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 참 좋다 -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위로받는 당신을 위한 책
최윤석 저자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표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위로받는 당신을 위한 책"

여기에서 '당신을 위한 책'이라는 말을 흘려넘기지 말고, 진정 나를 위한 책이라 생각하고 책장을 넘겨보자.

아니, 그다지 거창하게 마음먹지 않더라도 일단 이 책을 펼쳐들면 나를 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언젠가 내 마음, 혹은 당신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이 책 《당신이 있어 참 좋다》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최윤석. KBS 드라마 PD이며, 그동안 <추리의 여왕 2> <김과장> <그놈이 그놈이다> <정도전> <어셈블리> <즐거운 나의 집> 등 열 편이 넘는 드라마를 연출했고, 미국에서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진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대상과 금상을 한 차례씩 받았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에는 드라마 PD가 될 수 있게 해주었던 사람, 힘들 때마다 위로해준 사람, 나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렸던 사람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그들을 떠올리면서 앞으로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살펴보곤 한다.

돌아보면 돌아올 수 있으니까. (8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멈추고 뒤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1부, 2부, 3부에 이어 에필로그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아'로 마무리된다. 그때 그 아이, 오디션 끝나고 만난 연극배우, 아빠의 영화, 나의 열등감 연대기, 에너지 도둑을 대하는 방법, 악의 없는 실수에 관대해지기, 나는 나고 우리는 우리다, 삶이란 누군가를 내 편으로 만드는 과정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인생길 오르막길인지 내리막길인지 가늠이 안 되고 기껏 올라왔는데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허다해서 속상할 때도 아플 때도 많았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경동시장에가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시장 상인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동안 열심히 산 척만 했구나!' 반성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다잡게 된다고 한다.

저자가 예전에 경동 시장 상인들을 통해 수많은 영감과 에너지를 얻었던 것처럼,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이 에세이를 통해서 주위에 있는, 기억 속에 숨어있는 사람들을 다시 떠올려보라고 권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살면서 삶의 순간이나 여행하면서 여행의 순간이나, 결국은 남는 것이 사람에 대한 기억이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며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지난 시간 속 누군가가 생각나기도 하고, 누군가의 마음이 짐작되기도 한다. 그래서 읽으면서 뭉클한 전율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 최윤석 PD가 배우 남궁민과 전화하며 힘을 얻은 일화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김과장>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연과 연출로 만났고, 통화 당시에는 남궁민이 <스토브리그>로 SBS 연기대상을 받았고, 저자는 시청률도 바닥, 자존감도 바닥이었던 상태였다.

그 당시 남궁민과 통화를 하던 때였다. 남 앞에서 우는소리 하기 싫었고, 마음을 들키기도 싫었던 상황에서 애써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말했는데, 이어지는 한 마디.

"난 누구보다 우리 최 감독님 믿어요. 내가 사람 보는 눈 있잖아. 우리 최 감독님은 5년 안에 최고가 될 거야!" 그 이야기를 듣는데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럴…까요?"

"그럼. 내 눈 정확하다니까. 그러니까 이번은 툭툭 털어 넘기고 다음 거 준비 잘해요." (64쪽)

저자는 언제나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코끝이 찡해지며 울컥한 것이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글을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읽다가 생각에 잠기게 되고 행동에 옮기게 된다. 잊고 있던 '사람'에 대한 것을 떠올리며 푸근하게 생각에 잠긴다.

또한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험담하는 사람들 틈에서 어떤 자세로 있을지 생각하게 해주는 일화다.

어느 날은 촬영하다가 너무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어서 그 선배한테 이렇게 토로한 적 있다.

"아니 그 사람 너무 양아치 아니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동조를 바라며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시니컬한 반응이었다.

"너 나 믿어?"

"네?"

"내가 방금 네가 한 그 얘기, 그 사람한테 할지 안 할지 어떻게 알아?"

그러면서 그는 가느다란 눈으로 나를 내려 보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어디 가서 누구 험담하지 마. 그게 돌고 돌아서 결국 너한테 돌아가니까!" (79쪽)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한 편 한 편 드라마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희로애락 뭉클한 감정이 치밀어 올라 행복한 감동이 전해지기도 하고 울컥 눈물이 나기도 한다. 바로 그런 것이 우리네 인생인가 보다.

삶이란 누군가를 내 편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서 슬플 때 같이 슬퍼하고 즐거울 때 같이 즐거운 사람을 찾는 과정이 바로 인생이다. 온 마음을 다해 희로애락을 나눌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진정한 축복이다. (218쪽)

어쩌면 살다가 순간순간 마음에 감동을 느끼며 우리는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또 어느 순간 잊어버리고 기억 저편에 방치해두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기억들을 오밀조밀 모아서 생생한 드라마로 만들어준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의 기억을 소환해보기도 한다.

과거 어느 순간의 사람들에 대한 기억에 이어 현재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까지 진국으로 느끼게 되는 책이니 이 책을 읽으며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이다.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