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작가의 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풍수가 그리 성하지는 않았으나 대신 독특한 주술의 전통이 있다. 이러한 주술은 한 사람의 생명 연장을 위해 남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대수대명의 주문을 낳기도 했고 나라의 생살을 염두에 둔 저주풍수로 나아가기도 했다. 조선총독부 촉탁이었던 무라야마 지준이 한반도로 건너와 이 땅의 풍수를 총괄한 《조선의 풍수》를 쓴 걸 보면 풍수와 총독부의 연결 또한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9쪽, 작가의 말 중에서)
김진명 소설은 작가의 말부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시선을 집중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한국과 일본의 풍수에 이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여기에서부터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
곧바로 1930년 11월 어느 늦은 밤 조선총독부에서 벌어진 일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당시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듯 전개되니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더욱 궁금해진다.
회신령집만축고선이라 쓰인 묵지를 꺼내며 무라야마가 주문을 건다.
"이 땅에 최면을 걸어라.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최면을, 그리하여 조선을 사발 안에서 끓게 하라! 이것은 묘망한 천년의 저주로다!" (19쪽)
예전에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얼핏 들은 바가 있는데, 이렇게 구체적인 차이점도 언급해주고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일깨워주니 더욱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풍수를 언급하며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이 소설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 줄지 기대하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