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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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이 있었다. 별생각 없이 펼쳐들었는데 의외로 눈길을 멈추게 된 책이었다. 책 속의 모든 것이 나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만든다. 여행지의 사진도 어딘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작가의 글도 옛 추억에 잠기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분명히 저자의 책인데 구석에 처박혀 먼지 풀풀 날리고 있는 나의 옛 일기장을 우연히 꺼내어 읽는 듯한 책이었다. 그 책이 바로 황경신의 『생각이 나서』 였다.

이 책은 74만 독자가 선택한 『생각이 나서』 작가 황경신의 이야기노트 『달 위의 낱말들』이다.

그것은 매일 일어나는 기적

그러나 네가 돌보지 않았던 기적이다. (책 띠지 중에서)

이를테면 하루가 저물고 또 하루가 오는 일, 하루를 살기 위해 네가 아침마다 눈을 뜨는 일, 때로 부주의하고 때로 불친절한 너를 견디고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여 쓰러진 몸을 일으키고 무너진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 모두 기적이다. 기억하지 않아도 돌보지 않아도 묵묵히 일어나는, 갸륵한 기적이다.

_본문 중에서

본문을 본격적으로 읽어나가기 전에 표지 그림과 몇 가지 문구를 보고 이미 이 책에 빠져들고 말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달 위의 낱말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황경신.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 안에서 잠시 꼼지락거리며 쓰다 만 글을 생각한다. 생각의 꼬투리가 잡히면 컴퓨터를 깨우고 쓰기 시작한다. 틈틈이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리고 샤워를 한다. 식사를 하면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글을 쓰고 글을 쓰다가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하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러다가 쇼핑 사이트를 열어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입한다.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거나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 가끔 번거롭고 대체로 느긋하다. 종종 고요하고 자주 행복하다. (책날개 중에서)

어느 적막하고 쓸쓸한 밤, 당신이 그리워 올려다본 하늘에 희고 둥근 달이 영차 하고 떠올랐다. 달은 무슨 말을 전하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달의 표면에 달을 닮은 하얀 꽃들이 뾰족 솟아 있었다. 썩은 열매의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달로 날아가, 꼬물꼬물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잎을 뻗고 꽃잎을 여는 중이었다. 터지고 쫓고 오르는 것들, 버티고 닿고 지키는 것들이 거기 있었다. 인연과 선택과 기적이 거기 있었다. 뭔가 다른 것이 되어. 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것이 되어. (5쪽)

이 책은 2부로 구성된다. 1부 '단어의 중력'에는 내리다, 찾다, 터지다, 쫓다, 지키다, 오르다, 이르다, 버티다, 닿다, 쓰다, 고치다, 선택, 미래, 행복, 막장, 인연, 기적, 안녕, 원망, 공포, 몽매, 단순, 침묵, 미련, 소원, 연민, 고독, 재회, 2부 '사물의 노력'에는 컴퓨터, 자동차, 오디오, 소파, 토끼, 전화기, 피아노, 카메라, 책, 청소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을 펼쳐들고 읽어나가며 이내 익숙해진 것은 황경신의 노트, 황경신의 언어여서일 것이다.

한동안 음미했지만, 한동안 잊고 있었고, 그 간극이 무색하게 다시 익숙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언젠가 시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또다시 나는 이 책을 문득 툭 꺼내들어 음미하고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이 책의 시작부터 하고 있었다.



이 책의 순서는 단어로 되어 있다. 요즘 들어 자꾸 내 언어의 폭이 좁아지고 한정된 언어 속에서 살아가며, 때로는 그 언어도 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이 책에서 던져주는 단어가 기억 속의 나를 끌어올려 준다.

신기하게도 이번 책 역시 황경신의 노트이지만 나의 노트를 찾은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그건 제목이 너무나도 평범한 단어여서 그럴 것이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누구든 그 단어를 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게 될 것이다.



뭉뚱그려 대충 넣어둔 예전 기억을 꺼내어 섬세하게 펼치고 정리하고 의미를 담아 생명을 불어넣는다. 단어를 쪼개고 다듬어 새로운 의미를 들려준다. 가만히 듣다 보면 몰랐던 무언가가 번뜩이며 파지직 떠오른다. 그렇게 하나씩 깨달아가는 것이다.

