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정한아. 『친밀한 이방인』, 『리틀 시카고』 등을 통해 특유의 날카롭고도 섬세한 문체를 선보여 온 작가다. 그녀의 문장은 늘 고요한 결을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 배어 있는 감정의 파장은 깊고 넓다.
이번 『3월의 마치』에서도 그는 삶의 가장 연약한 지점을 건드리되, 결코 무너지지 않는 인물의 내면을 묘사하며 강한 여운을 남긴다.
기억을 잃어가는 인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한아는 이 인물에게 따뜻한 존엄과 내면의 힘을 부여함으로써, 망각과 고통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간다움의 불씨를 그려낸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며 흘려보낸 수많은 장면들이 얼마나 쉽게 잊히고 또 얼마나 절실하게 되살아나는지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