이 수프를 끓여먹겠다며 땅바닥에서 동그랗고 반질반질한 돌멩이를 찾았다.

"돌멩이로 수프를 끓인다고? 말도 안 돼."

나그네를 지켜보던 아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나그네가 말했다.

"돌멩이 수프를 먹어 보지 못했구나? 돌멩이를 넣고 끓일 커다란 솥만 있으면 아주 맛있는 수프를 만들 수 있단다."

정말일까? 과연 나그네는 돌멩이로 어떻게 수프를 끓일 수 있을까?

나그네를 지켜보던 아이처럼 나 또한 나그네가 어떻게 돌멩이 수프를 끓일지 궁금해졌다.

과연 돌멩이 수프는 어떻게 완성되는지 지켜보는 과정이 흥미롭다.



스토리와 함께 그림이 잘 어우러져서 뭉클한 감동으로 읽어나간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과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추운 어느 날, 마음까지 움츠러드는 상황에서 나그네가 어떻게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람들의 정다운 모습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이 책은 유아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아마 계속 그림을 보면서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나그네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니, 읽다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른 듯한 느낌이 들고 마음이 훈훈해진다.

이야기속 지혜쏙 《돌멩이 수프》 이야기에 감동 가득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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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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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본 기억이 떠오른다. 때는 2002년 월드컵 4강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 한 분이 나와서 "대한민국이 4강에 진출했습니다!"를 외치고, 다 같이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박수를 쳤다.

세월이 흐르니 뮤지컬 내용은 가물거려도 그 당시 분위기는 똑똑히 기억이 난다.

그리고 워낙 유명해서 당연히 원작소설을 읽은 줄 알고 있었지만, 아니었다.

그러니 더 잘 되었다. 이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41개국, 183개 도시, 17개 언어, 1억 4,500만 명 관람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가진 뮤지컬의 원작 소설 (책 띠지 중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드디어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가스통 르루. 기자 출신답게 간결하고 명쾌하며 박진감 넘치는 기사체로 치밀하고 정교하게 작품을 구성하는 프랑스 최고 추리소설가이자 극작가이며 시나리오 작가이다. 1910년에 출간된 『오페라의 유령』은 가스통의 대표작이다. 이 소설은 나중에 뮤지컬,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각색되어 재생산되고 더욱 유명해진다. (책날개 중에서)



『오페라의 유령』은 하도 많이 들어서 너무나도 잘 아는 작품 같았다. 하지만 오래전에 뮤지컬을 보았고 책은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니, (아마 안 읽은 것 같다.) 알고 보면 내가 제대로 아는 작품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유명하지만 그렇게 오래된 작품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1910년에 출간되었다니 시간의 간극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 명작은 명작이다.

팬데믹 시기에 주춤했던 공연이 재개되면서 새로 상영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많은 사람들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으며, 이에 맞추어 소담출판사에서는 프랑스어 원서를 직번역한 완역본을 2022년 버전으로 선보인 것이다.

정확하고 섬세한 번역으로 프랑스어 원서만의 색깔을 잘 살렸다고 하니, 더욱 흥미로운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프롤로그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 독특한 이야기를 쓴 작가는 독자들에게 오페라의 유령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경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오페라의 유령은 실제로 존재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믿었던 것처럼 예술가들의 영감이나 극장 감독들의 미신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발레단 아가씨들, 그녀들의 어머니들, 여자 안내원들, 휴대품 보관소 직원들, 극장 수위 아저씨들이 흥분해서 꾸며 낸 하찮은 이야기도 아니다.

그렇다. 오페라의 유령은 살과 뼈를 지닌 살아 있는 존재였다. 비록 그가 진짜 유령, 완전히 귀신의 형체를 띠고 있었지만…….

(11쪽)

이런 식의 시작이 마음에 든다. 페르시아인인 화자가 자신만이 알고 있는 독특한 이야기를 널리 알리는 구성이니, 더욱 솔깃하여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



처음에는 이 책이 약간 두꺼우니 살짝 부담이 되었지만, 일단 시작하면 두껍다는 것을 잊고 흥미롭게 읽어나가게 된다.

뮤지컬로 보았을 때에도 현장감과 감동이 오래갔지만, 책으로 읽으니 더욱 실감이 났다.

첫 이야기부터 집중해서 읽어나가게 되었고, 박진감과 스릴 넘치는 장면 장면이 나의 시선을 잡아끌어 멈추지 못하게 했다.

다음 장면이 궁금한 데다가 심리적인 것도 잘 묘사하였다. 내가 오페라 가수인 것 같기도 하고 그곳에 가보면 실제로 그 장소가 있을 듯한 느낌이 드니, 그 현장감이 나를 설레게 했다.

읽다 보니 예전에 보았던 뮤지컬이 떠오르는데 그것과는 비교하지 못할 만큼 더 박진감 넘치는 시간을 보냈다.

