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의 신인류가 몰려온다 - 일생 최후의 10년을 최고의 시간으로 만드는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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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민 정신과 의사 이시형의 정년을 위한 조언 『신인류가 몰려온다』이다.

'신인류'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보통 '신'자가 붙으면 예상되는 세대가 아니라는 것부터 파격적이다. 그리고 이 책의 필요성을 느낀다.

나이 80 후반이면 몸이 성한 사람이 별로 없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빈곤, 사회적 지원 제도 등 모든 게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런 인구 구성은 우리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래서 난 이들을 '신인류'라 총칭했다. (6쪽)

저자는 초고령 사회의 노인들을 신인류라고 언급한다. 70대 이상 인구가 570만 명, 그중 80대와 90대만 2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200만 명을 넘는 80~90대 어르신들은 우리 눈엔 잘 보이지 않으니, 그나마 나들이가 가능한 사람이면 축복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90세 안팎 최후의 10년이 우리 일생 중 가장 힘든 시기라며, 가까운 동기생들이 지금 딱 90세인데, 아직 많이 생존 중이고,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소리가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라는 것이다. 즉 장수에 대해 아무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들의 현실과 대책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궁금해서 이 책 『신인류가 몰려온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이시형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그리고 한국 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이자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이다. 경북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정신과 신경정신과학박사후과정을 밟았으며, 이스턴주립병원 청소년과장, 경북의대·서울의대(외래)·성균관의대 교수, 강북삼성병원 원장,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을 세계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로 대한민국에 뇌과학의 대중화를 이끈 선구자이다.

2007년 75세의 나이에 자연치유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을, 2009년에는 세로토닌 문화원을 건립하고 국민들의 건강한 생활습관과 행복한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수십 년간 연구, 저술, 강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너무 진지하게 걱정거리를 그대로 노출했다간 독자들이 중간에 책을 덮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절망의 늪을 다루면서도 가급적 밝게 희망적으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6쪽)

이 책은 총 7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신인류의 등장, 초고령 노인이 몰려온다', 챕터 2 '중년을 다시 본다', 챕터 3 '장수의 늪', 챕터 4 '성숙한 하산의 기술', 챕터 5 '최후의 10년, 이렇게 준비하라', 챕터 6 '액티브 시니어', 챕터 7 '초고령 사회, 위기를 기회로'로 나뉜다. 맺음말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긴급 제언'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사실 주제 자체가 무겁다. 건강 수명이 우리의 평균 수명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으니, 현재 200만 명이 넘는다는 80대와 90대들은 다들 어떻게 지내시는지 덜컥 서글픈 생각이 든다.

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매끄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우리 현실을 짚어주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소제목 하나씩 짤막하게 읽어나갈 수 있으니 그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보며 하나씩 알아간다. 이렇게까지 사회적 합의가 되어있지 않다니, 앞으로 좀 더 이슈가 되어 하나씩 진행되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인상적인 문장을 마음에 담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아픈 것도 참고 견뎌야 한다? 의사도 환자도 그런 생각인데 나는 반대다. 인간적 배려가 결여된 의료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치료하는 것이다. 통증은 정신과 영혼까지 영향을 미친다. 고뇌로부터 위대한 예술이 탄생한다.

그러나 고뇌와 고통은 다르다. 말기 암 환자를 위문하러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힘내라, 용기를 내. 하지만 환자는 알고 있다. 그럴 힘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라는 것을. 거기다 대고 힘내라니? 그럴 여력도, 시간도 없다. 아무 말 말고 그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는 것. 볼 간이라는 한자를 생각하라. 손 수 밑에 눈 목자다. 아픈 데에 함께 손을 얹어 고통을 나누는 것이 위로다. (102쪽)




무엇보다 이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우리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점이 의미 있다.

인생 여정은 등산과 같다. 젊은 시절엔 위를 향해, 앞으로, 높이, 멀리 올라야 하는 등산 코스다. 숨도 차고 힘도 든다. 이윽고 산 정상에 오르면 그제야 발아래 경치도 바라보고 땀을 훔치며 무사히 등정에 성공한 감동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도 잠시, 이젠 내려가야 한다. 인생 여정으로 치면 딱 반이다.

그때가 몇 살일까. 사람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요즘은 인생 100년이라 딱 반으로 잘라 50세 전후가 나의 전성기일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은 50이 아니라 60으로 계산해야 한다. 회사에서도 슬슬 은퇴 준비를 해야 한다. 가속 페달만 밟을 게 아니고 감속 브레이크가 있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산 정상에 오르면 우리는 자칫 이것이 산행의 최종 목적인 양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하산下山의 길, 더욱 조심해야 한다. (126쪽)



저자는 지금까지 쓴 책이 110권이 넘는다고 한다. 90세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모범을 보여주시니 희망과 힘을 안겨주는 듯하다.

읽다 보면 미처 몰랐던 우리 현실을 알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장수의 늪이라며 어두운 부분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찬 활기에 넘치는 문화도 알려주고,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에 관해서도 짚어주니 도움이 된다. 신인류에 대한 글을 다들 읽어보고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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