누군가의 생각노트를 보며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1부는 나의 노트를 들여다보는 느낌, 2부는 작가의 고백을 듣는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소금기 어린 옷가지들을 세탁기에 넣기 위해 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네가 움직이자 세계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역류가 멈추고 시간은 현재에서 미래로 흘러간다. 익숙하지 않음에 익숙해진 너는 비로소 안도한다. 여름이 지나갔다. 이제 너는 과거 속에 고요히 잠이 든 시간을, 잠시 행복에 잠겼던 순간을, 네 곁에 머물렀던 불완전한 기억을 쫓으며, 가을과 겨울과 봄을 견딜 것이다. 완전을 원한다면 둘 보다 하나라고 되뇌며, 무언가에 쫓기듯 생각을 쫓을 것이다. (32쪽)

지금은 한여름의 시기이지만, 곧 이 글과 딱 맞는 날이 올 것이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가벼운 나날도 곱씹으며 음미할 수 있는 언어로 둔갑한다. 평범한 그런 날의 생각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는 표현이 좋다.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표지의 달이 더 반짝인다. 일상의 순간이 달처럼 반짝거리기를. 나에게도 저자의 표현처럼 '갸륵한 기적'으로 여길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더 많아지기를…….

이 책을 읽으며 과거를 바라보고 미래로 향하고 있는 나를 본다. 이 책이 나를 그렇게 이끌어준다. 평범한 단어도 의미를 쪼개고 다듬어 갈고 닦아서 보석처럼 내 앞에 보여주는 책이니, 단어들 속으로 푹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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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바람그림책 128
지미 리아오 지음, 한미숙 옮김 / 천개의바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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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만의 국민 그림책작가 지미 리아오 작품이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대만의 국민 그림책작가'라는 수식어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직접 읽어보니 진짜 그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대단한 작품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뭉클하고 가슴 저리는 느낌이 꽤 오래간다.

그림책으로 사람 마음을 이렇게 뒤흔들어놓다니!

그 감동을 오래 간직하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 《별이 빛나는 밤》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지미 리아오. 대만의 동화작가로 2009년 발표된 <별이 빛나는 밤>은 2011년 린슈우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된 <미소 짓는 물고기>는 2006년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이 책에는 외로운 소녀와 외톨이 소년이 나온다.

그러한 상황이니 스토리 자체가 어둡다.

아이들이 그리는 현실 세계는 우울하다. 그런데 아마 글만 적혀있었으면 어둡기만 할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환상적인 느낌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칫 어둡게 비칠 수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내다니! 그림의 역할이 크다.

그림 속 세계는 색감도 풍부하고 신비롭다.

그림이 아니면 이런 느낌을 가져올 수 없으리라.



밝은 그림이 나오면 한없이 따뜻하고, 상상의 세계는 내가 인식하는 세상 이상으로 뻗어나간다.



어둡고 차가워도 외롭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그 안에 따뜻함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는다.



지금껏 그림책에서 그림은 글의 보조 역할로만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바꿔야겠다.

이 책에서는 그림이 많은 이야기를 충분히 해주고 있다.

그림이 이렇게 글보다 위에서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다니, 내가 아는 그림책의 범위를 다시 써야겠다.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는 건

어딘가에 빛이 있다는 거야. (책 띠지 중에서)

꿈속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그림으로 눈앞에 펼쳐지니 더욱더 환상적이고 신비롭게 다가온다.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들게 하는 그림책이다.

아마 이 책을 펼쳐들면 마법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가장 찬란하고, 가장 고요했던, 별이 빛났던 밤'을 꺼내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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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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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고 나는 두 번 놀랐다. 생각보다 두꺼운 것에 한 번, 그럼에도 빼놓지 않고 읽게 만드는 필력에 또 한 번 놀랐다.

에릭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있었다.

그는 환자를 정성스럽게 돌보는 의사였다.

그러던 그가 스스로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하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게 되었는데…….

과연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 책 《15분마다》를 읽으며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 책의 저자는 리사 스코토라인. 20여 편 이상의 작품들을 발표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녀의 책은 현재까지 2500만부 넘게 판매되었고, 30개국 이상의 나라에 출간되었다. 그녀는 에드거 상과 《코스모폴리탄》에서 '두려움을 모르는 여성 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1장부터 68장에 걸쳐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 장의 소제목은 없고 그냥 숫자로만 되어 있다.

