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팔아버리는 카피 키워드 사전 - 빅히트 상품을 만든 베스트 카피 4000
호리타 히로카즈 지음, 신찬 옮김 / 보누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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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다 팔아버리는 카피 키워드 사전》이라는 제목은 도발적이면서도 직설적이다.

한 권의 책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팔리는 언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덕분에 첫 장을 넘기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나는 어떤 언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왔던가?"라는 질문이 되살아났다.

이 책은 글을 쓰는 사람,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 심지어는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이들에게 날카로운 거울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이 책은 4,000개가 넘는 카피 키워드를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단순히 단어의 나열이 아니다. '역설적인 표현 활용하기', '임팩트를 주거나 강조하고 싶을 때', '제3자의 의견·고객의 평가 활용하기' 등 상황별·용도별로 분류해, 지금 내 글에 어떤 표현을 써야 효과적인지를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돕는다.

마치 실제 카피라이터의 노트를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읽다 보면 '이런 표현은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받으면 누구나 좋아하는 ○○", "아직 늦지 않은 ○○", "○○하지 마세요" 같은 문장들은 일상적으로 접했지만, 막상 내가 글을 쓸 때는 놓치기 일쑤였다.

이런 단어가 히트 상품의 배경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책장을 넘길수록 한 가지 분명해지는 점이 있다.

'팔리는 말'은 화려한 수사나 감각적 포장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속 갈증, 욕망, 불안을 정확히 건드리는 말만이 힘을 갖는다.

그래서 이 책은 표현을 무분별하게 차용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는 데에만 사용하라고 강조한다.

거짓이 개입된 카피는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신뢰를 잃는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짚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했던 부분은 행동 유도하기 챕터였다. "○○하라!", "○○하지 마세요" 같은 단순 명령형이지만,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행동은 확연히 달라진다.

이를테면 "놓치지 말고 경험하라"라는 말은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심리를 자극하고, "망설이지 말고 지금 클릭하라"는 표현은 지체 없는 결정을 이끌어낸다.

이처럼 직접적인 지시어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이 책은 그 미묘한 균형을 설명하며 실제 예문까지 제시해준다.

또한 '타깃을 좁혀서 특장점을 강조하기' 챕터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지를 다룬다.

예를 들어 "○○가 사랑한 ○○" 같은 표현은 특정 집단의 신뢰를 그대로 끌어와 설득력 있는 메시지로 변환한다.

이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 중 하나인 '누구에게 말을 건네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책의 강점은 압도적인 양의 키워드와 용례에도 있다. 4,000개가 넘는 표현을 상황별로 정리해 두었기에, 글을 쓰다 막히는 순간 사전처럼 펼쳐볼 수 있다.

카피라이팅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이 책을 단순한 참고서가 아니라 실전 무기처럼 활용하게 될 것이다.

물론 모든 표현이 만능은 아니다. 같은 키워드라도 맥락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진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단어 자체가 아니라, 그 단어가 가진 힘과 한계를 이해하도록 안내하기 때문이다.

《다 팔아버리는 카피 키워드 사전》은 글을 쓰는 이들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선물한다.

하나는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방대한 언어의 도구함이고, 다른 하나는 언어를 책임 있게 다루라는 윤리적 경계다.

좋은 상품과 서비스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말은 이 책의 페이지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글은 운명을 바꾸는 무기다.

같은 상품도 어떤 말을 붙이느냐에 따라 팔릴 수도, 잊힐 수도 있다.

《다 팔아버리는 카피 키워드 사전》은 그 갈림길에서 우리에게 확실한 무기를 쥐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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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 - 한 줄 필사로 단정해지는 마음
조미정 지음 / 해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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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라는 행위를 통해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책이다. 인문학의 핵심 문장을 옮겨 쓰는 동안 삶의 균형과 고요를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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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 - 한 줄 필사로 단정해지는 마음
조미정 지음 / 해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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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소란스러운 하루 끝, 마음이 흔들릴 때 우리는 본능처럼 고요를 찾는다. 그러나 고요는 쉽게 오지 않는다. 텅 빈 방에서도,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은 순간에도 마음속 소음은 계속 울린다.

그럴 때 펜을 드는 일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글자를 옮겨 적는 단순한 행위가 내면을 다잡아 주고, 불안을 잠재운다.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는 바로 그 경험을 책으로 건네준다.



조미정 작가는 시골의 작은 독서 모임에서 수년간 읽어 온 책들 가운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들을 가려 담았다.

그 결과물은 화려하지 않더라도 마음에 스며드는 힘이 있다. 철학, 문학, 인문학의 고전에서 길어 올린 구절들이 한 권에 모여 있으니,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문학의 진수를 압축해서 만나는 느낌이다.

읽어 본 책에서 다시 마주하는 문장은 낯설게 다가오고, 읽지 않은 책의 구절은 앞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된다. 이 책이 갖는 힘은 바로 그 낯섦과 친숙함의 교차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필사라는 형식이다. 책의 왼쪽 면에는 문장이, 오른쪽 면에는 여백이 있다. 그 여백은 단순한 빈 칸이 아니라, 독자에게 건네는 대화의 창이다.

