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유럽 - 여행 작가 양영훈의 다시 찾고 싶은 유럽 도시 기행
양영훈 지음 / 퍼블리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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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눈길이 멈췄다.

오래된 골목의 질감, 오후 빛에 물든 벽돌의 색감, 그리고 그 안에 스며든 온기.

낯선 장소였지만 낯설지 않았다.

양영훈 작가의 『당신과 함께, 유럽』은 그렇게 한 장의 사진에서 기억을 불러오고, 풍경 너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그 장면들로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 책의 저자는 여행 작가 양영훈. 30여 년 동안 여행 작가의 길을 걸으며 개인 저서 14권, 공동 저서 20여 권을 펴냈다.

이 책에는 스위스 실스마리아 루체른, 샤프하우젠 & 슈타인암라인, 프랑스 아비뇽, 아를, 엑상프로방스, 이탈리아 캄파니아, 시칠리아,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 아틀란틱 오션 로드, 트롤스티겐-게이랑에르 국립경관 도로, 프레이케스톨렌, 트롤퉁가, 스웨덴 피엘바카, 벡셰, 네덜란드 히트호른, 킨더다이크&바를러, 독일 브레멘, 체코 모라비아, 리투아니아 트라카이 & 빌뉴스, 그리스 아테네 등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설레는 도시들이 담겨 있다.

이 도시들은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구성된 목록이 아니라, 작가가 실제로 발길을 여러 번 옮기며 깊은 인상을 받았던 곳들이다. 화려하거나 북적이는 중심지보다는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일상, 오래된 건물 사이의 정적, 그리고 천천히 걸어야만 발견할 수 있는 풍경들이 중심이 된다.

페이지마다 담긴 도시들은 작가의 오랜 경험과 따뜻한 시선 덕분에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독자에게는 새로운 여행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다시 걷고 싶은 유럽의 도시들을, 그리움과 함께 떠나는 여정이다.

정보나 경로 위주의 글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도시를 바라봐온 사람이 전하는 감정과 사유가 페이지마다 스며 있다.

스위스의 조용한 마을부터 발트해 너머 리투아니아의 담백한 도시까지, 지도로는 담을 수 없는 풍경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사진과 문장이 맞닿아 있는 여행 수첩처럼 구성되어 있다.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은 장면의 묘사에 머물지 않고, 감성이 묻어나는 듯하다. 사진 느낌이 따뜻해서 한참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렇게 작가의 시선이 모인 풍경의 조각들은 한 도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주고,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이 책에 담긴 사진이 여행의 감성을 잘 포착해내어 감탄을 자아낸다. 여행지의 풍경이나 장면을 스쳐 지나가지 않고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포착할 수 있는 시선이 담겨 있어, 사진 한 장에도 시간의 결이 스며 있다.

빛이 스치는 방향, 골목 끝에 남겨진 사람의 실루엣, 낡은 간판의 질감까지도 차분하게 기록되어 있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진 앞에서 멈춰 서게 되고, 그 이미지 속에 머물던 공기와 온도까지 상상하게 된다. 여행은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을 마음속에 오래 남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당신과 함께, 유럽』은 새로운 장소를 소개하기보다,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 있는 도시의 온기를 되살려준다. 낯선 곳에서 다시 걷고 싶은 길, 그 길 위에 다시 서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조용히 묻는다.

자신도 모르게 풍경 안으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여행 책이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마음속에서 여행이 이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길은 과거의 추억으로, 또 어떤 길은 미래의 바람으로 남아, 언젠가 다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온다.

소진시까지 8종 사진엽서 세트가 제공되니 기회가 닿는다면 꼭 챙기길 권한다. 책 속에 실린 사진 중에서도 특별히 엄선된 장면들이 엽서로 제작되어, 한 장 한 장이 작은 창처럼 느껴진다.

벽에 붙여두거나 책상 위에 올려두면 잠시나마 유럽의 어느 골목, 언덕, 강가로 마음이 떠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종이의 촉감과 인쇄의 질감마저도 사진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책과 엽서가 함께 주는 감동이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여행책추천 #양영훈작가 #당신과함께유럽 #유럽여행에세이 #사진엽서세트 #유럽소도시 #여행작가추천 #함께하는여행 #감성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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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
정선임 외 지음 / 해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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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이 각기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겪은 언어의 공백, 관계의 간극, 감정의 어긋남을 네 편의 단편으로 엮어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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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
정선임 외 지음 / 해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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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는 네 사람이 각기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겪은 언어의 공백, 관계의 간극, 감정의 어긋남을 네 편의 단편으로 엮어낸 소설집이다.

풍경보다 말이 중심에 있고, 여행보다 사람의 내면이 주인공인 이야기들이다. 나라마다 풍습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듯,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 또한 동일할 수 없다.

포르투갈, 인도, 태국, 사이판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인물들은 타인과의 거리뿐 아니라 자기 내면과의 거리 또한 헤아리게 된다. 그 틈에서 피어나는 어긋남, 오해, 미처 꺼내지 못한 감정들은 말보다 더 오래 여운을 남긴다.

네 편의 이야기는 모두 그 침묵의 공간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왜 어떤 말 앞에서 멈칫하게 되는지를 천천히 짚어나간다. 이 책은 여행이라는 특별한 시간 속에서 문득 드러나는 감정의 진동을 정면으로 마주한 기록을 담은 단편소설집이다.



정선임 작가의 「해저로월」은 포르투갈 리스본을 배경으로,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고모의 유해를 모셔오기 위해 떠난 수정의 여정을 따라간다. 수정은 고모가 생전에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그녀가 그곳에서 보냈을 삶의 흔적을 좇는다. 신념과 선택,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 다 담기지 않았던 감정들이 리스본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살아 있는 동안엔 끝끝내 나눌 수 없었던 마음이, 죽음 이후에야 겨우 마주 놓이게 되는 장면들이 조용한 울림을 전한다.