이 소설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나는 소시오패스다'라는 말로 시작하니 말이다.

그리고 더 솔깃한 발언을 한다. 바로 책에서 본 바로는 24명 중 1명이 소시오패스라면서, 거식증 환자는 3퍼센트인데 모두들 그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정신분열증 환자는 겨우 1퍼센트에 불과한데도 모든 언론이 앞장서서 다루는데, 소시오패스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이 없거나 전부 다 살인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악마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테러범이나 살인자, 무자비한 독재자의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악마가 자신들의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직장에서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을. CVS 매장의 계산대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기차 옆 좌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체육관의 러닝머신에서 뛰고 있다는 것을.

자신들의 딸과 결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린 여기 있고, 당신을 속이고 있다.

우린 당신을 노린다.

우린 당신을 훈련시킨다. (12쪽)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있는 누군가가 소시오패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니 오싹한 느낌이 든다. 그런 마음과 함께 본격적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이 책은 강렬한 시작과 함께 상황에 따른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어서 일단 시작하면 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 '15분마다'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는데, 강박장애 증상이라고 한다.

"15분마다 반드시 해야 하는 행동이 있어요. 그 시간이 되면 머리를 두드리고 뭔가 말을 해야만 해요." (89쪽)

이 책에는 소시오패스, 강박장애, 불안장애 등의 질환을 소재로 스토리가 상세하게 전개된다.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나타는 정신질환은 충분히 스릴러 소설의 소재가 되어 긴박감을 준다.

과연 범인이 누구인지, 끝까지 몰입해서 읽게 된다.



이 책은 여성 작가 스릴러 소설 시리즈 중 두 번째 소설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리사 스코토라인의 스릴러 소설이다.

인간 모두를 아우르는, 그러니까 부모 자식 지인 친구 등 인간 모두를 아우르며 표현하는 책이라서 더욱더 관심 있게 읽게 된다.

보는 사람의 시점에 따라 느낌이 다 다를 것이다.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고 심리묘사를 잘 해서 놓치지 않고 읽게 만든다.

강렬하게 몰아쳐서 압도적인 느낌이었다. 그러니 책 두께가 두꺼운데도 쉬지 않고 읽게 되었다. 흡인력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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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구단 DNA - 메쎄이상의 코로나19 극복기
조원표.이상택.김기배 지음 / 하다(HadA)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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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쎄이상'은 전시회사다. 2007년 11월, 경향신문사로부터 경향하우징페어를 인수하면서 시작했고, 이후 13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민간 전시회사로 발돋움했다고 한다.

18개 산업의 전시회를 갖고 있는데, 이 전시회들은 모두 각 산업에서 어느 정도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전시업계에 진출한지 고작 10여 년 만에 어떻게 메쎄이상은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들을 해낼 수 있었을까?

메쎄이상에서는 그 힘을 '이상 DNA'라고 부르고 '외인구단 DNA'라고 한다는 것이다.

메쎄이상에는 외인구단 DNA가 있다. 우리들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내기를 좋아한다. '그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일을 밀어붙이기를 즐겨한다. 우리들은 일류 인재를 뽑아 일등을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고달프지만 간절함을 갖고 있는 인재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오늘보다는 내일을 꿈꾸는 조직을 만들고자 힘써 왔다. 워크와 라이프를 분리하기보다 성공적인 워크가 최고의 라이프라는 생각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는 회사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23쪽)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외인구단 DNA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전시산업의 청개구리'를 시작으로, 1장 '수상한 등장: 전시회를 사들이는 낯선 사람들', 2장 '의아한 방향: 온라인에 목숨 거는 오프라인 기업', 3장 '남다른 문화: 엉뚱한 선택, 신기한 궁합', 4장 '독특한 인재: 외인구단 DNA', 5장 '생소한 운용: 안정 속의 성장', 6장 '기이한 상상: 전시산업의 진화와 미래'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우리들의 외인구단, 모두의 DNA'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는 메쎄이상이 전시회 사업을 시작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갖가지 우여곡절 끝에 성취해나간 일들을 하나씩 들려준다.