필사는 단순히 글자를 옮겨 쓰는 기술이 아니다. 몸으로 문장을 통과시키며, 그 안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실제로 써보니 손끝에 힘을 주는 동안 내 안에서 조용히 균형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글자가 마음을 다스린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책 속에는 도스토옙스키, 버지니아 울프, 에리히 프롬, 알베르 카뮈, 헤르만 헤세, 에크하르트 톨레 같은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저자들의 문장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문장들은 교양의 장식품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삶의 문제와 곧바로 연결되는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예컨대 "무언가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고"라는 문장은 막막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과정 자체가 의미임을 일깨워 준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은 존재의 독립성을, 에리히 프롬의 문장은 사랑의 태도를, 알베르 카뮈의 문장은 삶의 충만함을 다시 묻는다. 이렇게 각 문장은 고전 속에 머물지 않고 지금의 우리 삶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잃었을 때, 어떤 문장을 붙잡으면 좋을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가 골라낸 문장들은 하나하나가 등불 같아서, 잠시 길을 잃은 이의 발걸음을 비춰 준다. 필사를 통해 얻는 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면의 균형을 회복하는 힘이다.


고요는 멀리 있지 않다. 그저 펜을 들어 한 줄을 쓰는 순간, 이미 고요는 우리 곁에 와 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일깨워주는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한다.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는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글쓰기를 통한 회복의 가능성을 따뜻하게 건네는 책이다.

이 책이 건네는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내 안에 나를 만나볼 수 있는 고요한 순간의 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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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열린책들 세계문학 295
허먼 멜빌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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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중단편집, 『필경사 바틀비』는 인간 소외와 존재의 고독을 응시하게 한다. 여전히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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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열린책들 세계문학 295
허먼 멜빌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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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 『필경사 바틀비』는 표지에서부터 묘한 긴장감을 품고 있다. 두툼한 편지 봉투 위로 기묘하게 기운 잉크병이 엎질러져 있고, 검은 얼룩이 번진 종이는 독자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는다.

펼쳐보는 순간, 이 책이 단순히 고전문학의 한 자락인 것만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차갑고도 뜨거운 질문임을 직감하게 된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바틀비의 이 한마디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반복해서 울린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자연스럽게 뉴욕 월가의 삭막한 사무실 풍경을 떠올렸다. 빽빽한 업무, 끊임없는 사본 작성, 그 안에서 무심하게 등장한 바틀비는 처음에는 성실한 사원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는 모든 요청 앞에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라는 답을 내놓는다.

이 단호하면서도 무기력한 태도는, 누구도 쉽게 맞설 수 없는 기묘한 힘을 지니고 있다. 읽는 내내 머릿속에 거절과 침묵이라는 키워드가 맴돌았다. 그것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내던지는 부정의 선언 같았다.



허먼 멜빌의 문장은 지금 읽어도 현실에 맞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문명의 발전 속에 가려진 어둠을 낱낱이 들춰내며, 인간 소외라는 주제를 강렬하게 밀어붙인다.

특히 바틀비의 침묵은 현대의 직장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그림자다. 효율성과 성과를 강요하는 체제 속에서 어느 날 불쑥 자리에서 버티듯 거절하는 사람을 상상해보자.

이해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왠지 모르게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바틀비의 고독을 단순한 무기력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그가 보여주는 단정한 태도, 끝내 꺾이지 않는 부정 속에는 인간적 품위가 깃들어 있다.

특히 「빈자의 푸딩, 부자의 빵 부스러기」에서는 극명한 계급 차이를 날카롭게 드러내어 인상적이었다. 눈을 녹여 안약으로 쓰는 가난한 이들의 처지는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푸딩과 부스러기라는 사소한 음식의 차이가 삶의 무게를 갈라놓는 장면에서는, 우리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사소한 풍요가 얼마나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

또한 「행복한 실패」는 허드슨강을 배경으로 인간의 운명과 좌절을 다룬다. 실패라는 단어 앞에 행복을 붙여놓은 역설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것은 패배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의 완성일 수도 있음을 일깨운다.

「빌리버드」에서는 더욱 선명하게 멜빌의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집단 속에서 개인이 부딪히는 모순, 제도의 냉혹함, 그리고 불가피한 희생의 아이러니가 압축되어 있다. 법과 권력의 이름으로 한 개인의 삶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작품이 단지 예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반복되는 구조적 비극임을 깨달았다.

『필경사 바틀비』는 고전의 이름으로 포장된 책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물음을 끌어올린다. 바틀비의 침묵은 때로는 무기력으로, 때로는 저항으로, 또 때로는 순수한 자기 보존의 방식으로 다가온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그 모호함이야말로 멜빌이 우리에게 건네는 날카로운 질문일 것이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이 짧은 문장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때로는 무력하게, 때로는 고고하게, 그리고 때로는 너무도 아프게. 멜빌은 그 고독한 문장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드러냈다.

읽는 동안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동시에 사유하고 통찰하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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