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전쟁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김진명 장편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개정판으로 나와서 새롭게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역시나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은 다시 읽어도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에는 『풍수전쟁』이다.

사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개정판으로 나왔기 때문에, 신간소설은 한참 후에나 볼 수 있으리라 짐작했다. 지금은 고구려 집필로 바쁘실 거라고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이 책이 깜짝 등장하니 놀랍고 반가웠다.

그래서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해!'라는 생각으로 이 책 『풍수전쟁』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진명.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진명은 소름 끼칠 정도로 예리한 통찰로 한(韓)민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독보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가 제시한 이슈는 예외 없이 사회적 거대 담론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그의 소설이 지닌 마력이자 매력이다.

현재 충청북도 제천에서 소설 『고구려』를 집필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저자 소개 전문)


이 책에서 작가의 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풍수가 그리 성하지는 않았으나 대신 독특한 주술의 전통이 있다. 이러한 주술은 한 사람의 생명 연장을 위해 남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대수대명의 주문을 낳기도 했고 나라의 생살을 염두에 둔 저주풍수로 나아가기도 했다. 조선총독부 촉탁이었던 무라야마 지준이 한반도로 건너와 이 땅의 풍수를 총괄한 《조선의 풍수》를 쓴 걸 보면 풍수와 총독부의 연결 또한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9쪽, 작가의 말 중에서)

김진명 소설은 작가의 말부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시선을 집중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한국과 일본의 풍수에 이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여기에서부터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

곧바로 1930년 11월 어느 늦은 밤 조선총독부에서 벌어진 일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당시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듯 전개되니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더욱 궁금해진다.

회신령집만축고선이라 쓰인 묵지를 꺼내며 무라야마가 주문을 건다.

"이 땅에 최면을 걸어라.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최면을, 그리하여 조선을 사발 안에서 끓게 하라! 이것은 묘망한 천년의 저주로다!" (19쪽)

예전에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얼핏 들은 바가 있는데, 이렇게 구체적인 차이점도 언급해주고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일깨워주니 더욱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풍수를 언급하며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이 소설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 줄지 기대하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그렇게 시대는 현대로 연결되어, 어느 날 대통령에게 문자 한 통이 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게 된다.

-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 -

얼마 전에 받은 문자 하나가 이상하게도 계속 뇌리에 머무른 채 잊히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아무런 이름도 없이 발신 번호만 남아있는 이 문자는 의미도, 보낸 사람도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잘못 보내진 문자려니 하며 잊으려하였고 당분간은 잊었으나 왜인지 시간이 갈수록 문자는 차츰 또렷이 떠올랐다. (21쪽)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나이파? 나이로 한몫하는 님들인가? 장난인 듯 진심인 듯 그런 반응을 보이는 노인들도 있고, 언어학자들은 뜻은커녕 어느 계통 언어인지도 알기 어렵다며 고대 페르시아 계통 언어 같기도 하나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이 문자를 풀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의도로 발신된 것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나 또한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니, 등장인물 은하수와 이형연과 비슷한 심정으로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 읽어나갔다.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누구의 이야기가 맞을까. 그리고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갈수록 더욱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주술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기 때문에 한편의 추리소설처럼 긴장감이 느껴졌다.


일본 풍수와 한국 풍수 사고방식의 차이가 나는 것을 잘 비교하여 들려주고 있다.

잘 몰랐던 풍수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도록 해주어서 사유의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

분노하면서 달래면서 그렇게 읽어나갔다. 김진명 소설을 잡으면 그렇게 된다.

잘 짜여진 소설이어서 놓칠 수 없이 다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한국인이라면 모두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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