내가 원작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데에 있다.

이 작품은 호기심, 긴장감, 박진감, 치밀한 구성 등 추리 소설의 진수를 보여 주면서도 소외, 증오, 질투, 연민, 사랑, 희생, 화해 등 인생의 본질적인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546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올해에는 뮤지컬로도 선보인다고 하니, 이 책을 먼저 읽어보고 뮤지컬을 보면 맛이 다를 것이다. 두 작품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할 테니 일단 이 책으로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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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된다는 것 - 데이터, 사이보그,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의식을 탐험하다
아닐 세스 지음, 장혜인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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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이면서도 참신하고 거기에 근거를 따박따박 제시해주니 설득력 있어서 집중해서 읽어나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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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된다는 것 - 데이터, 사이보그,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의식을 탐험하다
아닐 세스 지음, 장혜인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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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책의 추천사는 중요하다. 표지에 있는 추천사 한 마디에 바로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올해 단 한 권의 책만 읽는다면 단연 이 책이다."

_진저 캠벨, 세계적인 뇌과학 팟캐스트

사람들이 열광한다고 다 좋은 책은 아닐지라도, 별로인 책은 그런 환호성마저 들리지 않으니 일단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특히 ''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한 가장 독창적이면서도 과감한 생각'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세계적인 뇌과학자 아닐 세스의 최신작이라는 점도 무조건 이 책을 읽어보도록 안내해주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내가 된다는 것』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아닐 세스. 20년 이상 의식의 뇌 기반 연구를 개척해온 세계적인 뇌과학자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의식의 신경과학을 다룬다. 주관적 경험이라는 내면의 우주가 뇌와 몸에서 펼쳐지는 생물학적, 물리적 과정과 어떤 연관이 있고, 이 과정을 통해 내면의 우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 (16쪽, 들어가는 말 중에서)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의식의 수준', 2부 '의식의 내용', 3부 '자기', 4부 '또 다른 것'으로 나뉜다. 실재적 문제, 의식의 측정, 의식의 측정값 파이, 안에서 바깥으로 지각하기, 확률의 마법사, 관람자의 몫, 섬망, 자기 예측, 동물기계 되기, 물속의 물고기, 자유도, 인간 너머, 기계의 마음 등 13장으로 구성된다.

요즘 특히 인간을 인간이게 해주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에 읽은 소설들이 그러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당연히 인간인데, 그러한 우리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어쩌면 우리가 아는 인간적인 특성만으로는 설명이 안 될 때가 올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과학 책을 통해 인간의 '의식'에 대해 깊이 고찰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런데 이 책, 꽤나 독창적이고 참신하다. 우리의 지각은 사실 통제된 환각이자 바깥세상 또는 신체 내부에 대해 뇌가 내린 '최적의 예측'이라니 이런 접근 신선하다.



사실 제목에 나오는 '내가 된다는 것'이 평범한 제목처럼 생각되어서 이 책의 추천사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된다는 것'에 대해 심오하게 접근하여 새로운 세상을 펼쳐 보여주니, 과학과 철학적 사유를 함께 들려주어 배움의 장을 활짝 열어주었다.

자기는 눈이라는 창문 뒤에서 세상을 내다보며 조종사가 비행기를 조종하듯 신체를 제어하는 불변의 존재가 아니다. 내가 된다(being me), 또는 당신이 된다(being you)라는 경험은 지각 그 자체,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 몸의 생존에 초점을 맞추어 신경적으로 암호화된 예측이 촘촘히 얽힌 집합이다. 우리 자신이 되는 데에 필요한 것은 이것뿐이다. (201쪽)

또한 이 책에서 '동물기계'에 대한 언급은 독특한 통찰이어서 집중하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살과 피로 이루어졌다는 생물의 속성, 즉 유기체의 본질은 마음, 의식, 영혼(이런 것이 있다면)의 존재와는 명백히 아무 관련이 없다. 동물은 동물기계다. 데카르트의 관점에서 마음과 생명은 사유하는 실체와 연장된 실체처럼 명확히 구분된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특수성을 강화해 마음을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잠정적인 피해자를 달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위험한 문이 열렸다. 동물이 동물기계라면, 그리고 분명 같은 살과 피, 연골, 뼈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인간 역시 동물의 일종이라면, 마음과 이성이라는 능력은 분명 기계적이고 생리적인 용어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223쪽)



통찰력 넘치는 심오한 책! 의식의 본질은 여전히 과학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이지만 아닐 세스는 누구보다 그 답에 가까이 다가간다.

_짐 알칼릴리,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의 저자

지금까지 의식에 대해 무엇이라 생각했든 일단 이 책을 펼쳐들면 정신이 번쩍 들면서 놀라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독서는 그렇다. 알고 있는 것에 지식을 더해주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을 모두 허물어서 가져가버리고 이렇게 새롭게 판을 짜주는 경우가 더욱 마음을 흔들어놓는 것이다.