그 이야기들이 솔깃해서 '역시 사업하는 사람들은 다르구나.' 생각하면서 읽어나갔다. 당연히 포기할 것 같은 일도 끝까지 방법을 찾고 시도하려는 노력을 다해 열정을 불사르는 모습이 보여서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쎄이상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노력과 포부와 야심찬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기이한 상상이 넓고 깊게 이어지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해당 회사의 직원이라면 자신의 회사가 어떤 길을 지나 지금에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이 책을 보며 파악해 볼 수 있겠다.

관련 업종 종사자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어떻게 도전정신을 펼쳐 한 걸음씩 나아갔는지 그 이야기를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꿈을 함께 펼쳐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지금까지 걸어온 과정을 정리하고 기억해두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겠다. 지금 시점에서 그들 자신만의 역사를 기록한 것은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인구단 DNA는 경영진만의 것이 아니었다. 메쎄이상 구성원 모두의 것이었다. 그들만의 외인구단이 아니라 우리들의 외인구단인 메쎄이상이, 구성원 모두의 외인구단 DNA를 통해 전시산업을 너머 사람을 연결하고 정보를 공유하여 많은 사람들의 성공을 돕겠다는 사명을 멋지게 감당하리라 믿는다. 우리들의 외인구단, 메쎄이상의 건승을 기원한다. (277쪽)

메쎄이상은 경영진이 보는 회사와 직원들이 보는 회사도 별반 다를 바 없고, 밖에서 보는 모습과 안에서 보는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니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더욱 크겠다. 그들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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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 마인드셋 - 감정 왜곡 없이 진실만을 선택하는 법
줄리아 갈렙 지음, 이주만 옮김 / 와이즈베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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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스카우트 마인드셋'이다. 먼저 그 뜻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스카우트 마인드셋

: 승리를 위해 전투지의 지형이나 적의 동향을 살펴

정확한 지도를 만드는 정찰병(scout)같이

사실 그대로를 직시하는 태도

(책 뒤표지 중에서)

그러니까 '스카우트 마인드셋'은 '직시'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저자의 2016년 TED 강연 '왜 우리는 틀렸을 때조차 옳다고 생각하는가'가 75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하여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에서는 강연 내용을 근간으로 내 안의 편견이나 맹목적인 확신, 지나친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세상을 명확히 바라보는 방법을 안내한다고 한다.

이 책은 인지과학과 역사, 전 세계적 화두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과학, 사회운동, 정치, 스포츠, 생존의 영역을 넘나들며 명료한 논조로 정찰병 관점을 적용해 성공을 이룬 사례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게 우리 시야를 가리는 왜곡된 감정과 스스로를 속이는 자기기만에서 벗어나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방법을 친절히 알려준다. (책날개 중에서)

믿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찰병처럼 직시한다는 점에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었다.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스카우트 마인드셋》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줄리아 갈렙. 비영리단체 응용합리성센터의 공동설립자로 페이스북, 트위터, 드롭박스 등 실리콘밸리 기업에 인간의 합리성과 의사결정에 관한 자문과 워크숍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인기 팟캐스트 '래셔널리 스피킹'의 운영자이자 진행자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을 비롯해 마이클 샌델, 피터 싱어, 타일러 코웬, 조너선 하이트 등 각계각층의 석학들과 심층 대담하며 젊은 사상가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여행이며, 진실을 알려는 욕구에 뿌리 내린다. 정찰병 관점은 일과 생활 모두에 유익하며 충족감을 선사한다. 자신과 타인, 세상을 기만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은 그동안 지독히도 과소평가됐다. 이를 기쁜 마음으로 공유하고 싶다. (15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정찰병 관점을 위한 뼈 있는 변론', 2부 '합리적 판단을 위한 자기인식 능력 기르기', 3부 '현실 왜곡 없이 목표를 이루는 법', 4부 '생각을 바꾸는 생각', 5부 '다시 생각하는 당신의 정체성'으로 나뉜다.



이 책에서 처음 들려주는 일화부터 시선을 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동기화된 추론'에 대한 설명까지 이어진다. '동기화된 추론'에 대해서는 심리학자 톰 길로비치의 설명으로 들어보면 확 와닿을 것이다.

