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들어가며'부터 눈이 번쩍 뜨인다.
1962년 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은 기념비적인 저서 《침묵의 봄》을 펴내 대중에게 환경 문제의 경각심을 일깨웠고, 디디티DDT의 독성을 증언했다. 그녀의 노력 덕분에 1970년 4월 22일 최초로 지구의 날이 제정되었고, 1972년에는 드디어 발암 성분인 디디티의 사용을 금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디디티 대신 택한 임시 화학 물질은 여전히 생태계와 인간의 몸에 위험한 화학 물질이 잔류하도록 허용한다는데, 할로겐계 난연제와 테플론계 영구 화학 물질, 난분해성 플라스틱과 유연제 등은 몸안에 화학 혼합액을 생성해 불임, 유산, 조산, 성조숙증, 알레르기,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비만, 당뇨, 알츠하이머, 암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8쪽)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 이 책에서 짚어주니, 이 책 또한 현재의 대중에게 환경 문제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환경에 엄청 위험한 물질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아닐 것이다'라는 생각이 암암리에 있었나 보다. 이 책에서는 그 기대를 와장창 깨준다.
'더 나빠질 게 없다는 착각'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유기염소 화합물은 1940~1960년에 가장 널리 사용됐다. 그래서 그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설마 또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겠지'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역사는 우리가 기대한 대로 펼쳐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1960~2000년대까지 인류는 폴리염화 항균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했으며, 난연제로 브로민계 화합물을 만드는 등 과거의 잘못을 반복했다. (69쪽)
그래서 이 책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디디티와 같은 유기염소 화합물은 기적의 화학물로 각광을 받았지만, 레이첼 카슨은 바로 이 물질 때문에 《침묵의 봄》을 썼다. (51쪽)
디디티는 한때 그 어떤 합성 화합물보다 많은 생명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말라리아를 전염시키는 학질 모기를 비롯해 기타 질병을 옮기는 많은 곤충을 박멸한 기적의 살충제가 바로 디디티라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살충력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곧 디디티를 대신할, 분자 구조와 기능 및 살충력이 유사한 다른 유기염소 화합물 살충제가 개발되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서 디디티와 똑같은 부작용을 일으켜 사용이 금지되었는데, 취소 혹은 사용 금지된 화합물에 대해 이 책에서 조목조목 이야기해준다.
환경 오염은 아무도 모르게 진행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트리클로산도 연구가 45년 동안이나 진행되었지만, 아무도 그것이 지구상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지 못했다. 트리클로카반은 환경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이 겉으로 드러났음에도 위험을 직접 관찰할 수 있기까지 무려 45년이 걸렸다. (62쪽 발췌)
소비자로서 가족과 나 자신을 위해서 항균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광고에 늘 주목하게 되고, 특히 코로나 시대에는 당연한 듯 살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에서 경각심이 생긴다.
카슨이 암으로 사망(1964년)하고 거의 10년이 지난 1972년에 헥사클로로펜이 안전상의 이유로 사용이 금지된 것처럼, 이를 대신한 삼염화 방향족 화합물 또한 그로부터 46년이 지나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인류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금지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위생용품에는 이 지긋지긋한 화학물이 여전히 들어 있고, 이 물질은 놀랄 정도로 멀리 퍼져나가며 매우 오랫동안 자연에 잔류한다.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 가까이에 있는 체서피크만과 자메이카만의 침전물에서 이전 세대가 사용하고 버린 위생용품의 독성 물질이 발견되는 식이다. 화학 물질은 여전히 분해되지 않은 채 그곳에 남아 있다. (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