도발적이면서도 참신하고 거기에 근거를 따박따박 제시해주니 설득력 있어서 집중해서 읽어나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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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철학 - 실체 없는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사는 법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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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책이어서 읽어보기로 했다.

기시미 이치로가 이번에는 불안을 이야기한다고 하여 관심이 갔다.

불안의 시대를 평온하게 살아 내는 철학적 지혜를 마주할 수 있다고 하니,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이래저래 모두들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불안을 한번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아들러는 불안의 '원인'이 아닌 '목적'에 주목했다. 그는 일이나 대인관계처럼 살아가는 데 피해갈 수 없는 과제를 '인생의 과제'라고 명명하고, 불안은 이런 인생의 과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지는 감정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불안의 목적은 인생의 과제에서 벗어나는 일인 것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기시미 이치로가 불안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 줄지 호기심이 생겨서 이 책 《불안의 철학》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기시미 이치로. 철학자. 교토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서양 고대철학사 전공)을 수료했으며 전공인 철학과 병행하여 1989년부터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했다. (책날개 발췌)

어떤 책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한밤중에 문득 잠에서 깼을 때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고 자신이 조금 전까지 죽음의 바로 곁에 있었음을 알아차려 본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기시미 이치로,《아들러, 인생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심리학》)

교정지에 편집자가 '나는 그런 경험이 없다.'라고 써 놓은 메모를 보고 세상에는 내가 느끼는 만큼의 불안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데 놀랐다. 나는 내 몸에 관해서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떠올라 불안해지면 밤중에 잠을 깰 때가 있다. 나는 불안해서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낸 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조금이나마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서문을 시작으로, 1장 '불안의 실체', 2장 '팬데믹과 불안', 3장 '대인관계와 불안', 4장 '일과 불안', 5장 '질병과 불안', 6장 '나이 듦과 불안', 7장 '죽음과 불안', 8장 '불안의 해법'으로 나뉜다.



이 책에서는 '불안은 대상이 없다'라고 말한다.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불안의 대상은 무라고 주장했는데, 일상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왠지 불안하다'라는 의미라는데……. 그것은 어떤 일이 있어서 불안한 게 아니라 실체가 없는 것이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 감정을 공포와 비교해주며 이야기한다. 즉 큰 개가 가까이 다가올 때라든지 땅이 흔들릴 때 느끼는 감정은 공포지 불안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특정 대상 없이 막연하게 느끼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더 대처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람이 한번 인생의 역경에서 도피하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러한 사고는 불안이 가중될수록 강화돼 확실해진다."

즉, 인생의 역경에서 도피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만난 과제가 힘들어 그곳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이다. 인생의 역경에서 도망치려는 사람은 불안한 감정을 갖게 됨으로써 그 결심을 강화한다. 다시 말해, 불안이 없어도 원래 인생의 과제에서 도망치겠다고 결심했겠지만, 이렇게 불안하니까 도망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생의 고난에서 도망치려고 생각하는 게 먼저고, 이 사고를 정당화하기 위해 불안이라는 감정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26쪽)

'불안은 인생의 과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 낸 감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내 불안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는 듯하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려고 '계획할' 때 불안한 마음이 든다. 다시 말해, 실제로는 아직 아무 일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불안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6쪽)

어떤가. 이 말을 보면 불안이 사그라들지 않는가.

불안을 가라앉히고 불안에 대한 철학을 계속 읽어본다.



이 책은 읽어나가는 데에 집중력이 필요했다. 의미를 전달받는 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런데 집중해서 읽다 보면 형광등처럼 번쩍이는 무언가를 건네준다. '아, 이것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겠구나!', '이게 이러한 의미겠구나.'

머릿속 복잡한 개념을 한꺼번에 휩쓸어간 다음에 새로 정리하여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주는 듯한 느낌이다.

새로이 만들어가는 데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는데, 근사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그랬으니 인정.



이 책으로 팬데믹, 대인관계, 일, 질병, 나이 듦, 죽음과 불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말을 기록해놓아야겠다.

"설령 자네가 3천 년을 산다 해도

혹은 3만 년을 산다 해도, 기억해 두게나.

그 누구도 현재 살고 있는 삶 이외의 삶을

잃지는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잃는 삶 이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일세."

_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대를 거스르고, 현재를 살아가고, 자신의 인생을 살라는 것 등등의 이야기가 앞의 글들을 읽고 나서 접하니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물론 '엥?'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부분도 있지만 그런 것은 가볍게 통과.

감정을 직시하고 불안에 대해 선입견 다 치우고 하나하나 차곡차곡 바라보면서 깊은 생각과 함께 하니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의미 있다.

누구나 불안을 느끼는 이 시대에 불안의 실체와 해법을 철학적으로 짚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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