사람은 어떤 것이 사실이기를 바랄 때 '믿어도 될까?'라고 자문하며 인정할 만한 이유를 찾는다. 반면 어떤 것이 사실이기를 원치 않을 때는 '어째서 믿어야 하지?'라고 자문하며 거부할 이유를 찾는다. (24쪽)

대부분의 사람은 직장에서 자신이 동료보다 더 많은 몫을 해낸다고 생각한다. 동료가 일을 망치면 무능한 탓이지만, 내가 일을 망치면 과중한 압박감 때문이다. 상대 정당 정치인이 법을 어기면 당 전체가 부패했다는 증거지만,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정치인이 법을 어기면 개인의 부패일 뿐이다. 나와 다른 견해, 나와 다른 상황을 무시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에서도 동기화된 추론을 볼 수 있다. (24쪽)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기록도 알려준다.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일찍이 2,000년 전에 아테네를 무너뜨리고 그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던 도시 국가들을 거론하며 동기화된 추론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동기화된 추론을 기록한 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지만, 저자는 구석기 조상이 문자를 알았더라면 아마도 라스코동굴 낙서에는 이런 불평이 쓰여있을지도 모른다며 한 마디 날린다. "자기가 제일가는 매머드 사냥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가 미친 거지."

예를 들어주는 이야기와 함께 설명을 이어나가니 쏙 들어오게 만들어 몰입도가 뛰어나다.

동기화된 추론은 타인을 관찰할 때는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자기 스스로는 잘 느끼지 못한다. 자신의 추론이 객관적이라고 착각하면서 한쪽에 치우침 없이 여러 정보를 공정하게 평가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25쪽)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정찰병처럼 직시하는 것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고 보면 전투병처럼 세상만사를 대했던 것을 좀 더 객관적으로 정찰병처럼 바라보도록 이 책에서 길을 안내해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들려주는 '지적으로 정정당당한 사례'가 뭉클한 감동으로 남는다. 쉽지 않은 일이리라 생각된다. 평생 연구한 내용을 뒤집어엎는 것 말이다.

지적으로 정정당당한 사례를 들 때 나는 리처드 도킨스에게 들을 이야기를 자주 언급한다. 도킨스는 옥스퍼드대학교 동물학과 학생일 때 이 사건을 목격했다. 당시 생물학계에서는 '골지체'라 불리는 세포구조물에 관해 큰 논란이 있었다. '이 구조물은 실재하는 걸까 아니면 관찰연구법이 만들어낸 허구에 지나지 않는 걸까?'

하루는 미국에서 온 젊은 객원교수가 동물학과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며 골지체가 실존한다는 새롭고 흥미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강연에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매우 존경받는 한 동물학자도 참석했는데, 이 노교수는 골지체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해를 앞장서서 펼친 사람이었다. 강연 내내 모든 사람이 노교수를 곁눈질하며 그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했다. '그는 이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과연 뭐라고 말할까?'

강연이 끝나자 노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연장 앞으로 걸어가더니 객원교수와 악수를 하고 이렇게 말했다.

"친애하는 동료 교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소. 지난 15년간 내가 잘못 생각했소."

강연장에서는 우레와 같은 갈채가 쏟아졌다.

도킨스는 이 일화를 떠올릴 때마다 울컥한다고 말했다. 나 역시 그렇다. 노교수는 내가 본받고 싶은 역할 모델이다. 전투병 관점에 서고 싶은 유혹이 강렬하게 치밀 때도 이분을 떠올리면 정찰병 관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심이 생긴다. (305쪽)



"이 책은 우리가 눈앞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이해하게 해준다.

더 나은 합리적 선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_애니 듀크 (인지심리학자,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저자

이 책에서는 자기기만을 멈추고 세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당연히 옳다고 생각했던 일이 세월이 흐른 후에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경우가 종종 있다. 살면서 진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보니 아닌 경우도 있다. 그러니 지금 당연히 옳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도 언젠가는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으로 전투병 관점에서 정찰병 관점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예시가 함께 하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정찰병 습관에 대해 익히며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겠다.

동기화된 추론은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올바른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태도도 인간으로서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스카우트 마인드셋을 알게 되면 삶의 자세가 보다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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