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미술관 - 지친 하루의 끝, 오직 나만을 위해 열려 있는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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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하루를 보내고 에너지가 내 몸에서 싹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날이 있다. 오늘도 어찌어찌 살아내기는 했는데 너무 버겁다는 생각에 진이 다 빠진다.

사는 게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일까, 아니면 다들 이렇게 힘든 걸까?

위로가 필요할 때 누군가와 차 한 잔, 술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위로가 되는 힐링 서적을 읽으며 마음을 다독이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바로 '위로의 미술관'이다.

'지친 하루의 끝, 오직 나만을 위해 열려 있는'이라는 글만 보아도 이미 마음이 반쯤은 녹아내린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될 때, 곁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깊은 어둠 속에서 머물 때…

지친 하루의 끝, 25명의 화가와 명화가 건네는 안온한 위로 (책 뒤표지 중에서)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위로의 미술관》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진병관.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로서 여행과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이에게 쉽고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기묘한 미술관》이 있다. (책날개 중에서)

모든 절망을 경험했기에 모두를 위로할 수 있었던 예술가들이 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의 여정에서 그들은 어떻게 자신을 믿으며 옳다고 생각한 길을 묵묵히 걸을 수 있었을까? 극도의 절망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던 힘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위로의 미술관》은 이러한 개인적 물음에서 탄생한, 그러나 누구나 공감할 만한 따뜻한 그림이 모인 곳이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이 미술관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예요'를 시작으로, 1장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날의 그림들', 2장 '유난히 애쓴 날의 그림들', 3장 '외로운 날의 그림들', 4장 '휴식이 필요한 날의 그림들'로 나뉜다.

늦었다고 표현하기에도 부족한 나이인 75세에 붓을 잡기 시작한 그랜마 모지스, 모든 것을 얻었다가 모든 것을 잃었던 렘브란트, 시련을 자양분 삼아 더 단단하게 성장했던 쿠르베와 발라동, 부족한 환경, 치명적인 육체적 결함 같은 결핍을 오히려 재능으로 꽃피운 무하와 로트레크…. (9쪽)

사람에게는 시련이 있고, 그 시련을 극복해내며 더욱 단단해지는 것인가 보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보게 되는 그들의 인간적인 시련은 더욱 극적이다.

먼저 모네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데, 바로 시작부터 쿵쿵 마음을 쓸어내린다. 아,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안에서 예술이란……. 생각에 잠긴다.

모네는 이제 앞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백내장으로 두 번의 수술을 받았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온 많은 이들이 자기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연못으로 나섰고, 붓을 놓지 않았다. 그에게는 마지막이 될지 모를 그림으로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19쪽)



파리에서 법을 공부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법원에서 일하던 스무 살의 마티스는 갑작스러운 복통에 시달린다. 당시 사망률이 높았던 맹장염으로 진단받았지만,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마티스는 병원에 머물며 회복에 힘쓴다.

그때 같은 병실을 쓰던 남자가 가끔 그림 그리는 것을 보며 관심을 가졌고, 집으로 돌아온 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어머니는 화구와 종이를 선물한다. 우연한 이유로 붓을 들게 되었지만, 이 작은 우연은 마티스가 위대한 화가가 되는 시작점이 된다. (59쪽)

언제 보아도 마티스와 미술의 만남은 대단하다. 이 기막힌 우연으로 마티스는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화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각각의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첫 문단에서 이미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글을 읽으면 구체적인 내용이 더욱 궁금해져서 읽어나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예술가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그 배경으로 작품을 살펴보니 더욱 진한 감흥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늘 작품과 작가를 같이 보아야 할지, 따로 생각할지가 고민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제대로 어우러진 하나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런 삶을 살았기에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그 과정을 엿보는 듯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찌르르 감동과 위로의 시간을 보냈다.

그들의 삶 하나하나를 보면서 그 마음을 짐작하고, 그러면서도 예술혼을 불태운 것에 감동하며 읽어나갔다.

이 책에는 예술가들의 작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영혼이 담겨 있다.

일단 펼쳐들면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래전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 이 책을 읽음으로 현재에 존재하게 만드는 느낌.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 진병관이 전해주는 감동의 명화 수업이니, 이 책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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