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 보면 지난 시간 속 누군가가 생각나기도 하고, 누군가의 마음이 짐작되기도 한다. 그래서 읽으면서 뭉클한 전율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 최윤석 PD가 배우 남궁민과 전화하며 힘을 얻은 일화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김과장>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연과 연출로 만났고, 통화 당시에는 남궁민이 <스토브리그>로 SBS 연기대상을 받았고, 저자는 시청률도 바닥, 자존감도 바닥이었던 상태였다.
그 당시 남궁민과 통화를 하던 때였다. 남 앞에서 우는소리 하기 싫었고, 마음을 들키기도 싫었던 상황에서 애써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말했는데, 이어지는 한 마디.
"난 누구보다 우리 최 감독님 믿어요. 내가 사람 보는 눈 있잖아. 우리 최 감독님은 5년 안에 최고가 될 거야!" 그 이야기를 듣는데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럴…까요?"
"그럼. 내 눈 정확하다니까. 그러니까 이번은 툭툭 털어 넘기고 다음 거 준비 잘해요." (64쪽)
저자는 언제나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코끝이 찡해지며 울컥한 것이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글을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읽다가 생각에 잠기게 되고 행동에 옮기게 된다. 잊고 있던 '사람'에 대한 것을 떠올리며 푸근하게 생각에 잠긴다.
또한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험담하는 사람들 틈에서 어떤 자세로 있을지 생각하게 해주는 일화다.
어느 날은 촬영하다가 너무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어서 그 선배한테 이렇게 토로한 적 있다.
"아니 그 사람 너무 양아치 아니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동조를 바라며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시니컬한 반응이었다.
"너 나 믿어?"
"네?"
"내가 방금 네가 한 그 얘기, 그 사람한테 할지 안 할지 어떻게 알아?"
그러면서 그는 가느다란 눈으로 나를 내려 보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어디 가서 누구 험담하지 마. 그게 돌고 돌아서 결국 너한테 돌아가니까!" (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