김봄 작가의 표제작 「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는 인도 벵갈루루에서 머무는 예술가 레지던스를 배경으로 한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사유의 방식 속에서 생활을 함께하는 이들은 무언가를 설명하려 할수록 더 멀어지는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언어가 삶의 일부가 되는 공간에서 말의 무게는 더욱 커지고, 말이 곧 책임이 되는 순간에 사람들은 종종 침묵을 택한다. 이 이야기는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관계를 맺고자 할 때 얼마나 신중해져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김의경 작가의 「망고스틴 호스텔」은 태국 방콕의 작은 숙소를 배경으로 한다. 여행 중인 다영과, 그곳에 먼저 머무르던 지유와 예나는 전혀 다른 나이와 삶의 조건을 지닌 인물들이다. 우연히 같은 공간에 머무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와 침묵 속에는 일상의 무게와 피로, 그리고 삶을 버텨내기 위한 각자의 자세가 스며 있다. 망고스틴이라는 과일처럼 단면을 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내면의 복잡함이 각 인물의 표정에 담긴다. 거창한 사건 없이도 깊이 있는 감정이 포개지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최정나 작가의 「낙영」은 사이판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해원과 낙영, 두 인물의 관계를 그린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자라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동시에 끌리고, 밀어낸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가 얽힌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고통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말보다 표정이, 표정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이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말로 포괄할 수 없는 감정의 복합적인 결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이 소설집은 언어와 감정 사이, 관계의 틈새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흔들림을 천천히 담아낸다. 표현되지 못한 말들이 그 자체로 의미가 되고, 침묵은 감정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이 네 편의 단편소설은 우리가 타인과 마주할 때 쉽게 지나쳤던 마음의 결을 붙잡게 만든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관계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건네고 있다.

각각 다른 곳을 여행하고 각기 다른 이야기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는 점에서 이 소설집은 특별한 울림을 가진다. 저마다의 공간에서 저마다의 감정과 기억을 마주한 네 작가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도 묘하게 하나의 흐름 안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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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
문요한 지음, 김인하 일러스트 / 해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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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자체를 바꾸려 애쓰기보다, 나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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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
문요한 지음, 김인하 일러스트 / 해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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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요즘 이런 책 필요한 사람이 많겠다. 흔들리더라도 꺾이지 않는 삶을 위한 마음수업을 보고 나면,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문제를 제거해야 할 적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생긴다. 불안, 두려움, 분노처럼 꺼내기조차 어려웠던 감정들을 억누르지 않고, 들여다보고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렇게 삶의 중심이 바깥이 아닌 내 안으로 옮겨지기 시작한다. 외부 환경은 여전히 요동치지만, 그 안에서 중심을 세운 사람만이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법이다. 이 책 『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는 바로 그 중심을 찾도록 이끌어주는 든든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이자 오랫동안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온 심리치유자이다. 그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 곁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그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들을 깊이 있게 성찰해왔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단어 하나에도 삶을 통과해온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울림이 있다. 상담실이라는 밀도 높은 공간에서 오간 생생한 대화들, 그리고 스스로의 삶에서 길어올린 통찰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위로를 건네기보다는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 그게 문요한 저자가 글을 쓰는 태도이자 이 책의 핵심적인 매력이다.



『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는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이 전하는 마음 근력 수업이다. 저자는 '마음은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넓어지는 것이다'라는 말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좁아지는 마음이 아니라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방향으로 자라나는 마음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삶의 크기가 아닌 마음의 크기가 문제를 대하는 시선을 바꾼다는 점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깊게 다가온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감정 이면의 진짜 마음을 마주하는 법을 다루고, 2장에서는 생명 그 자체에 깃든 힘을 회복하는 감각을 깨운다. 3장에서는 제목 그대로, 내가 커질수록 문제는 작아진다는 관점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4장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연습의 장이며, 5장은 함께 살아가는 관계 속에서 마음이 더 깊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각 세션 말미의 'Dr.문의 심리솔루션'은 머릿속 이해를 몸의 실천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읽는 내내 반복해서 마주한 개념이 하나 있다. 바로 '정신적 허기'다. 정신적 허기도 우리가 잘 알아차리기만 하면 삶을 더 맛나게 하지 않겠냐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몸이 허기질 때 음식을 찾듯, 마음이 허기질 때도 그에 맞는 돌봄이 필요하다. 외로움,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의미 없는 반복에 대한 무기력감처럼 쉽게 지나쳐온 감정들이 실은 마음의 허기를 알리는 신호였다는 걸 이 책은 조용히 일깨워준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억누르거나 무시하지 않고, 잘 알아차리고 다정하게 응답하는 태도다. 그렇게 마음의 허기를 채워나갈 때, 삶의 맛도 다시 살아난다.



익숙했던 반응 패턴을 멈추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 이 책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그 첫걸음을 뗄 수 있을지 이끌어준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무겁게 느껴질 때, 이 책은 부담이 아닌 동행이 되어준다.

스스로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내 안에서 찾게 만든다. 나의 크기를 키운다는 건 결국 문제를 다르게 보는 힘을 키우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마음은 단련이 아닌 확장의 방향으로 자란다.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싶다면, 이 책은 그 시작점이 되어줄 수 있겠다. 무언가를 견디는 것이 아닌, 더 넓고 깊게 살아가기 위한 연습. 그 여정을 함께하고 싶다면, 이 책 『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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